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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씨드스쿨 3기 학습코칭 과정이 모두 끝났다. 씨드스쿨이란 대한민국 교육봉사단이 꾸린 교육봉사활동으로 봉사자가 매주 학교에 찾아가 학생들과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총 4개월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고양시 덕양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씨드스쿨을 운영하는 여러 학교와 교회들이 모여 티-스쿨(T-school)을 할 때가 겨울이었는데, 벌써 여름이 되고 학습 코칭도 마쳤다. 졸업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그 동안의 일들이 떠올랐다.

같은 과 친구가 지난해부터 수업만 끝나면 어디로 급하게 가기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씨드스쿨'이라고 답했다. '교육 봉사'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모습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중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찾도록 도와주며 같이 놀고 무언가를 찾고, 만들고 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친구의 소개로 '씨드스쿨'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할까말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티-스쿨에서 다른 봉사자들의 열정에 놀랐다. 그리고 내가 담당하 학생 예빈이와 지냈던 12주의 시간들이 필름 돌아가듯 지나갔다.

처음 시작할 때는 바쁜 학교 생활과 씨드스쿨 봉사활동을 모두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한 달 간 고민했다가 신청한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2012년 1월 18일, 티-스쿨과 개강 전 봉사자들간의 모임에서 앞으로의 4개월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3월 13일, 드디어 예빈이를 만났다. 만나서 반갑다는 편지를 쓰고 덕양중을 찾았다. 정신없이 개강식이 끝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귀가지도 시간이 됐다. 처음 보는 학교, 처음 보는 동네, 처음 보는 아이들이라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낯을 가려 처음에 말을 잘 못 거는 성격이라 나와 예빈이만 아주 조용하게 집에 갔다. 다른 봉사자들은 벌써 담당 학생들과 친해져 집에 갔다. 이 모습을 보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말도 많이 하고 재미있게 여러 가지 활동을 해나갔다. 예빈이가 문자에 처음으로 이모티콘을 섞어 보냈을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이제 됐구나' 싶었고, 여러 친구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다. 그 후로 더욱 가까워지고 싶어 문자도 여러 번 보내고 여러 가지 얘기도 했다. 예빈이도 점점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아 즐거웠다.

예빈이를 보면서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재학시절 나는 조별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혼자 하는 개인별 활동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다. 스스로도 그런 모습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예빈이는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참여시키려고 노력했다. 나도 조금 답답했고 아마 예빈이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내가 그러했듯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빈이는 만들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지 많은 활동 중에서 미술 활동을 제일 열심히 했다. '나를 광고하기' 영상에 사용할 사진을 찍기 위해 예빈이가 가져 온 작품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예빈이는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고, 나중에 미술대학에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에 예빈이의 재능이 정말 부러웠다. 그만뒀던 미술학원에 다시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칭찬을 해주니 예빈이도 좋아했다.

12주를 보내는 동안 이런 일도 있었다. 5월 말 현장학습 기간에 예빈이와 홍익대학교 식당에서 인형을 만들고 버스를 타러 나오면서 농성 중이신 청소, 경비 노동자 분들의 천막을 지나갔다. 예빈이가 관심을 보이길래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줬더니 천막 쪽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 아저씨께 여러 가지를 여쭤봤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작 이 학교 학생인 나는 서명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정의로운(?) 사람으로 생각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덕분에 예빈이는 아주머니들의 칭찬도 듣고 책 한 권까지 얻어서 아주 좋아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봉사자들이 학생들에게 배운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학교 정문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생각이 난다.

4개월이 지나고 졸업식마저 끝났다. 7월에 갈 졸업여행마저 끝나면 너무도 예쁜 아이들과 진짜로 헤어지게 된다. 정말 아쉽다. 처음 본 봉사활동이라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이제 우리를 친근하게 부르기 시작했고, 어떤 학생은 내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떠날 졸업여행이 기대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가 참 궁금하다. 서툰 봉사활동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덕양중에서의 한 학기를 잊지 않을 것이다. 같이 봉사하는 친구가 티-스쿨에서 말해줬던 '유쾌한 피곤함', 이 말이 나의 지난 4개월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다.


태그:#교육봉사, #봉사,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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