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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령부와 군검찰이 한 대학생으로부터 제보 받기 전부터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육사출신 이아무개(28) 대위를 사찰해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오마이뉴스>에서 군검찰(제7군단 보통검찰부)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인쇄돼 군검찰의 수사기록에 첨부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상관모욕죄 제보의 발단이 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언쟁'은 이보다 뒤인 지난 3월 3일에 벌어졌다. 제보를 받기도 전에 이 대위의 트위터 글을 갈무리해 놓은 것. 이에 따라  기무사와 군검찰이 진작부터 이 대위의 트위터를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위 트위터 글은 왜 2월에 인쇄됐나  

외부에 알려진 이 대위가 이명박 대통령 등의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 3월 3일 이 대위와 대학생 A씨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 이 대위는 "해군기기 건설에는 찬성하지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자신이 현역 군인임을 밝혔다.

그러자 A씨는 "어떻게 현역 군인이 국방부 시책에 반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고, 두 사람이 나눈 대화화면을 갈무리해 기무사에 제보했다. 

A씨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말 현역 대위라면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국군 통수권자를 모욕한 것이 된다"고 이 대위를 기무사에 제보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언론에서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가) 보도되면서 대통령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동원돼 (이 사안이) 정치적으로 변질된 것 같다"면서 "대통령 즉 국군통수권자가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대통령이 누구든지간에 상관없이 신고했을 것"이라고 거듭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2011년 10월 21일 부대창설 61주년 기념식이 열린 기무사 부대 전경
 2011년 10월 21일 부대창설 61주년 기념식이 열린 기무사 부대 전경
ⓒ 기무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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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무사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만으로 이 대위를 군검찰로 넘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대위가 올린 'MB 비방 트위터글'을 찾아내 관련자료를 군검찰로 넘겼다. 이에 군검찰은 이 대위를 두 차례 소환조사한 뒤 지난 3월 22일과 4월 26일 그를 상관모욕죄(군형법 제64조 제2항)로 기소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군검찰의 수사기록은 기무사와 군검찰이 진작부터 이 대위를 사찰해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준다.  

군검찰은 이 대위를 기소하면서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갈무리해 수사기록으로 첨부했다. 그런데 이렇게 수사기록으로 첨부된 자료들은 지난 2월 2일과 14일, 3월 8일에 인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위와 A씨가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으로 언쟁을 벌였던 3월 3일보다 앞선 시기에 다수의 트위터 글이 인쇄된 것이다.

이는 기무사나 군검찰이 A씨로부터 제보받기 전부터 이 대위의 트위터를 사찰해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군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 가운데 '가카 이 ×× 기어코 인천공항을 팔아먹을라고 발악을 하는구나' 등 15건에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그를 기소했다.  

앞서 이 대위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육사 **기, 일 방위대 **기 위탁생도, 현 **병과 대위, **학교 근무중임다"라며 자신의 신분이 현역 군인임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무사와 군검찰에서 그의 트위터 글을 검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무사와 군검찰이 이 대위를 국가보안법 혐의로 옭아매려고 사찰해 오다 관련증거를 찾을 수 없어 상관모욕죄로 방향을 틀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한 정보통은 "기무사에서 군내 요주의 대상자를 특별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며 "평소 주시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먼지 털 듯이 털어서 수사하는데 이 대위도 그 대상자로 분류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무사 "제보 받아 군검찰로 넘겨"... 군검찰 "언론접촉 금지 상태"

국군기무사령부 부대기
 국군기무사령부 부대기
ⓒ 기무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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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기무사 공보관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대위 건은 우리가 제보를 받아 군검찰로 넘긴 것이지 우리가 별도로 수사해서 넘긴 게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수사권이 없어서 이 대위를 조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공보관은 "기무사가 군내 요주의 대상자를 특별관리한다는 주장은 물론이고 이 대위가 그 특별관리대상이었다는 주장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군검찰의 한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대위 건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상부에서)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태"라며 "이 대위 건과 관련해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 사건의 2차 공판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다. 


태그:#상관모욕죄, #제7군단 보통검찰부, #기무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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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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