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육사 출신 현역 대위가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군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는 "유신정권 때나 있었던 국가원수 모독죄의 부활"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군형법상 정의된 상관에 '대통령'을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의 취지는 군기를 세우기 위한 것인데 이아무개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군기와는 전혀 상관 없는 행위"라고 군 검찰의 기소내용을 반박했다.
군 검찰(제7군단 보통검찰부)은 지난 3월 22일과 4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육사 출신 이아무개(본명)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했다. 이 대위가 트위터를 통해 올린 "가카 이 새끼 기어코 인천공항 팔아먹을라구 발악을 하는구나" "개독신문 제목 'MB는 하나님이 기름 부은 대통령' 기회다! 불만 붙이면 되겠군" 등 십수 건의 글이 군통수권자로서 상관인 이명박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이 대위에게는 군형법 제64조(상관 모욕 등) 제2항이 적용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과격한 호칭 등을 써가며 명령권을 가진 대통령을 모욕하고 있어 당연히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군 검찰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로 현역 군인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기소한 이번 사건은 군형법상 '상관'의 범위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 현역 군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등의 쟁점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화가 더딘 군대에서만 '국가원수 모독죄' 남아"최 변호사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군인의 정치적 비판의 자유를 봉쇄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군기와 관련한 법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대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원수를 비판할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대통령의 안보정책이나 국군의 날 대통령이 기념사 등을 비방한 게 아니다"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대위를 기소한 것은 군형법상 상관모욕죄 취지에 전혀 맞지 않고 오히려 군가원수 모독죄를 되살려 겁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유신정권 때 국가원수 모독죄가 있었는데 그것은 정치적 비판의 자유를 봉쇄하기 위해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범죄까지 지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깨달아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런데 민주화가 더딘 군대에서는 국가원수 모독죄가 남아 있었다"며 "국가원수 모독죄가 군대에서만 목숨을 유지하다가 (MB 정부라는) 어지러운 시대를 틈타 살아났다"고 꼬집었다. 유신정권 때 있었던 '국가원수 모독죄'가 이 대위 사건을 통해 '상관모욕죄'로 부활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 변호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소령, 중령급 중에서 징계를 받은 경우는 많았지만 이 대위의 경우처럼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처음이다"며 "이는 소통을 거부하는 권력의 시대착오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이 공무원들의 시국선언에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군검찰이 그런 데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법원조차도 군인을 정당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군 검찰이 불온한 자신감을 갖고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위를 법으로 옭아매려는 것은 헌법에 비추어 시대착오적"이어 최 변호사는 "상관의 정의에 대통령까지 포함시킨 '군인복무규율'은 대통령령에 불과한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대통령령 가지고 제약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설사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해도 징계하면 될 일이지 형사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황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자기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직무의 공정성이 침해받는다면 문제가 된다"며 "하지만 직무를 떠난 상황이라면 신분이 공무원이나 군인이라고 해서 사생활이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변호사는 "(권력 쪽에서는) 군인들을 정권 수족으로 간주하다 보니 '군인은 우리 편이어야 하니까 우리를 비판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며 "하지만 법으로 이 대위를 옭아매려는 것은 우리 헌법에 비추어 보면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변호사는 "한 사람을 망가뜨리면 '일반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 대위처럼 상관모욕죄로 기소하는 것 등을 통해 (권력에) 눈치보고 엎드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모든 권력에 앞서 맨 처음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헌법"이라며 "헌법보다 권력자의 의지를 위에 놓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적 질서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