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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자전거도로 풍경.
 북한강 자전거도로 풍경.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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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자전거 없이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행복한 팔자를 꿈꾼다. 자전거여행을 떠나고 싶은 곳이 있기는 한데, 그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일이 너무 고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앞뒤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승용차든 버스든 자동차에 싣고 떠나야 하는데 그것마저 번거롭고 귀찮다 싶게 느껴진다. 그럴 때 현지에 도착해서 바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여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게 마음은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어 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일에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그냥 가벼운 짐 가방 하나 들고 떠날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내 경우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강원도 화천'이다. 내 생각에 자전거 없이 떠나는 자전거여행지로 국내에서는 화천을 따라올 곳이 없다. 물 좋고 산 좋고 나무 좋고 꽃 좋기로, 유유자적 맘 편히 몸 편히 자전거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는 단연 화천이 최고다.

화천 MTB 대여소. 자전거를 빌리는 사람들.
 화천 MTB 대여소. 자전거를 빌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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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말고도 국내에는 자전거여행지로 적합한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자전거 없이 자전거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경주'와 '제주도'다. 경주와 제주도 모두 자전거 임대사업이 크게 활성화되어 있어, 경주역이나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화천을 경주나 제주도 같은 이름난 관광지와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전거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화천이라고 해서 전혀 밑질 게 없다. 규모는 작지만, 짧은 시간 알찬 여행을 즐기고 싶을 땐 오히려 화천이 더 적합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곳 중 지자체에서 직접 자전거임대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화천뿐이다. 그만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 비용은 사실상 무료

화천사랑상품권, 화천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화천사랑상품권, 화천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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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방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화천 시내로 들어서는 길 입구 북한강변에 '화천 MTB 대여소' 간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간단한 신분 확인을 거친 뒤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자전거 임대료는 1만 원.

하지만 그 1만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받는다. 화천사랑상품권은 화천에서 언제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잔액은 상점에서 현금으로 거슬러준다. 사실상 대여료가 무료다.

대여 시간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자전거를 빌린 뒤, 대여소가 문을 닫기 전인 5시까지만 자전거를 반납하면 된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음식물을 준비한다. 여행을 하는 방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여행 중에 물과 음식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갈증과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정도의 물과 음식은 미리 챙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행 코스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개인의 체력에 맞게 정한다. 대여소에서 나눠주는 '명품 산소 100리 자전거 길' 지도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변을 따라 '화천댐'에서 '연꽃단지'까지 양쪽 강변을 크게 순환할 수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길이 100리, 약 40km다. 이 여행 코스 전체를 돌려면 자전거를 타는 데 한낮이 기울 수도 있다.

자전거를 빌릴 때 주의할 점
화천 MTB 대여소의 자전거는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빌릴 때는 자전거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먼저,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요즘 만들어지는 MTB는 왼쪽 손잡이로 앞바퀴 브레이크를 작동한다는 점 잊지 말자. 위치가 헷갈리면, 급정거할 때 자전거가 전복할 수도 있다.

안장 높이와 안장코를 조정하거나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할 필요가 있을 때는 대여소 직원에게 부탁하면 된다. 자전거 헬멧은 무료로 빌려준다. 헬멧을 빌리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데 가능하면 헬멧을 착용할 것을 권한다. 머리 스타일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자전거 자물쇠는 따로 빌려주지 않는다. 이 점이 조금 아쉽다.
중간 중간 놀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면서 좀 더 여유 있게 여행을 하려면, 대여소를 중심으로 왼쪽 코스와 오른쪽 코스로 나눠 절반씩만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대여소에서 왼쪽으로 가면 '화천댐'이 있는 곳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연꽃단지'로 가는 길이다. 어느 길이든 자전거 타는 재미가 그만이다. 양쪽 다 풍경이 아름답기로 손색이 없다.

