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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학교를 옮기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천성관)
"큰딸을 인연이 있는 학교로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에 가족의 주소를 옮긴 것은 잘못된 행동임을 인정한다. 백옥처럼 희지는 않지만 큰 잘못은 없다." (김준규)
"딸이 친한 친구와 함께 이웃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해 아내가 주소를 옮긴 것으로 부동산 투기 등의 다른 사유는 전혀 없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한상대)

이명박 대통령이 내정한 검찰총장 후보자였거나, 역임한 이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나자 관련 해명입니다. 이들 공통점은 '자녀교육' 때문에 위장전입을 어쩔 수 없이 했으니 "너그럽게 봐달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낸 신재민 장관 후보자는 "딸이 왕따를 당해 학교를 옮기느라 위장전입을 했다"는 기상천외한 해명을 내놓아 여론 질타를 받았고, 결국 장관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했습니다.

경기 수원 성폭행살인 사건으로 물러나는 조현오 경찰청장(조 청장도 1998년 딸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 후임으로 내정된 김기영 경찰청장 후보자 지난 2006년 1월 실제 살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빌라에서 주소지만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로 옮겨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이유 역시 앞에 언급한 이들처럼 역시 딸 고등학교 전학 때문입니다. 그는 1일 열린 인사청문회 때 청문위원들에게 질타를 받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습니다.

MB,'위장전입'자만 고위공직자로 임명?

MB정권 위장전입 고위공직자(내정당시직책)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국무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임태희 노동부 장관, 이귀남 법무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준규 검찰총장, 한상대 검찰총장,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총장,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현인택 통일장관,민일영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범죄입니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괜찮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만큼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대통령도 없는데 그는 하나같이 범죄 경력자를 뽑았습니다.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 역시 위장전입이라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김기영 후보자는 2006년 1월에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2006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이 위장전입으로 낙마하기 시작한 때는 김대중 정부입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장상 당시 국무총리 내정자, 장대환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 때문에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했습니다. 참여정부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이 자신 또는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습니다.

2002년 이전만 용납하자더니, 2006년 김기용은 왜 넘어가나

당시 한나라당이 가만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한나라당은 위장전입자가 대통령 후보자되고, 그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자 그 경력으로 위장전입자를 고위공직자로 내정했습니다. 위장전입자가 아닌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한나라당도 더 버틸 수가 없었는지 지난 2010년 8월,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내정 개각 당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002년 장상·장대환 후보가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이후에도 위장전입을 했다면 고위 공직자가 될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그 이전 위장전입은 관례였으니 넘어가자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11년 7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1998년 장녀 중학교 진학과 2002년 차녀 중학교 진학 때 서빙고동에서 이촌동으로 배우자와 딸이 함께 주소를 이전한 사실을 시인하자 같은 달 17일 김정권 한나라당 당시 사무총장은 "위장전입 시점이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2000년) 전이냐 후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같은 주장입니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당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위장전입은 절대 안 된다고 해놓고, 정권을 잡자 2002년까지는 용납하자, 2000년까지도 넘어가자고 우겼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2006년에 위장전입한 김기용 후보자는 별 문제 삼지 않습니다. 18대 국회 막판, 이명박 정권 말기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위장전입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떼기를 아예 포기하고, 'MB정권=위장전입 정권'이라는 명예를 안겨주기 위함입니까.

자녀 교육 때문에 위장전입? 그럼 공직자는 왜 하나

무엇보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녀 때문에 다른 집 자녀들이 피해를 입어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꾸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데 그럼 장관과 청장은 왜 합니까.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전문 컨설팅'으로 나가 돈 버는 것이 더 낳고, 그 돈으로 자녀들 학비 감당하면 1천만원 등록금 시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장전입자이면서 그 경력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10년 8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산림과학(IUFRO)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림화 사례를 말하면서 "이제 서울은 도심 한가운데 푸른 숲이 우거지고, 맑은 물에 은어가 헤엄치는 도시가 점차 돼 가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자신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은근히 자랑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은어는 오간데 없고, 위장전입자가 헤엄치는 이명박 정권입니다. 위장전입으로 시작해 위장전입으로 정권을 마감하는 MB정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위장전입, #김기영, #조현오, #한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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