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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1일 오후 3시 20분]
 

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작 자신을 전략가로 부르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그는 뛰어난 정치 전략가였다. 그는 국회의원과 부산시장 선거를 합쳐 4번이나 떨어졌지만 실패를 디딤돌 삼아 첫 번째 대선 도전에서 승리했다. 많은 정치인들의 최종 목표가 대통령임을 감안하면 그는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은 일찍이 선거는 구도와 전선의 싸움이라고 했다. 아무리 후보가 좋아도 구도가 나쁘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대로 후보가 시원찮아도 구도와 전선이 유리하면 그만큼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선거를 좌우하는 3요소의 우선순위와 비중은 통상 구도(60%), 인물 경쟁력(30%), 캠페인 전략(10%) 순이다.

 

선거 좌우하는 구도와 인물 경쟁력 그리고 캠페인

 

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구도'는 정치 지형과 출마자 경쟁 상황, 그리고 전략적 대립구도 등을 총칭한다.

 

2012년 한국 정치의 지형은 객관적인 지표상으로 어느 때보다도 진보진영에 유리한 상황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는 압도적으로 보수가 우위였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8.7%,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26.1%를 얻었다. 보수 대 범진보로 양분하면 65 대 35의 구도였다.

 

당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준 동력은 이념의 '보수주의'와 경제의 '성장주의', 그리고 지역의 '영남 연합'이었다. 여기에 이념의 중도와 지역의 수도권이 합세해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위질서를 구축했다.

 

그러나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이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해 45 대 45의 호각세로 바뀌었다. 그 보수의 견고함에 균열을 낸 것은 '무상급식'이었다. 보수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의 3월 31일~4월 1일 2000명 대상 패널조사(95%신뢰수준 ±2.2% 표집오차)에 따르면, 2007년 대선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48.7%가 이명박을 지지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 시점에는 39.0%로 10%p나 떨어졌다.

 

이같은 변화를 추동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에 따르면, 그 동력은 무상급식과 복지논쟁 같은 '새로운 이슈'와 젊은 투표층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 그리고 중도표를 흡수하는 '기권층의 동원' 등이다(이철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80쪽)

 

보수 우위 지형 균열의 조짐은 대중이 무상급식에 관심을 가진 데서 엿보였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부터는 "세금을 올려서라도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포착됐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2011년 6월 10일)에 따르면, 2010년 1월을 기점으로 '분배 우선'이 '성장 우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오랜 양극화의 결과였다. 그런데도 보수는 '이건희 손자한테도 공짜밥을 주냐?'는 허접한 반대논리로 복지를 찍어 누르려 했다.

 

보수의 균열과 진보의 귀환, 민주당의 '100일 징크스'

 

보수 균열의 징후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오마이뉴스-한백리서치가 공동조사한 '국민의 생활현황 및 정치의식 패널조사'(2010년 9월 1일) 결과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났다. 패널조사결과에 따르면, 본인 개인의 정치성향을 '다소 진보적'(43.6%)으로 인식하는 층이 '다소 보수적'(34.9%)이라는 인식층보다 많은 가운데 한국 사회가 '진보적으로 변해야 한다'(66.4%)는 응답이 더 높았다. '진보의 귀환'이었다.

 

지역적으로도 보수의 토양은 균열됐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국책사업을 수정폐기한 것은 물론, 자신이 내세운 대선공약마저 수정폐기한 '독선'과 '불통'의 국정 운영이 지역 균열의 불씨였다. 충청권은 세종시 논란으로 반대세력으로 돌아섰고,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부산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영남권 신공항 표류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념적 특성이 반영된 구도의 핵심 변수인 정당 지지율 차이도 좁혀진 상황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전 한나라당)과 범진보를 대표하는 민주통합당의 지지율 격차 변동 패턴(EAI 1월 정기조사)을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은 민주당보다 10%p 이상 지지율이 앞섰으나 지난 1월 처음으로 역전됐다. 참고로 양당 지지율이 근접했던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후 양당 지지율 격차가 10%p 이내로 좁혀진 때는 ▲ 2010년 6·2 지방선거 ▲ 2011년 4·27 재보궐선거 ▲ 2011년 12월 이후 안철수 현상/ 디도스/ 돈봉투 사건의 세 시기뿐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상승세가 3달 이상 지속되지 못하는 '100일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석 전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 및 공천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한명숙 대표의 공천 실패와 통합진보당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전략 부재와 여론조작 등에 대한 실망감 등이 악재였다.

 

또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보수층의 위기의식이 작동해 결집 효과가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정기조사결과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새누리당 42.3%, 민주당 29.5%, 통합진보당 8.3%, 무당층 15.6%로 양당 지지율 격차는 12.8%p로 벌어진 상태다.

