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영조 전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전 진실화해위 위원장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009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위'(진실화해위) 위원장 시절 '번역오류'를 이유로 영문책자 배포를 중단했던 이영조 전 위원장이 영문책자 번역·감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판사 정연택)은 지난 15일 이영조 전 위원장이 번역자인 김성수씨 등 3명에게 각 10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김씨 등 3명에게 각 800만 원씩 총 2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이 법원의 조정에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애초 제시한 조정금액보다 총 600만 원이 더 많은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0년 1월 5일 "뉴라이트 출신인 이영조 위원장이 취임 직후 전임 위원장 시절 발간된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영문책자 배포 중단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좌파정권 흔적 지우려 영문책자 배포 중단?

재판부 "번역오류 인정하기 부족해"... 김성수씨 "진실은 승리한다 보여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문보고서 배포를 중단할 정도의 문법, 구문상의 오류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전 위원장이 이(번역오류)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번역에 오류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언론기관과의 인터뷰에서 영문보고서의 배포 중단 사유를 번역오류라고 밝힌 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이 전 위원장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10년 3월 시사주간지 <주간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영문책자는 해외에 내보이는 위원회의 얼굴인데 문법, 구문상의 오류, 어색한 부분이 많아서 배포를 중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2월 진실화해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추가로 제작한 영문홍보책자 <진실과 화해>(Truth and Reconciliation)의 배포를 중단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영문책자 배포 중단의 이유로 "문법, 구문상의 오류" 등 번역오류'를 들었지만 뉴라이트 성향 신임 위원장의 '좌파정권 흔적 지우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번역·감수자인 김성수씨와 박은욱씨, 마이클 윌리엄 허트씨 등 3명은 지난 2010년 5월 이 전 위원장을 상대로 각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2년여 만에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을 이끌었던 김성수(현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씨는 18일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검열이라고 본다"며 "영문보고서에만 있는 전임 위원장(안병욱)의 글을 뉴라이트 성향인 이 전 위원장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는 사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침해했다"며 "이번 승소판결로 인해 개인 명예는 회복됐지만 2년 전으로 돌아가 영문책자 배포중단을 되돌릴 수 없게 된 점은 참으로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영문책자 배포 중단은 일종의 분서갱유에 해당하는데 책은 이미 불타 없어졌는데 2년 뒤에 무죄판결이 나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이 전 위원장은 3000만 원만 내고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번역·감수자 6명 중 3명이 소송에 참여했는데 '힘이 정의다'라고 믿는 일반 사람들이 이번 판결로 인해 '진실이 정의다',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영조 전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해서 지금 항소 여부를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태그:#진실화해위 영문책자 배포중단, #이영조, #김성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