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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투표가 막 끝났다. 역사의 분기점이 될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결단의 순간이지만 차분히 되돌아봐야 할 점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선거만큼 정치평론이 차고 넘친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름깨나 알려진 정치평론가가 여기도 나오고 저기도 나오고 후보 이상으로 바쁜 선거판 아니었나 싶다.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이미지와 인물을 중시하는 선거가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평론은 사회를 꿰뚫어 보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정치의 역할을 바로 잡아주는 기능을 할 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루어진 정치 평론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논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떤 당이 공천을 잘 했는가를 비교하는 데 힘을 쏟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몇 석을 얻을 것인가 하는데 너무나 집착하는 모습이다.  

 

먼저 어떤 당이 공천을 잘했는지 분석하는 것은 나름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공천이라는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보이지 않았고 공천을 결정하는 시스템과 권력 관계, 정책적 방향에 대한 분석은 아예 빠져 버렸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분석을 하다 보니까 부분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는 각 당 공천의 외형 비교에 몰입하게 되어 버렸다. 이것이 물론 정치평론가 탓만은 아니다. 각 매체들이 흥미 위주로 보도하는 습성을 못 버리고 눈에 띄는 어떤 인물이 선택되었는가, 어떤 세력의 사람이 얼마만큼 선택되었는가, 얼마나 새로운 신인이 등장했는가 하는 물음에 치우친 면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평론가들이 이들 문제에 몰입한 것이 당연하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새누리당이 시스템공천으로 공천전쟁에서 이겼다'고 평가한 고성국 박사는 평론의 중심을 잃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 박사는 디도스 사태를 이용하여 이명박 세력으로부터 한나라당을 접수한 박근혜 세력이 연출해가는 정치드라마의 명암을 꿰뚫어 보고 균형감각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평론을 펼쳤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세력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너무도 쉽게 해버리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말이 시스템 공천이지 그 틀을 짠 사람이 바로 박근혜 위원장 한 사람이고 그의 의중을 벗어난 사람이 공천된 사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박 평론가는 손수조씨를 공천한 걸 높이 평가하면서 손수조씨가 비례를 받지 않고 지역을 고수하겠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동했다고 말한다거나 25세의 나이로 최연소 의원이 된 바 있는 김영삼 대통령 이후 처음 최연소 의원을 가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말을 공중파 방송에서 하는 건 그 내용 자체가 평론가의 평정심을 잃은 것이기도 하지만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의 자유다. 하지만 자연인이거나 당원의 신분이면 모르지만 평론가의 이름을 걸고 그 같은 말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 한 매체에서 고 박사는 '정치평론에서는 주관적 어떤 바람, 편향, 이것이 최대의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는데 요즘 이를 잊어버린 것 아닌가 싶다.

 

다른 많은 평론가들이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 역시 평론가 탓만 할 일은 아니다. 방송, 신문 등 매체들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마치 점이라도 치는 능력을 가진 것처럼 무언가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론가들이 이들 매체의 프레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눈감아줘도 된다는 건 아닐 것이다.

 

총선을 보름이나 한 달 이상 앞두고 각 당이 몇 석을 얻을지 예측하는 것은 점술가의 영역일 것이다. 그 사이 여러 가지 변수가 개입하고 각종 사고, 사건이 터지는 것이 세상사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들이 결합되어 결과는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의석을 족집게로 집듯이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 아니라 올바르지도 않다.

 

앞으로 각 세력이 선거 전략을 어떻게 짜고 어떻게 변화시키느냐, 민심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잘 응답하느냐에 따라 판세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제껴 놓고 선거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정확성 문제를 떠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하나 더 말하면 주로 큰 정당 만 예측함으로써 작은 정당에겐 불공평한 행위가 된다는 점이다.

 

한 TV 토론에서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1인 또는 소수의 권력자가 공천을 뜻대로 하는 것이 이번 4·11 총선이고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라는 점을 밝힌 것은 본질을 꿰뚫어 본 평론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총선의 공천은 야당 보다는 여당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박근혜 의원은 대권과 당권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지만 자신에게 권력이 넘어 오는 시점부터는 이 점은 전혀 문제가 안 되었다. 여기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결정한 비상대책위나 공천심사위 구성을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비대위원 구성을 박근혜 의원이 했다. 명실상부한 1인체제가 된 것이다. 공천은 그 1인의 뜻에 따라 결정되게 되었다. 젊다는 이유와 잠재적 라이벌 문재인에 대한 고려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손수조 같은 인물을 공천하게 되었다. 물론 다르게 판단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손후보의 공천은 정략적인 이미지 정치의 산물이라고 판단하다. 제대로 된 검증 과정 없이 문대성 후보를 공천한 것 역시 이미지 정치의 산물이다.

 

이미지 정치가 위험한 것은 정책선거를 가린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보편복지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복지 확대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재원 확보 대책이 제시되었어야 했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내놓은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실현"이라는 구호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게도 턱없이 적은 복지 재정을 확보하는 데 머무르고 말았다.

 

새누리당이 5년 동안 쓰겠다고 내놓은 복지재정 75조원은 현정부가 부자 감세한 82조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공천을 평가할 땐 스스로 약속한 "생애주기별 복지"에 걸맞는 인물을 공천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참신하다거나 젊다거나 하는 문제 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치 평론을 할 때는 바로 이런 점이 짚어져야 한다. 이런 점이 빠진 채 어떤 스펙을 가진 인물이 공천되었나 또는 얼마나 물갈이 되었나 하는 문제에 몰입하는 건 본질을 놓치게 된다.     

 

민주당은 1인체제는 아니지만 소수의 과도 체제 정당이다. 이들 소수의 세력의 이해에 맞추어 공천을 하다가 보니까 경제민주주의와 재벌 개혁이라는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가 탈락하고 각 계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공천되는 안 좋은 결과가 생겼다.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정당이 단수 전략 공천을 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까 반민주적인 요소가 곳곳에 스며있었던 것이다. 정치평론을 할 때 이러한 점이 짚어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 중에 기본인 민주주의 문제, 정책적 방향과 공약에 어울리는 공천이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 이미지 정치에 몰입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대로 짚어져야 바른 정치평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의 관점,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불편부당한 자세로 각 정치세력의 잘잘못을 평가하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때 정치 평론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 블로그에 싣습니다. 


태그:#불편 부당 , #정치평론, #이미지 정치 , #1인 체제 , #고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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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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