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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들에게 뭘 남기고 갔을까요?"

"그가 남긴 자취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공연은 참석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13일 오후 6시 30분, 대전 유림공원(대전광역시 유성구) 3주기 추모공연장에 350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행사장은 차분했다. 아니 무거웠다. 그런데도 첫 시작부터 멘붕을 겪고 있는 낙선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행사장은 이내 웃음에 이어 희망을 합창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김용민, 문성근, 양정철, 김종민 전 후보가 무대에 올랐다. 탁현민 사회자가 이들에게 선거패인을 물었다. 문성근 전 후보는 "당선되면 대선에 못나가지 않느냐. 부산에서 떨어져야 대선에 나간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사이코 패스역을 맡은 5년 전 출연한 '실종'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케이블 방송에서 야권통합 운동이 시작된 이후부터 반복해서 약 100번 이상 틀었다"며 "좋지 않은 영화 속  이미지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욕마담' 김용민 " 전반전에 자책골..후반전은 관중석에서 응원단장 하겠다"

 

충남 논산 계룡 금산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자유선진당 이인제후보에게 패한 김종민 전 후보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와 기대를 했는데 잠깐 졸다 일어났더니 지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늦게 지역으로 내려간 게 패인인 것 같다"서도 "어르신들이 저보고 '김용민 동생'이라고 하더라. '김용민' 후보와 이름이 비슷해 손해를 봤다"는 말로 김용민 욕설 파문이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쳤다.

 

자신을 '욕마담'이라고 불러달라고 청한 김용민 전 후보는 "다 제 책임이라는 얘기에 힘들었지만 억울한 면도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김용민 때문에 떨어졌다는 얘기에 가슴이 아프다가 내가 이렇게 위력 있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에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며 "(대선 후보를) 양보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길을 터줬기 때문에 올해 대선에서는 꼭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종민 전 후보도 "전체를 보면 축구경기 주심(언론)이 편파적인 상황에서 나꼼수가 있었기에 이 정도의 성적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예선에서 탈락한 양정철 전 예비후보는 "문재인 이사장 때문에 떨어졌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서 정권교체 뜻을 이루라는 하늘이 뜻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입장 밝히겠다"

 

관객들은 이들이 '맨붕 탈출 방법'을 전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문성근 전 후보는 "낙선했지만 이 정도 득표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이번 대선에서 경선을 대규모 국민 축제로 벌이는 것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발 투표 등으로 500만 명 이상의 참여 속에서 경선을 치르면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용민 전 후보는 "축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전반전에 들어가 자책골을 넣었다. 잠시 쉬고 후반전은 관중석에서 응원단장을 하겠다. 승리로 올 연말 경기를 종료시키겠다"고 말했다.

 

행사장 분위기는 바리톤 박경종과 '카피머신'의 공연에 이은 문재인 당선자, 정연주 전 KBS 사장, 안희정 충남지사의 등장으로 더욱 고조됐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당선자는 "그동안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모 행사를 잘 마친 후 밝히겠다고 했다. 행사마치면 곧바로 민주당 당대표 선출 절차가 있는 만큼 당에 부담주지 않는 시기를 선택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라는 말로 출마 결심을 했음을 시사했다. 참석자들도 환호성과 박수로 그의 결심을 응원했다.

 

보수 언론을 넘어설 묘안을 묻는 객석의 질문에 정연주 전 사장은 "42년째 언론에 몸담고 있지만 이렇게 언론이 한쪽으로 기운 적은 처음"이라며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조중동을 이미 보지 않고 있고, 팟캐스트 등 새로운 언론이 늘어가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칼을 휘두른 사람은 이명박이지만 총지휘한 사람은 최시중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나. 누가 더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 같냐"고 되물었다.

 

양정철 "MB 잘 한 일은 종편..발 묶어 휘청거리게 할 결정적 시기올 것"

 

문재인 당선자는 "최악의 상황에서 총선을 치렀다"며 "이길 수 있도록 실력을 쌓고 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희정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노무현 전직 대통령이 북에 퍼 주기했다는 공격 자체가 국론분열이자 안보를 해하는 일이라며 중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경제문제를 들여다봐도 김대중, 노무현 시대가 이명박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나았다"며 "안보와 경제문제 등에 다른 대응 모습을 취하면 좋은 여건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정철 전 예비후보는 "조중동의 발행부수를 모두 합해도 시민들이 애청하는 여러 팟게스트 매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미 여론구조는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잘 한 일은 조중동에 종편을 준 것"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매매하지 못하도록 종편의 발을 묶어서 돈을 쏟아 붓고 휘청거리게 할 결정적 시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탁현민 "노 대통령 추모행사, 이제 안할 것"

  

이날 행사를 연출한 탁현민씨는 "3주기를 끝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공연을 그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지금은 추모의 마음보다 스스로가 또 다른 노무현이 되고 희망이 돼 스스로를 위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에게 던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너는 왜 추모공연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답하자면 위로받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서 위로 받기보다는 우리스스로 위로가 되고, 스스로 희망이 돼 대선을 치러내야 합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뒷모습이 담긴 노란대형 풍선이었다. 누구는 이를 해품달(해를 품은 달)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밴드 '강산에'는 이날 마지막 노래로 '깨어나'와 '넌 할 수 있어'를 열창했다. 관객들도 합창했다.

 

 


태그:#노무현 , #추모콘서트, #대전 유림공원, #문재인,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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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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