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노량진 노점에서 컵밥을 먹는 이규정 시민기자.
 노량진 노점에서 컵밥을 먹는 이규정 시민기자.
ⓒ 이규정

관련사진보기


참신한 기사, 깨알 같은 기획. 노량진 '명물' 컵밥을 다룬 기사를 봤을 때 들었던 느낌이다. 일상에서 소재(뉴스)를 찾았다는 점에서 참신했다. 후속 기사를 챙기면서 2000원짜리 컵밥으로 대기업을 비판하는 모습도 좋았다.

지난 4월 7일의 일이다. 이규정 시민기자에 의해 서울 노량진에서 벌어지는 '컵밥 전쟁'이 세상에 알려졌다.(관련 기사: 2000원 컵밥을 둘러싼 '노량진 전쟁'을 아십니까) 이 보도 이후 여러 방송과 신문이 후속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 기자는 대기업이 컵밥을 파는 행위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민 경제 영역을 대기업이 침범했다는 판단이다. 이번에도 다른 매체가 이 기자의 보도를 따라왔다.

이규정 기자는 자칭 타칭 '컵밥 전문기자'로 불린다. 컵밥 기사로 <오마이뉴스> '4월의 새 뉴스게릴라' 상도 받았다. 컵밥 전문기자의 컵밥 기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새로운 기획을 하고 있다. 어쩌면 컵밥의 운명은 그에게 달려 있는지 모른다. (이규정 기자가 쓴 기사 보기)

이규정 기자는 홍익대학에 다니는 건축학도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컵밥에 관심을 갖게 됐지? 아래 일문일답을 보면 알 수 있다.

- 컵밥 기사가 확 떴다. 느낌은?
"짜릿할 정도로 기뻤지만 인터뷰했던 지역 식당 주인이 마음에 걸렸다. 5평짜리 분식집에서 장사하는 분인데 가게 바로 앞에서 한 아저씨가 컵밥을 팔았다. 그분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었다. 언론보도 나오기 전에 컵밥 노점상들은 구청 요구대로 밥을 안 팔 예정이었다. 그랬다면 그분 형편이 조금 나아졌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쉽게 사라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썼다. 컵밥 기사들이 3대 포털에 올라가고 검색어로도 떴다. '컵밥전쟁'을 세상에 알렸다는 기쁨이 크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서 뿌듯하다."

- 컵밥 기사를 어떻게 기획했나.
"사실 우리 집이 컵밥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밥 차리기 귀찮을 때 가끔 컵밥을 사먹었다. 3월 말쯤 컵밥을 먹으려고 컵밥집에 갔더니 주인이 밥 대신 서명부와 펜을 줬다. 이유를 물어보니 '구청에서 컵밥을 없앤다고 해서 이렇게나마 해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왜 없애려는지 궁금했다. 컵밥 노점상들을 만나 상황을 듣고 보니 큰 문제다 싶어 기획했다."

- 일각에서 '컵밥 전문기자'라고 부른다. 맘에 드나.
"기분 좋다. 새로운 컵밥 아이템이 떠오를 정도다. 그리고 컵밥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다. 컵밥은 고시생,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에게는 전투식량과 같다. 이들은 '고시'라는 인생의 큰 전쟁을 치르며 시간을 쪼개 쓴다. 이런 사정도 '컵밥 전문기자'가 다룰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깊이 더 취재하라는 뜻으로 그 호칭을 감사히 듣고 있다."

- 그런데, 아쉬움이 좀 있다. 후속 기사가 다소 늦게 나오는데.
"노량진 컵밥 파는 곳과 집이 가까우니 현장을 계속 주시할 수 있다. 어떤 변화가 있으면 바로 쓸 게 아니라 추이를 지켜본 다음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구청의 '컵밥 판매 금지' 공문이 나간 후 일 주일 정도 사태를 지켜봤고, 호일밥(주먹밥)이 등장한 후 일 주일 정도 지켜봤다. 빨리 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정확한 기사를 쓰려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도 계속 컵밥을 보도할 예정인가?
"그렇다. 아직 '컵밥 전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사실상 컵밥 노점상들은 식사류(밥종류)를 팔지 말라는 구청의 명령(?)에 주먹밥을 팔고 있다. 여전히 지역 식당상인과 노점상 주인들은 이 문제로 심도 있게 얘기해본 적이 없다."

노량진 컵밥 노점상 앞에 서 있는 이규정 시민기자.
 노량진 컵밥 노점상 앞에 서 있는 이규정 시민기자.
ⓒ 이규정

관련사진보기


- 3월부터 시민기자로 활동했다. 4월의 새뉴스게릴라로 선정됐고. 시민기자 해보니 어떤가.
"너무 뿌듯하다. 컵밥이라는 좋은 아이템 덕분인 것 같다. 지역주민의 눈으로 동네를 보다가 '기자'로 우리 동네를 보게 되니까 시야가 넓고 깊어졌다. 멀리 갈 것 없이 내 주위를 잘 살피면 뉴스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됐다."

- 원고료와 상금 맛에 빠져 '이달의 뉴스게릴라'와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에도 욕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솔직히 사실이다. '더 열심히 해서 도전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서 그런지 달콤한 유혹이었다. 초보 시민기자로서 특종은 물론이고 좋은 보도에 욕심이 많다. 조만간 또다른 아이템을 발굴해서 더 좋은 시민기자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성실하게 내 주변의 뉴스를 전하다보면 상은 따라올 거라 믿는다."

-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왜 기자를 꿈꾸나.
"내가 <오마이뉴스>에 리뷰를 쓰기도 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면 '어쩌다 깡패가 됐느냐'는 질문에 주인공 최익현(최민식)은 '적성 따라 가게 되어있는 거더라고예'라고 답한다. 나도 그렇다. 그냥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간다.

건축가에서 기자로 꿈을 선회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건축을 폄훼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건축기술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집이 없거나 불편하게 사는 게 아니다. 돈과 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느냐가 이를 결정한다. 건축부지와 건물의 쓰임새, 대략적인 크기가 정해지면 그 안에서 건축가가 뭔가 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사실 묵묵하고 위대한 일이다. 내가 점점 그걸 부자유스럽게 느꼈을 뿐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기자는 뭘 쓸지, 어떻게 쓸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물론 그래서 무한한 책임이 있다. 그리고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면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가슴을 뛰게 한다."

-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나만 쓸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풍자화를 그렸다. 주로 반 친구들의 신체적인 특징을 살려서 우습게 그려줬다. 그런데 내가 즐겨 그린 친구들은 대부분 존재감(?)이 없는 친구들이었다. 내 그림으로 반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 조용한 친구들은 수줍게 웃으며 자기 얘기를 시작했다. 기자로서 계속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나는 그것이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믿는다."


태그:#컵밥, #노량진, #이규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