선호도 면에서는 화천댐 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전거도로 주변 풍경이 좀 더 다채롭고 정겨운 멋이 있다. 하지만 연꽃단지로 가는 코스 역시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최근에 만들어진 북한강 자전거도로가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지만,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동구래마을'과 '연꽃단지'로 가는 길은 이 길이 아니고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오늘은 화천의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찾아 연꽃단지 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북한강을 가로지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폰툰다리. 지금은 조정대회를 위해 일시 다리를 철거한 상태.
 북한강을 가로지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폰툰다리. 지금은 조정대회를 위해 일시 다리를 철거한 상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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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물놀이 공간으로 변모 중인 '붕어섬', 화천의 명물 '폰툰다리' 

붕어섬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붕어섬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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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붕어섬'이다. 이 섬은 춘천댐이 생기고 주변 지역이 수몰되면서 만들어졌다. 섬 주변에서 붕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붕어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섬이 하류 쪽으로 길게 뻗은 형태를 하고 있어, 겉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크고 넓다. 붕어섬은 그 안에 조성돼 있는 시설들만으로도 놀이와 휴식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는 섬이다.

붕어섬은 단체로 MT를 오거나 야유회를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다. 잔디가 깔린 축구장과 풋살경기장이 있다. 수영장뿐만 아니라, 그 외 북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 여러 가지다.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북한강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짚라인(하늘가르기)에 몸을 매달 수도 있고, 강물 위에서 수상자전거와 카약을 타는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섬 안에 또 다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이곳은 다인승 자전거가 주류다. 자전거를 타고 섬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주로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자전거를 탄다. 마침 외출을 나온 군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잔디밭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붕어섬은 상붕어섬과 하붕어섬으로 나뉜다. 상붕어섬은 잔디밭이 넓게 깔려 있는 데다 야외공연장과 각종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어 사람들이 상당히 북적거리는 데 반해, 하붕어섬에는 나무와 풀이 우거진 섬 둘레로 자전거도로만 깔려 있는 게 대조적이다. 풀밭 위로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는 나무들과 자전거도로 주변에 연분홍으로 물든 철쭉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붕어섬 자전거도로.
 붕어섬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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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섬을 돌아서 나오면, 왼쪽으로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길게 뻗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자전거도로는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전, 2004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화천군에서는 그때 이미 강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 자전거도로는 취수장이 있는 곳까지 연결된다. 그 이후로는 지난해 말, 만들어진 북한강자전거도로다. 이 도로는 원천 체육공원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북한강자전거도로를 타고 하류 쪽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폰툰다리'가 나온다. 화천에서 볼 수 있는 명물 중에 하나다. 이 다리는 교각이나 별다른 지지대 없이 그냥 물 위에 떠 있어 물결이 출렁이는 대로 다리도 함께 출렁인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요동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그 위로 자전거를 탄 채로 지나갈 수 있다. 화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다리다.

산 허리가 물에 잠겨 있는 강원도의 산.
 산 허리가 물에 잠겨 있는 강원도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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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강 반대편 자전거도로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조정대회 때문에 다리를 일시 철거한 상태다. 돌아가는 길에 폰툰다리를 건너 반대편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예정이었는데 조금 아쉽게 됐다. 이 폰툰다리는 '명품 산소 100리 자전거 길'에만 모두 4개가 설치돼 있다. 다리 가운데 아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아래로 카누나 작은 요트가 지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폰툰다리를 지나 원천체육공원에 이르면 자전거도로가 끝나고 일반도로가 나온다. 자동차들이 다니는 도로이기는 하지만, 지나다니는 차들이 별로 없어 자전거를 타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중간에 '아쿠아틱 리조트'가 나온다. 펜션 형태 숙박시설에 축구장과 수영장 등 몇 가지 레저 시설을 갖추고 있는 작은 리조트다. 만약에 자전거여행 중에 숙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땐 이곳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내부 시설도 좋은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 리조트 역시 화천군에서 운영한다.

