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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갈래" 나의 다이어트를 반대하는 녀석들
 "나! 돌아갈래" 나의 다이어트를 반대하는 녀석들
ⓒ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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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술부터 끊으면 돼~. 운동 같은 거 할 필요도 없어. 술과 안주만 안 먹어도 살이 빠져!"

늘 실패하는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할 때마다 주위에서 하는 말이다.

나의 다이어트 하는 방법은 항상 같다. 바로 술을 안 마시는 것. 하지만 내 주위에는 온통 술꾼들뿐이다. 특히 나는 공복에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때문인지 주변인들은 다이어트에 절대 도움이 안 되게 안주로 삼겹살, 치킨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돌고, 배부른 음식들을 선호한다.

나도 처음부터 비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술을 안 마셨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운동을 한 것도 없었다. 그저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이즈에 상관없이 사서 입을 정도로 54kg의 괜찮은 몸이었다.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 한때는 나도 괜찮았어! 

나도 신랑의 품에 쏘옥 들어 갈때가 있었다. 얼굴도 그럭 저럭 봐줄만했다.
 나도 신랑의 품에 쏘옥 들어 갈때가 있었다. 얼굴도 그럭 저럭 봐줄만했다.
ⓒ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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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휴식하러 6개월간 전라도 남원에서 생활을 했었다. 그때는 항상 잠이 드는 시간이 새벽 2시고, 일어나는 시간이 낮 2시였다. 잠을 잤다기보다는 눈을 떴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낮에 눈을 뜨면, 어제 마셨던 술상을 귀찮게 바라보다 오줌보가 터지기 직전까지 밍기적거렸다. 못 참을 정도까지 참다가 겨우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올 정도였다. 일어나면 쓰린 속을 부여잡고, 라면 끓일 물부터 올렸다. 일단 속을 채우고, 밍기적거리다보면 시간은 훌쩍 넘어, 저녁 5시로 넘어갔다. 그때쯤 되면, 어제 함께 술을 마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장해야지?"

갑자기 내 몸은 날렵해진다. 30분도 안 돼서 청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한다. 매일 같은 생활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점점 맞지 않는 옷이 늘어났다. 비만의 심각성을 느껴서 걱정이 되었지만, 남자친구(지금의 남편)는 "아직 괜찮아! 여기서 더 안 찌면 되지"라고 말했다. 함께 배드민턴도 쳐보고 농구도 해봤지만 숨이 차서 금방 포기해버렸다. 결국 "내일부터 운동하자" 하는 거짓 다짐으로 술을 선택했다. 남자친구도 살 빼기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최고 비만때 모습. 다시는 이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남편이 못생기게 나와서 남편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ㅋ)
 최고 비만때 모습. 다시는 이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남편이 못생기게 나와서 남편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ㅋ)
ⓒ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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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저울을 보고 기겁을 했다. 54kg에서 얼마나 더 쪘겠나 싶었는데, 무려 18kg가 늘어나 72kg이었던 것이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무게였다. 남들이 나를 보는 눈은 생각도 않고, 좋다고 마신 게으른 내 모습이었다. 창피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결심하기보다는, 객지생활에서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곧 자기합리화를 했다. 그리고는 내 외모의 변화 따위는 생각하기조차 싫어서 생각하는 것 자체를 잠시 미뤘다.

백조생활 6개월을 보내고, 원래 살던 인천으로 다시 돌아왔다. 운좋게 남원으로 가기 전 일했던 곳에서 다시 오라고 해, 취직을 했다. 내 주변에 사람들은 워낙 솔직한 편이라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그렇게 살이 쪘냐?", "살 좀 빼라!", "어우, 저 배 좀 봐!", "한없이 넓어지는구나!", "볶음밥 먹으면 살찐다" 등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만 했다.

심지어 엄마도 샤워 준비를 하기 위해 옷을 벗은 나를 향해 "저, 배때지 봐!"라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살 빼라는 소리를 하도 들으니, 지겨웠다. 옷이 많은데도, 내 몸에 맞는 옷을 따로 사야 했다. 그 돈이 아까워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홈사이클을 하루에 20분씩 탔다. 하지만 15분이 경과하면 가슴 쪽이 너무 아팠다. 비만인데다가 안 쓰는 근육을 써서 아프다는 걸 알았지만, 왠지 불안하고 무서워서 일주일도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그렇게 며칠 쉬고, 또 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남원 생활에 비하면 활동량이 많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살이 빠졌다. 그래도 67kg다. 하지만 그날이 잡혔다. 아무리 마른 사람도 날을 잡으면 다이어트 한다는 바로 그날이 나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바로 결혼식 날짜가 잡힌 것이다. 결혼 준비를 위해 일을 그만 두고, 결혼식 날까지 독한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낮에는 동네 공원을 돌고, 6시 이후에는 금식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는 윗몸일으키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저녁만 되면 아줌마가 되기 전에 한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위 사람의 연락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 겨울, 최고의 뽀샵으로 처리된 웨딩 촬영을 하고 67kg의 몸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것만 같았던 착각이 친척 남동생의 축하메시지를 보고 깨졌다. 그 상처의 메세지를 잊을 수가 없다.

