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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정전 대비 훈련이 진행됐지만 대부분의 매장들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진행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정전 대비 훈련이 진행됐지만 대부분의 매장들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진행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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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상황실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전력거래소엔 이기환 소방방재청장(가운데 노란색 상의)이 방문해 훈련 상황을 지켜봤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상황실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전력거래소엔 이기환 소방방재청장(가운데 노란색 상의)이 방문해 훈련 상황을 지켜봤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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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21일 오후 9시40분]
지경부 "원자력 5기 아껴"... 일반 국민 참여는 저조

"모든 국민이 전기 모으기에 동참한 결과, 원자력 5기에 해당하는 548만kW를 아꼈다."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적인 정전 훈련 결과 548만kW 전력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감량 70% 이상이 '수요관리'가 가능한 산업체에서 나온 것으로 일반 주택이나 업소 등 국민 참여는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오후 5시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전력 사용량은 오후 2시가 가까워 오며 줄어들기 시작해 전력거래소에서 수급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한 오후 2시 10분쯤에는 평소 6794만kW보다 548만kW 줄어든 6246만kW로 나타났다. 이후 차츰 전력 사용량이 늘어 2시 30분경에는 평소 수준으로 돌아갔다.

피크시간대 점유율이 54%로 가장 높은 산업체가 387만kW를 절감해 기여도가 71%에 달했고, 일반건물은 138만kW(25%), 교육기관은 9만kW(1.6%), 공공 부문은 13만kW(2.3%)로 평소 점유율과 기여도가 비슷했다. 반면 평소 점유율이 11%를 차지했던 주택 부문은 0.5만kW를 아껴 기여도가 0.1% 수준에 그쳤다.

이에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낮 시간대 집에 있는 국민들이 많지 않아 조명 끄는 정도로는 절전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반건물 가운데서도 사무용 건물은 건물 관리자가 있어 참여도가 높았지만 상업용 건물은 고객 불편과 매출 감소 우려도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체 기여도가 높은 게 '수요관리' 탓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이번 주 들어 거의 수요관리를 안했고 오늘도 통상하던 수요관리는 없었다"면서도 "오늘 훈련이 있으니 수요 관리 때와 유사하게 조업 시간을 바꿔달라는 요청은 했지만 금전적 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에서는 여름휴가철 등 특정 기간에 전력 사용을 줄인 업체에게 감소분만큼 현금으로 지급하는 '수요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실장은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단계별로 문자나 재난방송으로 긴급 절전을 요청하게 되는데 실제 수요 감축 효과가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었다"면서 "전력수요가 곧 원상복귀되긴 했지만 실제 상황 발생시 취약시설 대피 훈련과 연락망이 잘 갖춰졌는지 점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현장 점검 결과 일부 상가에서 문을 열고 냉방을 가동하거나 지나친 냉방으로 점원들이 긴 소매 옷을 입고 근무하는 등 여전히 전력 낭비 요인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오늘 훈련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국민발전소' 건설 캠페인을 계속 해나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이런 훈련을 더 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21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 매장. 마네킹이 가게 조명을 받고 있다.
 21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 매장. 마네킹이 가게 조명을 받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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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21일 오후 4시 35분]

[훈련 현장-명동] "벌써 2시 지났어요?"... 상점 대부분 전등·에어컨 안 꺼

이충현(28·가명)씨는 서울 명동 A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느라 정신없었다. 품에 안긴 아이가 울지 않도록 조심스레 옷걸이를 훑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정 엄마와 함께 백화점 안 상점들을 더 돌았다. 쇼핑하기 편리해 평소 이곳을 애용한다.

여느 때처럼 이곳은 밝고 쾌적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이 진열대에서 환한 조명을 받으며 돋보였다. 에어컨 바람이 피부에 닿을 정도로 매장 안은 시원했다. 느긋하게 백화점 안을 둘러보던 중,

21일 오후 2시부터 정전 대비 훈련을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전국적으로 에어컨과 전등을 끌 거라는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끄러운 언론 보도와 다르게, 백화점 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은행·공공기관 외 매장들 참여 안 해..."들은 바 없다"

이날 오후 2시 정각. 명동 일대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민방위 훈련할 때 들리는 소리와 같았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여전히 도시는 밝았다. 서울 중구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우리은행 종로지점 사이 지상에는 50여 개의 상점이 있다. 이중 20분 동안 에어컨과 전등을 끄며 정전 대비 훈련에 성실히 참여한 점포는, 명동에서 제일 크다는 화장품가게와 은행뿐이었다. 다른 골목도 사정은 똑같았다. 명동예술극장부터 복합쇼핑몰인 눈스퀘어 사이의 거리에서 불이 꺼진 곳은 극장, 은행 두 곳이 전부였다.

