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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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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효정(51)씨의 직장은 대전시가 운영하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하 대전진흥원)이다. 지난해 11월 상근 임원(원장)으로 취임했다. 상근(常勤)이란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여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대전진흥원장은 영상 중심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대전 문화산업 CEO 자리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전진흥원 원장의 연봉은 그나마 최근 2000여만 원이 줄어 1억 원이다. 반면 이 원장의 주당 법정근무시간은 32시간이다. 근무시간도 탄력적으로 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은 살인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연간 2116시간(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49시간)에 비해 무려 360시간이 많다. '오래, 많이' 일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는 대한민국. 이런 환경에서 '배우 이효정'이 다른 근로자를 대신해 '하루 6.4시간, 주 32시간만 일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으니 선구자라 해야 할까?

이 원장은 대전진흥원을 아르바이트직 정도로 오판했던 모양이다. 상근임원임에도 일일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4일 종영된 KBS 아침 일일 드라마 <복희누나>에 출연해 온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취임 이전에 출연 계약한 정황을 참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희누나>가 종영하자마자 지난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새 저녁 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에 출연하고 있다. 주인공 아버지 역이다. 잠시도 드라마 출연과 배우라는 직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 진흥원장은 왜 수락한 것일까. 들어오는 드라마마다 출연하면 대전진흥원은 누가 키우나. 

대전진흥원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돌볼 만큼 한가한 상황도 아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고소고발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업무실적 등에 따른 논란으로 진흥원 앞을 지나려면 '귀를 막고 지나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배우 이효정', 휴일에는 쉬게 하라

OECD 국민1인당 연간 노동시간
 OECD 국민1인당 연간 노동시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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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의 법정근무시간은 당초 주당 40시간이었다. 그런데 대전진흥원 이사회가 지난 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근무시간을 줄여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서울을 오가야 하는 촬영일정을 감안해 근무시간을 줄어준 것이다. 시민혈세를 담배 개비 나누듯 인심쓰는 모양새는 씁쓸하다. 이사들이 이 원장에게 '원장직'보다는 '탤런트'를 더 열심히 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이 원장의 행보를 보더라도 그의 천직은 배우다. 대전진흥원장실에 앉아 보고서를 넘기는 일만으로는 증기기관차 엔진처럼 달아오른 '배우' 일에 대한 열망을 식히기 어려웠나 보다. 이 원장이 오죽했으면 진흥원 근무에 지장이 없도록 심신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인 '휴가일'과 '휴일'에 촬영을 하겠다고 했을까.  

대전시(시장 염홍철)와 대전진흥원 이사회에 제안한다. '배우 이효정'으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놓아 달라. 그를 자유롭게 KBS 배우로 일할 수 있도록 원장직 굴레를 벗을 수 있도록 해 달라.

배우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그에게 순간의 오판을 근거로 '근무계약서'를 내미는 것은 예의도 아닐 뿐더러 적시적작(適時適作, 제철에 작물을 키워냄)이라는 인재양성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은가.


태그:#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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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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