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천진 어항의 상징
 사천진 어항의 상징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4월의 둘째 주 토요일, 14일에 강릉 바우길의 제5구간 '바다 호수길'을 걷기로 했다. 산내들내 길찾아 회원들과 함께 출발지인 강릉 사천진에 도착한 것이 오전 9시 45분이다.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바다 호수길은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 해변공원에서 출발, 남항진동 남항진 버스종점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16㎞이고, 6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후 4시쯤 목적지인 남항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천진은 어항이다. 사천천이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마을로, 지금까지 연안어업을 주로 했으나, 이제 관광어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들은 복지어촌 건설을 목표로 어업과 관광을 겸하고 있다. 어부들은 해변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해변에는 멍게 조패를 매달기 위한 밧줄도 보인다. 사천진은 천연의 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항구로서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 호수길 1구간: 사진항 주변
 바다 호수길 1구간: 사진항 주변
ⓒ 강릉바우길

관련사진보기


사천진 해양파출소에서 항구를 벗어나 내륙으로 조금 들어간다. 밭에는 이미 농사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다. 고랑을 내고 두둑을 일궈 놓았다. 사천천을 가로지르는 하평교를 건너자, 길은 다시 바다 쪽으로 가까워진다. 시냇가 버드나무에는 물이 올라 연한 잎이 싱그럽다. 이제 바다 호수길은 방동리로 접어든다. 방동리에는 강릉병원과 농업기술센터가 있고, 쌍한유적지(雙閒遺跡地)가 있다.      

쌍한유적지가 어떤 곳이지?

쌍한유적지에는 쌍한정(雙閒亭)과 효자 박수량 비각이 있다. 쌍한정은 숙질간인 박공달(朴公達)과 박수량(朴遂良: 1474-1546)이 관직에서 물러나 한가하게 노닌 정자로 유명하다. <대동야승(大東野乘)> 기묘록 보유의 '박공달전'에 따르면, 박공달은 조카인 삼가(三可) 박수량과 함께 술벗이 되어 쌍한정에서 만나 술 마시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나 두 집 사이에 냇물이 있어서 혹 건너지 못하면 각자 언덕 위에 올라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술잔을 들어 서로 주고받을 정도였다.

쌍한정
 쌍한정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쌍한정은 1520년에 건립되었으며, 그 후 여러 번 중수를 거쳐 1975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쌍한정은 정면 2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건물 안에 중수기 등 12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박공달의 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전해진다.

달빛 비치는 강과 바다에 외로운 배 뜨고       江海孤舟月
길손 하나 별빛 속을 바람 따라 떠도는구나.   飄浮一客星
흥취는 개골산에 가서 보태고                      趣添皆骨去
눈으로는 경포 호수 맑은 물을 담아가게나.    眼入鏡湖淸

박수량 효자비각
 박수량 효자비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쌍한정 옆에는 박수량 효자비가 있다. 박수량은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문에 매진했으나 벼슬에 나갈 생각은 않고 오직 산수를 벗 삼아 한량으로 지냈다. 어느 날 과거에 급제한 친구가 찾아온 것을 본 박수량의 어머니가 그를 칭찬하며 부러워했다. 이에 박수량은 '무릇 사람의 자식 된 자는 어버이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제일'이라며, 1504년(연산군 10) 생원시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곧 모친상을 당해 대과에는 응시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때가 마침 연산군이 삼년상을 27일 만에 탈상하도록 하는 단상제(短喪制)를 매우 엄하게 시행할 때였다. 그러나 박수량은 '쇠망치로 맞아 죽을지언정 선왕 때부터 지켜온 법은 어길 수 없다'면서 여막(廬幕)에 짓고 삼년상을 치렀다고 한다.

그 후 박수량은 현량과에 천거되어 벼슬길에 올랐고, 1518년(중종 13) 경상도 용궁현감(龍宮縣監)을 지냈다. 그러나 1519년 기묘사화 때 파직되어 고향 강릉으로 낙향해 살았다. 박수량 효자비는 1814년(순조 14)에 세워졌고, 비문은 영조 때 홍문관 대제학을 지낸 도암 이재(李縡)가 썼다.

군부대도 이제는 주민과 친근하게 지내는구나!