동구래마을에서 북한강을 내려다본 풍경.
 동구래마을에서 북한강을 내려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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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야생화 마을, 동구래마을

동구래마을 이호상 촌장.
 동구래마을 이호상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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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틱 리조트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비포장길이다. 얼마 안 가 동구래마을이 나온다. 동구래마을은 한때 개인사업을 하면서 산악구조대 활동도 하던 이호상씨(54)가 촌장으로 있는 마을이다.

동구래마을은 이 촌장이 야생화를 주제로 해서 만든 일종의 테마 마을이다. 황무지나 다름이 없는 땅을 이 촌장이 온 땀과 정성을 들여 야생화가 꽃피는 마을로 만들었다.

산을 탈 때부터 야생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 촌장은 산을 내려온 뒤에도 자연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야생화에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동구래마을은 이미 다 완성이 된 마을이 아니다. 여전히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안팎으로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봄부터 피기 시작한 야생화들은 가을에 정점을 찍는다.

이 촌장 말에 따르면 봄꽃이 남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오는 반면에 가을꽃은 북쪽에서 피기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화천에서 피는 야생화는 가을에 봐야 제맛이다. 지금 동구래마을에는 매발톱, 앵초, 큰꽃으아리, 할미꽃 등의 야생화들과 조팝나무 등의 꽃이 피어 있다. 이 촌장은 꽃 앞에 이름표를 붙여 놓지 않았다. 꽃을 이름만 보고 지나가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일부러 이름표를 달아놓지 않았다. 꽃을 알려면 꽃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한다는 게 이 촌장의 생각이다.

동구래마을에 연꽃단지로 가는 강변길.
 동구래마을에 연꽃단지로 가는 강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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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촌장은 지금 한창 사랑에 빠져 있다. 그 사랑은 야생화를 향한 사랑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사랑'을 주제로 한 정원을 꾸미는 데 상당한 정성을 쏟고 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더 애틋한 사랑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촌장은 동구래마을을 앞으로 자연과 예술과 문화가 꽃피는 마을로 만들 계획이다.

동구래마을에서 연꽃단지로 넘어가는 길이 조금 힘들 수 있다. 이곳에 동구래마을이 있는 건, 이쯤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쉬어가면서 여행을 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동구래마을에서는 때때로 작은 축제가 열린다. 자전거여행 중에 이처럼 쉬어가기 알맞은 마을도 드물다. 아직 입장료는 따로 받고 있지 않다.

연꽃단지 가는 길은 물가에 놓인 길이기도 하면서 산 위를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 위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기보다는 차라리 두 발로 걷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동구래마을에 세워두고 갈 것을 권한다.

동구래마을에서 연꽃단지 가는 길의 강변길. 잠시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동구래마을에서 연꽃단지 가는 길의 강변길. 잠시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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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단지 가는 길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산 아래 물가로 겨우 자전거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옆으로 한 발만 더 내디뎌도 바로 강물이다. 발밑까지 강물이 찰랑인다. 길은 환상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몽환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길을 가는 데 꿈을 꾸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곁에 자전거가 없었다면 이 길 위에 서 있는 내가 현실이라고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참 많은 길을 가봤지만, 이런 길은 또 처음이다.

중간에 금광굴이 나오는 걸 보고서야 현실이라는 걸 깨닫는다. 금을 캐는 광부 형상을 한 조형물과 함께 산 밑으로 사람 한둘이 드나들 수 있는 것 같은 검은 굴이 뚫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일제 강점기부턴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금을 캐던 곳이다. 춘천댐이 만들어지면서 대부분의 굴이 수몰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굴이라고 한다. 지금도 금맥이 남아 있다고 하니 언젠가 채굴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는 굴이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불빛이 필요하고 안에 박쥐들이 산다고 하니까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다.