 

구체적으로 4·11 총선에서 어느 당 후보를 찍겠냐는 투표기준 조사에서도 3월말 현재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다(41.5%)는 응답이 야권단일 후보를 찍겠다(37.5%)는 응답을 4%p 앞지른 상황이다.
 

정당 지지율의 역전: 새누리당 33%>민주당 25%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최근까지 13주간의 지지율 추이(3월 5주, 한국갤럽 정치지표조사)를 보더라도, 양당은 모두 네 차례나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역전을 거듭하다가 3월초부터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앞서기 시작해 3월말 현재 8%p 격차(새누리당 33%, 민주당 25%)를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3월 한달 내내 5% 지지율을 유지했다(95% 신뢰수준에 ±1.1%).

 

한국갤럽의 정치지표조사를 연령별로 보면 20~30대에서는 민주당이, 50대 이상에서는 새누리당이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 1~3월 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40대에서는 현재 새누리당 26%, 민주당 28%로 팽팽한 가운데 통합진보당 지지도가 7%로 야권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전월에 비해 40대의 새누리당 지지도가 4%p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또 지역별로 보면, 대전/충청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지지도가 전월에 비해 11%p나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이같은 정당 지지율의 역전 현상은 1차적으로 새누리당 대비 민주당 공천에 대한 상대적 부정 평가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의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작 파문 등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작 파문은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긍정 평가를 급락 시켰다.

 

앞서의 EAI-한국리서치 패널조사에 따르면, 공천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응답은 32.4%, 민주당이 잘했다는 27.1%로 5.3%p 차이가 났다. 또 이번 선거 쟁점에 대한 공감도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 63.0%, '거대 야당 견제론' 58.5%로 4.5%p 차이였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감도는 50.7%로 나타났다. 대선이 치러진 2007년 4월(당시는 범여권 단일화)의 40.2%보다는 높아졌지만, 2010년 지방선거 때의 69%보다는 18.3%p나 떨어진 것이다.

 

정당 지지율 역전의 또 다른 요인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 결집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유력한 대선후보 중의 한 사람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부산 선거에 묶인 반면에, 새누리당의 경우 부동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전국 선거를 이끈 점도 보수층의 결집도와 새누리당 지지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당 차원의 전략 부재 속에서 박근혜의 '개인기'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실전'에서는 상당한 실속을 차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의 불모지였던 대전-충청의 경우, 지역 후보들 대부분이 박근혜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크게 내걸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구호를 앞세워 선거운동을 했다. 실제로도 한국갤럽 정치지표조사에서 3월 한 달 동안 11%p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우위 구도에서 경합 국면으로... 투표율이 좌우

 

그 결과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의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쇠퇴한 가운데 선거 구도가 야권의 압도적 우위 국면에서 경합 국면으로 바뀌었다. 선거를 좌우하는 3요소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구도를 결정하는 정치 지형, 다자 구도냐 양자 구도냐의 출마자 경쟁 상황, 그리고 정권 심판이냐 야권 견제냐의 대립구도가 서로 상쇄된 가운데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합국면이 된 것이다.

 

결국 이번 승패를 가를 최종 변수는 투표율, 특히 젊은 층의 투표율이다. 2010년 이후 각 종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투표율 상승 효과 덕분이었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 75.5%로 조사된 앞서의 EAI-한국리서치 패널조사다. 적극적 투표 의사를 기준으로 투표 의향을 비교해 보면, 2008년 총선 패널조사에서 전체 평균 57.8%가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밝힌 반면에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63.8%로 올랐는데 이번 조사에서 75.5%까지 오른 것이다.

 

물론 적극적 투표 의향이 100%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 당일의 날씨 요인도 투표율을 좌우한다. 그러나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 2010년 전국지방선거에 투표하지 않은 응답자들이 이번 총선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번 총선 투표율이 6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적극적 투표의향이 75% 정도 나오면 실제 투표율은 거기서 15%는 빼야 한다"고 전제하고 "현 시점에서 가장 최근의 전국 단위 선거인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54.5%)와 비교하면 된다"면서 "투표율이 그보다 2~3%만 높아도 민주당이 1당이 되겠지만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격차는 5~6석 정도밖에 안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명숙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에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우겠다"며 "(야권으로의)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투표율을 57~58%를 전제하고 판세분석을 통해 의석수를 추산하면 ▲ 민주당 136석~143석 ▲ 새누리당 127~133석으로 민주당이 최소 3석~최대 16석 차이로 제1당이 되고, 통합진보당(14~15석 내외) 의석수를 합친 야권 의석은 150~158석으로 턱걸이 과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야권 단독으로도 '민간인 사찰 MB 청문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태그:#4.11총선, #박근혜, #한국갤럽, #리서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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