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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가기 전 걱정이 앞섰다. 장소가 전남대학교인데 방학 중이라 학교는 한산했다. 더군다나 많은 학생들이 얼마 전 농촌활동과 국토대장정을 떠난 상황이었다. 북콘서트 2시간 전, 미리 와 본 400석의 강연장이 유독 커보였다.

 

800여 명이 몰렸다. 지난 서울과 대구 강연을 합친 숫자보다 더 많았다. 관객들은 앉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앉았다. 강연 내내 서 있는 사람도 많았다. 통로 사이사이는 물론 법륜스님과 오연호 대표가 앉은 강단 위까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바로 옆까지 관객들이 둘러앉자 두 강연자는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법륜스님과 오연호 대표가 <새로운 100년>(오마이북) 출간 기념 전국 북콘서트를 위해 27일 광주를 찾았다. 지난 서울(15일)과 대구(17일) 강연에 이어 세 번째 '순회지'다. 이들은 오후 7시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을 찾아 '가슴 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을 주제로 대담 형식의 강연을 진행했다.

 

법륜스님은 이 자리에서 '시대적 과제로서의 통일'을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스님은 '일제시대 자수성가 한 한국인 법관'을 예로 들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 성공한 법관이 해방 후 한 순간에 역적이 된 까닭은 '독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같이 사는 존재'이므로 공동체의 과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시대의 과제는 '평화통일'이고, 이는 개인 삶과 분리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작은 실천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100년의 주춧돌 될 통일... "과거 너무 따지지 마"

 

이날 강연은 법륜스님과 오연호 대표가 '80년 5월 광주'를 추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법륜스님은 "부조리한 상황에 불교계가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불교라는 종교에 회의를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외신을 통해 5·18 민중항쟁을 접하고는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현장에 있자'고 마음먹었다"며 "결국 5·18 민중항쟁이 사회 참여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소설가가 꿈인 내가 소설은 쓰지 않고 사실을 쓰게 된 계기가 5·18 민중항쟁"이라며 "대학 4년 내내 유인물만 쓰다가 '졸업작품 유인물'로 감옥에 갔고, 고향 동네의 '범죄 없는 마을' 역사가 깨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5·18 민중항쟁을 추억하는 두 강연자의 말에 광주 지역의 관객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오전 필리핀에서 귀국한 후 전북 장수에서의 두 차례 강연을 한 법륜스님도 '세 탕째' 뛰는 강연이지만 지친 기색 없이 특유의 '즉문즉설'을 이어 나갔다.

 

법륜스님은 '새로운 100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단연 통일을 꼽았다. 그리고 그 까닭으로 '중국의 부상'을 들었다. 스님은 "20년 후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의 그것을 역전한다"며 "통일이 안 되면 남북한은 두 강대국의 하위 변수가 되어 평화 유지가 어려운 것은 물론 발전에도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 흐름인 '지역공동체 협력'을 주도하려면 통일이 선결조건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법륜스님은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 동남아공동체, 아프리카공동체 등 지역공동체가 전세계적 분위기인데 유독 동북아시아만 안 이뤄지고 있다"며 "결국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세계 흐름에 대응해야 하는데 남한만으로는 이 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새로운 100년의 주춧돌이 될 통일을 위해 법륜스님은 "과거를 너무 세세하게 따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중국이 한국전쟁 때 100만 명을 동원해 북한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사과받고 수교 맺었나? 지난해 일본에 대규모 지진해일 피해가 있었을 때 식민지나 독도 문제를 사과해서 도왔나? 과거와 별개로 관계를 맺어 이익이면 수교를 맺고,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면 도움도 줘야 하는 것이다. 과거를 덮고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너무 과거를 따지면 통일을 위해 나아갈 수 없다."

 

이어 법륜스님은 "북한은 유엔(UN)에 가입된 국가고 이것은 곧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독립국가라는 의미"라며 "우리도 유엔에 가입되어 있는 이상 북한을 독립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 "꼬붕도 적도 되지 말아야"

 

이날 강연에서 법륜스님은 '주한미군'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스님은 이 문제에 대해 "머리 굴릴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며 "미국의 '꼬붕'도 적도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남겠다고 하면 굳이 있던 우군을 원수로 만들 필요가 없고, 나가겠다고 하면 바지 끄덩이 잡고 나가지 마라 할 필요도 없다"며 "이 문제를 이념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우애를 돈독히 하면서도 자주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엔 현 정권의 통일정책을 "두들겨 패다 도로 칼 맞게 생겼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현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투자했다가 이를 회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탄생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든 투자에 대한 이익을 환수했어야 했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치자. 돈을 빌려줬다가 갚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정권은 달래는 대신 두들겨 패는 방식을 택했다. '갑을관계를 분명히 하겠다',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 식의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은 감정적 대응이지 국가 지도부가 임해야 할 이성적 대응이 아니다."

 

스님은 "현 정권은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미국은 물러나고 중국은 부상하는 '틈바구니 10년'이 통일의 적기인데 그 중 5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고 비판했다. 또 "통일이든 뭐든 간에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현 정권은) 누구 하나 길들이려고 그 밑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그 책임을 북한에만 떠넘겼다"고 덧붙였다.

 

이어 법륜스님은 햇볕정책의 한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스님은 햇볕정책를 두고 "당시에는 합당했지만 지금도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그때는 권력, 즉 정부 간의 화해가 중요했지만 통일은 그것만으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부도 고려해야 하지만 북한 민중을 향한 정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생존권 보장, 인권 개선 등 북한 인민을 위한 적극적 대민정책을 통해 민중의 지지가 북한 정부보다 한국 정부에 쏠리면 그게 통일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그의 통일관과 일맥상통한다.

 

법륜스님과 오연호 대표는 이날 광주에 이어 네 차례 더 북콘서트를 진행한다. 이후 북콘서트 일정과 장소는 다음과 같다.

 

▲ 울산 - 6월 30일(토) 오후 7시, 울산상공회의소 7층 대회의실(문의 : 010-4160-9387) ▲ 대전 - 7월 3일(화) 오후 7시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연봉홀(문의 : 010-4807-7144) ▲ 부산 - 7월 4일(수) 오후 7시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대강당(문의 : 010-2322-2657) ▲ 서울 - 7월 9일(월)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문의 : 010-9245-2889).

 

☞ [클릭]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 신청하기

 

덧붙이는 글 | 이메일 문의는 yforum100@gmail.com으로 하면 된다.


태그:#새로운 100년, #법륜,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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