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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 문대성 당선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공천이 잘못되었다든지 공천을 취소했어야 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는 없고 대선을 앞두고 털고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출당이 아니라 자진 탈당을 권유할 거라는 내용 또한 실망스럽다. 의원직 박탈이라는 말이 아예 없는 건 더욱 실망스럽다.  

문대성씨는 총선 전에 공천을 반드시 취소했어야 할 사람이었다. 그의 논문은 일부 문구의 표절이나 인용을 안 한 수준을 넘어 상당한 분량의 내용을 복사했다는 소리를 듣고 삼단 표절까지 의심받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언론을 통해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각계에서 강력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음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대성 후보와 동반유세를 벌였고 유권자들에게 문대성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행동은 박 위원장의 도덕성 잣대가 무엇인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그는 공천을 한 뒤에도 문제가 드러나면 공천을 가차 없이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6일 "공천 과정에서 미처 못 본 것이 있거나, 후보가 됐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선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럴 때는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문대성 후보한테는 이 기준은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 위원장은 문 후보를 뽑아 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말 바꾸기의 전형이고 도덕심이 마비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박 위원장은 늘 약속은 중요하고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전 정부에서 한 "약속을 왜 뒤집는가" 하고 연일 야당을 공격한 그였다. 하지만 스스로 문 후보의 경우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2007년 반값등록금 약속도 안 지켰다. 거론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3일 문대성씨 표절 문제에 대해 "그 문제는 사실을 확인한 뒤 얘기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그 결론을 우리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공중파 3사와 거대 보수신문만 문제의 핵심을 회피했을 뿐 다른 모든 매체에서 그 충격적인 실상을 모두 드러냈음에도 이제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면 박 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처럼 장막으로 철저히 차단당한 상태에 있다는 것인가? 박 위원장은 그렇다 치고 새누리당은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는 시스템과 통로가 없었다는 것인가? 이준석 비대위원이 총선 전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사실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문 후보의 표절문제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서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걸 총선 전에 인식했음에도 문 후보 공천을 취소하면 부산지역은 물론 전국의 선거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두려워해서 사건을 덮고 가기로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공중파 방송과 주요 보수신문에서 이 문제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보도하는 경우에도 양쪽 주장을 싣는 형식으로 애매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전국적 쟁점으로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용민 막말 파동이 터졌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당력을 집중하여 김용민 후보와 민주통합당을 공격했고, 그런 가운데 문대성 사건은 쟁점에서 사라지는 기막한 일이 벌어졌다.

총선이 끝나고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된 지금 시점에서야 문대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완전 꼼수라고 생각한다. 그를 지금 내보내는 것은 여러 모로 새누리당에 도움이 될 가능성 높다. 아마 야당과 국민은 두고두고 이 표절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국민대에서도 표절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IOC 위원 박탈 가능성도 거론되고 해외 신문까지 표절 때문에 낙마한 헝가리 대통령과 문대성씨를 비교하면서 "한국은 표절천국"이라고 비판하는 마당이다. 이러한 판국에 문대성 건을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10월 재보궐 선거의 커다란 악재가 되고 나아가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마저 있다.

아마 문대성씨를 포함해 두세 명을 내보내면 거대 언론 매체들은 "박 위원장의 대단한 용단"이라고 칭송하는 사설을 쓰고 주요 뉴스로 내보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일부 평론가는 "역시 박근혜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고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할 것이다.

현재 의석 구조에서 두세 명 내보내도 150석이 되거나 149석이 된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뜻대로 못할 일은 없다. 바로 5석을 가진 선진당이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과오를 범한 후보를 공천 취소하지 않고 동반유세까지 해서 사회의 도덕심을 무너뜨린 점,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즉시 문대성씨를 출당시키고 의원직을 박탈하는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한다.

덧붙이는 글 | 페이스, 블로그에 싣습니다



태그:#문대성, #논문 표절, #자진 사퇴, #출당 , #의원직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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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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