재미있는 군부대 표지판
 재미있는 군부대 표지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쌍한유적지를 지나면 길은 순포 솔숲길로 이어진다. 솔숲 안쪽으로는 도로와 건물들이 있고, 솔숲 바깥으로는 모래사장과 바다가 이어진다. 그리고 바닷가로는 철조망이 처져 있고 해안 초소가 보인다. 그런데 군부대 입구에 재미있는 표지판이 있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여기는 사천 소초입니다. 환영합니다. →1900부대" 표지판에는 또한 ♡☆와 스마일 표시를 해 재미를 더했다.

그래서인지 철조망과 초소가 삭막하게 보이지 않는다. 역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 제도나 외관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솔숲 사이로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지나고, 가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속도를 내며 지나간다. 그리고 간간이 무덤들도 보이는데, 노란 봄꽃이 봉분을 노랗게 치장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봉분에 잔디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초소와 철조망
 초소와 철조망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바다 쪽으로는 가끔 바위가 보이고, 바위에는 갈매기가 쉬고 있다. 철 이르게 모터보트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데, 보트의 굉음이 조금은 시끄럽게 들린다. 길은 다시 모래사장으로 이어지고, 철판으로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자 길은 사근진으로 이어진다. 사근진에는 다이브 리조트가 있고,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에는 대개 성황지신(城隍之神), 토지지신(土地之神), 여역지신(癘疫之神)을 모시는데 문이 닫혀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바다 용왕과 성황당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씀 한 번 들어 보소"

사근진 성황당
 사근진 성황당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렇지만 성황당 바깥에 동해 성황당 공문(公文)이 있어 눈길이 간다. 공문은 공개적으로 알리는 글이다. 글은 '이곳이 경포지역과 사근진 주민의 대동 성황당입니다'로 시작한다. 전국 각지에서 온 무속인들과 이 지역 주민은 이곳 성황당에서 정성기원을 드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치성을 드리고 난 다음 음식과 옷가지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주위가 오염되고 있어 아쉽다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는 치성을 드린 물건들을 잘 처리해 이곳이 신성한 성황당으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자와 이상한 진언을 써 놓았다. 한자는 '안심입명 상약아정 철수개화(安心立命 常藥我淨 鐵樹開花)'다. '편안한 마음으로 천명을 따르고 약으로 나를 정화하면 쇠로 된 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뜻이다.

성황당 공문
 성황당 공문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나모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따사 사뚜! 사뚜!'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무속인들의 사설이거나 종교적인 진언으로 보인다. 이 공문은 2011년 음력 6월 6일 12시에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동해바다 용왕 및 경포 사근진 성황 할머니 성황 할아버지 백"이라고 썼다. 경고와 회유를 담은 글로,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사근진 해변에서 경포대로 가는 길은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다. 그런데 모래사장을 걷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모래사장과 솔밭이 만나는 지점을 따라 목재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데크 앞으로는 중간마다 긴 의자를 설치해 놓아 사람들이 바다풍경을 보며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긴 의자에는 '솔 향기와 해풍의 만남'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러고 보니 강릉이 최근 '솔향(Pine City) 강릉'을 표방하고 있다. 산과 바다에 소나무를 심어 산을 푸르게 하고 해풍을 막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인 것 같았다. 그리고 소나무에서 나는 향과 피톤치드는 실제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바우길 중 제5구간 바다 호수길은 주로 해송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데, 소나무 그늘이 좋고 솔향이 아주 그윽한 편이다. 

경포호에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지난 13일(금)부터 19일(목)까지 경포대 일원에서 '경포 벚꽃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남항진 해변에서 경포대까지 걷는 강릉 바우길 걷기 행사가 있고, 시민 노래자랑이 열리고, 각종 전시회가 개최된다. 경포호수의 벚꽃은 이제 경포대 해수욕장과 함께 강릉의 명물이 되었다. 경포호로 가는 차들은 외곽에서부터 거북이 운행이다. 우리는 이제 잠시 바다를 떠나 담수호인 경포호를 한 바퀴 돌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강릉 바우길 제5구간 '바다 호수길'을 4월 14일(토) 답사했다. 바다 호수길을 따라 가면서 만난 자연과 문화유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4회 정도 소개할 예정이다.



태그:#강릉 바우길, #바다 호수길, #사천진, #쌍한유적지, #사근진 성황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