친척 남동생 "결혼하는데, 살 좀 빼지 그랬어?"... 상처로 남아

멀지 않아 살을 빼리라! 냉장고 앞에 붙여놓은 문구들
 멀지 않아 살을 빼리라! 냉장고 앞에 붙여놓은 문구들
ⓒ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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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이 많이 쪘어? 결혼하는 데, 쫌 빼지 그랬어?"

그러나 그 상처 또한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도 술을 좋아하기에 신혼 초기를 밥보다는 술로 보냈다. 주변의 관심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는 지금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한 지 한 달가량이 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다이어트 결심은 남편때문에 하게 됐다. 남편은 183cm에 75kg도 안 되는 마른 몸이었다. 헌데, 결혼 2주년이 지나면서부터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그대로인데, 배만 나오는 것이었다.

"여보, 배 좀 집어 넣어요! 그게 뭐야? 배만 불뚝 나와서…. 운동 좀 해요."
"자기나 넣으시지…. 누가, 누구한테 살 빼래?"
"아니, 나는 원래 나왔으니깐! 자기는 요즘에 계속 나오잖아!"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나도 원래는 비만이 아니었던 게 생각이 났다. 남편이 나와 같은 길을 갈까봐 슬슬 걱정이 됐다. 안 그래도, 술도 자주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데…. 비만까지 겪을 걸 상상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니,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지난달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회사 동생들이 '살을 빼지 말라'며 방해를 했다.

"누나! 살 빼지 마~."
"그럼, 난 누구랑 놀아요~."
"지금도 괜찮은데… 왜 살 빼?"

무척 혼란스러워서 한두 번 정도는 의리를 지켰다. 하지만 나랑 술 마시는 게 동생들에게 버릇처럼 된 것 같아 '동생들의 유혹'에서 금방 헤어나오게 됐다. 덕분에 지갑도 든든했다. 초반에는 주위의 유혹에 몇 번 넘어갔으니 정확하게 오늘(5월 6일)이 24일째다.

다이어트 독려... 매일 거울을 보며 나에게 닭살 멘트 날린다

월·금요일에는 한 시간씩 차밍댄스를 배우러 다닌다. 아침에는 당근과 토마토를 두유에 넣고 갈아 마신다.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고, 저녁은 우유에 선식을 타 먹거나 레몬 주스를 마신다. 건더기가 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금방 다시 배가 고프다. 식당에서 오므라이스를 먹는 동료들의 기름진 입술이 내 입술이었면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처절한 싸움에서 지면 안 되는 걸 잘 알기에 참는다.

나만의 방식이긴 하지만, 칼로리 소모를 위해 매일 화장을 하려고 노력한다. 화장을 꼼꼼히 지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 혹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술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으면, 마치 월급날을 기다리듯이 토요일을 기다린다. 지금껏 딱 하루만 마신 것을 보니, 이번 다이어트는 정말 느낌이 좋다.

13일 만에 4kg 정도가 감량이 되어, 지금은 63kg 미만이 됐다. 차밍댄스를 처음 배울 때는 몸이 많이 피로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상쾌하고 댄스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유니폼도 눈에 띄게 헐렁해졌다. 밤 10시 반에 퇴근해, 집에 와서는 배고픔에 밥통부터 쳐다본다. 하지만 내 발은 저울로 간다. 빠진 몸무게에 기분이 좋다. 냉수를 한 잔 마시면 배가 부르다.

"역시, 살이 빠지니까 얼굴이 더 예뻐 보이는데? 좋아! 좋아! 내일도 오늘처럼만 하는 거야!"

매일 밤 거울을 보며, 나에게 닭살 돋는 멘트를 날린다. 닭살 신경이 움직이면 이것 또한 칼로리 소모가 되지 않을까?

'전 후'다이어트 전 후 19일차
 '전 후'다이어트 전 후 19일차
ⓒ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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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다이어트,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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