명동 상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의류·잡화·화장품 매장은 정전 훈련 20분 동안 손님을 받기 바빴다.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는 A 의류 매장을 찾았다. 매장 안은 하얀 조명으로 눈부셨다. 입구 앞 경호원에게 정전 대비 훈련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무전기로 매장 관리자 측에 물어보더니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B 화장품 매장 직원도 역시 "가게 옆 은행만 참여했다, 우리는 안 했다"고 말했다.

C신발 매장 관리자 김아무개(38)씨는 "오늘 오후 2시부터 하나요?"라며 시계를 봤다. 당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이미 훈련이 끝난 뒤였다.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명동 일대 매장 들은 국내 손님 및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해야 한다"며 "훈련에 참여하기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7월부터 매장별 전력 사용을 규제한다고 하니 그때 되면 다들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극 정전 대비 훈련에 참여한 곳도 있었다. 명품관 에비뉴엘과 롯데백화점은 오후 2시가 되자마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입주 매장 전등만을 남겨두고, 1층 쇼윈도와 통로 조명은 소등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곳곳에 자리 잡으며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기자들을 보고는, 안네데스크 직원에게 "전등 꺼라"고 지시하는 관리자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명동지하쇼핑센터는 공기조화기와 통로조명, 가게별 전등 하나씩만을 남겨두고 전부 끄거나 조명 강도를 낮췄다. 김성순 상가사업단 명동관리소 소장은 "공기조화기는 바깥과 지하 온도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기 켜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무실 불도 다 껐다"며 컴컴한 관리사무실 안을 가리켰다.

훈련 중이라고? "지금 에어컨 나오는데"... 시민들 잘 몰라

대다수 시민들은 정전 대비 훈련을 한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진행된 훈련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명동 A 백화점에서 오후 2시 10분께 만난 김아무개(26)씨는 "지금 훈련 하고 있는지 몰랐다, 에어컨 바람도 나오는데"라며 당황했다. 거리에서 만난 박상현(25)씨는 "지금 2시가 지났는지 몰랐다"며 "오면서 가게들을 둘러봤는데 불 꺼진 곳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보란(25)씨는 "사이렌 소리를 들었지만 훈련이란 사실은 딱히 못 느꼈다"며 "훈련 자체가 별로 소용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인들 역시 명동 일대에서 정전 대비 훈련을 하는지 몰랐다는 눈치였다. 다나카씨는 "오후 2시 20분 전에 신발가게에 들렀는데 불이 켜져 있었다"고, 야마구치씨는 "훈련 같은 걸 하는지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들은 일본에 비해 한국 도시 전력 사용이 많다고 생각했다. 오노씨는 "일본의 도시는 낮에 간판을 켜지 않는데, 한국 도시는 아침에도 전등이 다 켜져 있어 길거리가 반짝거린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히구치씨는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전국이 절전 중"이라며 "한국을 돌아다녀보니 확실히 일본보다 전기를 많이 쓴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상황실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상황실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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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전력관제센터에서 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전력관제센터에서 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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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1일 오후 4시 5분]

[훈련 현장-전력거래소] '심각' 경보에 500만kW '절전 효과'

"영흥화력 1호기 불시 정지.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수급 경보 '심각' 단계 발령합니다. 한전과 발전사에 급히 연락하세요."

21일 오후 2시 10분. 전력 수급 상황판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1시간 전 580만kW로 여유 있던 예비전력은 40만kW까지 떨어졌고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 그래프.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 그래프.
ⓒ 전력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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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훈련 상황실에선 정전에 대비한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상황이었지만 8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든 탓에 상황실엔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1시 30분 580만kW였던 예비전력이 450만kW로 떨어지자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 경보를 발령했다. '피크 타임'인 오후 2시가 가까워오며 전력수요가 급증하는데 예상치 못한 발전소 사고까지 겹쳤다. 급기야 예비전력이 140만kW까지 떨어지자 '경계'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2시 10분에는 가장 수위가 높은 '심각' 경보를 발령했다.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전력관제센터에서 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2시 10분 예비 전략이 100만kW 아래로 내려가자 가장 높은 경고 단계인 ‘심각’ 경보를 발령했다.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모의 전력관제센터에서 에서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2시 10분 예비 전략이 100만kW 아래로 내려가자 가장 높은 경고 단계인 ‘심각’ 경보를 발령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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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훈련이기에 망정이지." 2시 20분 훈련 상황이 종료되자 전력거래소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은 내쉬었다.