동구래마을에서 연꽃단지로 가는 길 안내문.
 동구래마을에서 연꽃단지로 가는 길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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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로 유명한 화천을 야생화와 연꽃으로 유명한 화천으로

금광굴을 지나면 그때부터는 산길이다. 그 산길을 내려오면 바로 연꽃단지다. 지금은 연꽃이 필 시기가 아니어서 연꽃단지를 가득 채운 물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연꽃이 필 무렵인 6월 말 경이 되면, 이곳 연꽃단지는 지금과는 또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 지금은 수련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고, 물속에서 자라난 연잎이 점차 수면을 덮어가는 중이다.

이곳 연꽃단지를 조성한 사람은 서윤석(54) 반장이다. 이곳은 예전에는 유명한 낚시터로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오염이 심했던 곳이다. 정화작업에 나서 다시 깨끗한 낚시터로 만들기는 했지만, 사라진 물고기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 반장은 연꽃을 발견하고 거기에 희망을 품었다. 마을 앞 수심이 얕은 곳에 연꽃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연꽃을 재배하면서 강물이 깨끗해진 것은 물론이고, 물고기를 비롯한 각종 수생 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서윤석 반장은 어떻게 보면 산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인 동구래마을의 이호상 촌장과 같은 운명을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다 꽃을 주제로 한 테마 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데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마을의 소득을 높이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마을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을을 오가며 누구보다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나이도 같아, 얼핏 보면 한 동네에서 죽마고우로 자란 사람들처럼 보인다.

연꽃단지 풍경. 5월 말에는 수련이, 6월 말에는 연꽃이 뒤덮는다.
 연꽃단지 풍경. 5월 말에는 수련이, 6월 말에는 연꽃이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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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반장 역시 이 촌장과 마찬가지로 화천군의 지원을 받아 연꽃단지를 조성하게 됐다. 그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연꽃단지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지금은 그다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 계획을 실현하려면 여러 사람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중앙부처에서 그 같은 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꽃단지는 지금도 계속 확장중이다. 연꽃이 피는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강물이 연꽃으로 뒤덮이는 광경이 몹시 궁금하다. 동구래마을과 연꽃단지는 굳이 자전거여행이 아니더라도 강원도 여행길에 한 번은 꼭 찾아가볼 만한 곳이다. 이 두 곳으로 인해 산천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화천(華川)이, 언젠가는 야생화와 연꽃으로 유명한 화천(花川)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동구래마을까지 다시 산을 넘어가야 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아 일반도로로 올라선다. 연지사 왼쪽 옆길로 일반도로와 만나는 길이 있다. 이 길 역시 높고 긴 오르막길이어서 조금 고되기는 하다. 일반도로를 타고 원천체육공원까지 가서야 다시 자전거도로 위로 올라선다. 그 자전거도로 위로 올라서면서 다시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화천을 찾아가는 자전거여행은 물에서 시작해 물에서 끝난다. 어떻게 보면, 물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화천에서의 여행을 더욱 더 즐거운 여행으로 만드는 진짜 중요한 요소는 산과 나무와 꽃에 있다.

허리 아래를 짙푸른 강물에 잠그고 앉아 있는 거대한 산과, 물가에 늘어서서 강물을 나뭇잎 끝까지 퍼 올리고 서 있는 싱그러운 나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강변 풍경이 그렇게까지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물가에 핀 각종 꽃들은 강변 풍경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장식물들이다.

더불어 화천은 그 꽃을 피우고 가꾸는 데 남은 생애를 바치는 사람들이 있어 더 아름다운 곳이다. 꽃피는 봄,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한 자전거여행지로 화천을 추천한다.

연꽃단지 안내도.
 연꽃단지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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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산소 100리 자전거 길' 안내 지도. 오른쪽 끝이 화천댐, 왼쪽 끝이 연꽃단지, 가운데가 자전거 대여소.
 '명품 산소 100리 자전거 길' 안내 지도. 오른쪽 끝이 화천댐, 왼쪽 끝이 연꽃단지, 가운데가 자전거 대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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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붕어섬, #동구래마을, #연꽃단지, #화천,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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