이날 상황실장을 맡은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전력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기관과 한전, 발전사들과 통보 체계를 점검했다"면서 "지난해 9.15(정전대란) 때는 전력 문제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는데 이번 훈련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절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센터장은 "때 이른 더위로 전력 상황이 여의치 않아 8월 둘째주에서 셋째주가 되면 예비전력이 147만kW까지 떨어져 300만kW 정도가 부족할 걸로 예상한다"며 "전력 예보를 통해 어려움을 통보하면 절전에 국민들이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훈련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 비상 상황이 발생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전력 수요가 평소보다 500만kW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전력 사용이 급감하는 점심시간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 관공서를 비롯해 대형 건물에서 에어컨 끄기 등 위기 대응 훈련에 참여한 '효과'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오후 5시 훈련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2신 : 21일 오후 3시 50분]
[훈련 현장- 대형마트] 오후 2시 정각 불은 꺼졌지만... 비상발전기 가동


롯데마트 구로점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 전 모습
 롯데마트 구로점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 전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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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구로점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 시작과 함께 전원을 끔.
 롯데마트 구로점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 시작과 함께 전원을 끔.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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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정각 대형마트 매장 안의 전등이 모두 나갔다. 잠시 어두워진 매장에 있는 손님들은 약간 놀라는 듯 멈칫 했으나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전력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된 롯데마트 구로점은 평일 오후라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훈련내용을 소개하는 방송이 흘러나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는 오후 1시 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안내방송을 실시했으며, 오후 2시가 되자 한전으로부터 들어오는 인입 특고압 전원을 차단했다. 순간 매장 안의 전원은 일시에 나갔다. 하지만 30초가량이 지나자 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호근 팀장은 "전원이 나가면 계전기가 3초 후에 비상발전기가 가동될 수 있도록 전원이 공급되고 발전기가 가동이 되면 30초 후에 전력이 공급되기 시작해 전체 전력의 40%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구로점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으로 전원을 껐으나 비상발전으로 40% 전력 회복.
 롯데마트 구로점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으로 전원을 껐으나 비상발전으로 40% 전력 회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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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의 손님들은 대체로 정전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로동에서 온 이문정(40)씨는 "오늘 훈련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날씨가 더워지고 전력난이 심할 텐데 집에서도 전기를 아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장을 둘러보던 김고은(29)씨는 "오늘 전력 위기대응 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 당황스러웠다"며 "그러나 이런 훈련을 자주 하면 전기도 아낄 수 있고 대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훈련을 하면서 방송만 나오고 일부 직원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도 보였다. 손님 김준기(65)씨는 "오늘 훈련에 대해 몰랐다"며 "이곳 직원들도 잘 모르더라, 통제는 했는데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고 불편하더라"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섰는데 왜 섰는지, 언제부터 가동되는지 설명하지 않아 불편했다고 한다.

롯데마트 구로점에서는 이날 오전 영업시간 전에 전체 소등을 하는 예행연습을 했다고 하지만 처음 실시된 훈련이어서인지 정확한 숙지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은 20분이 지난 뒤 완전 전력이 공급되는 것으로 끝이 났다.

[1신 : 21일 오전 11시 30분]
"사이렌 울리면 에어컨 끄세요"... 명동·강남도 통할까

2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 '정전 대비 위기 대응훈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 '정전 대비 위기 대응훈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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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부터 냉방시설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사무실 전등을 소등합니다."

2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는 정전 훈련을 알리는 현수막과 냉방 가동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었다. 정부는 민방위의 날을 맞아 이날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지난해 9.15 정전 대란과 같은 전력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전국 단위 훈련이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경보 사이렌을 울려 경계 경보를 발령하고 오후 2시 10분부터 심각 상태를 알리는 2차 경보 사이렌을 울린다. 이때부터는 서울 염리동 래미안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 7대 도시 28개 시범 건물에서 실제 단전이 이뤄진다. 50만kW 이상 전기를 쓰는 31만 수용가에도 절전을 요청한다.    

한국전력거래소 21일 전력수급 예보에 따르면 이날 최대전력 발생 시간은 훈련시간과 동일한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최대전력은 6700만kW다. 이 시간대 예비 전력은 478만kW로 '정상' 상태로 이날 전력 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예비전력 400만kW 미만은 '관심', 300만kW 미만은 '주의', 200만kW 미만은 '경계' 단계고 100만kW 밑으로 떨어지면 '심각' 단계다. 지난해 9월 15일 '정전 대란' 당시에는 예비전력이 24만㎾까지 떨어져 '블랙아웃(전국적 동시정전사태)'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지난 7일 오후 2시경에도 예비전력이 9.15 정전 이후 역대 최저인 315만kW까지 떨어져 '관심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조석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전력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 전력 수급 위기가 연중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9.15 정전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려면 모든 국민이 솔선하여 절전에 참여하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식경제부는 18일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같은 20여 개 서비스업체 대표들을 불러 '국민발전소' 건설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IMF 당시 '금 모으기'처럼 이들 가맹점이 매장 냉방 온도를 섭씨 26도 이하로 낮추고 문 열고 냉방 영업을 하지 않으면 발전소 하나 만드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한발 더 나아가 전국적인 위기대응훈련으로 전력 위기 상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날 훈련뿐 아니라 앞으로 전력난 해소의 성패는 관공서나 대형 빌딩뿐 아니라 명동과 강남에 밀집한 가게 주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손님들의 인내심에 달린 셈이다.


태그:#정전훈련, #블랙아웃,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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