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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은 회사 경영난으로 인해 작년 11월 달부터 출근을 못 했다. 월급의 70%가 다달이 나왔고 4대 보험도 적용이 되었다. 때문에 다른 곳에 취직은 못 했지만 일용직을 하며 투잡(?)을 했다.

하지만 한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처지가 됐었다. 심심풀이로 본 남편의 4월 달 운세에 모든 게 잘 풀릴 거라 해서 더 긍정적으로 회사가 다시 일어서길 기다렸다. 1월 달에 하루를 출근 하고 2월 달에 이틀을 출근했다. 출근해서는 회사 자재 옮기는 일만 했단다. 마음은 불길 했지만 우리 둘은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

3월 달에는 무려 3일을 출근 했다. 첫 날과 둘째 날은 또 자재 옮기는 일을 했고 3일 째 되던 날은 회의를 했단다. 퇴근을 한 남편은 친구와 한잔 하러 갔다 온다며 외출을 했다. 회의 내용이 궁금했지만 집에 가서 묻기로 하고 일을 했다.

내가 일하는 피자집은 10시에 마감을 시작한다. 마지막 주문이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서둘러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여보 바빠요?"
"에~ 조금 바빠요 왜요?"
"아니에요..알았어요.."

하며 힘없는 목소리로 끊는다.

5분 뒤에 또 전화가 왔다. 또 똑같은 대화를 하고 끊었다. 술도 취한 것 같고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빨리 마무리를 해야 하기에 무시하고 계속 하던 일을 했다. 그런데 또 전화가 왔다.

"아 여보세요? 또 말 안 할 거면 집에 가서 이야기 해! 지금 바쁘다니깐!!?"
"여보…….망했어요……."
"뭐라고요?"
"회사…….망했어요……."
"......"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단 위로의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예상한 일 아니냐. 괜찮다. 너무 상심해 하지 마라'하고 집에 가서 대화하기로 했다. 전화를 끊으니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럴 거면 하루라도 빨리 망해서 시간 아깝지 않게 다른 곳 취직이라도 하지. 사람 마음 다 망쳐 놓고 이게 뭐야 진짜.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진짜' 혼자 중얼 거린다.

집에 오니 남편은 텔레비젼도 켜지 않은 채 거실에 앉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난 더 강해져야 했다. 술에 취해 말하는 남편은 약간 횡설수설했지만 내용은 다 알아 들을 수가 있었다.

"출근해서 자재 옮긴 거도 월급 주려고 판 거래. 근데 이제 다 팔아간대. 망해가는 회사를 시장에 내 놓았는데 인수합병 하겠다는 기업도 없고 그래서 회사에서 파산 신청을 해놨대. 2달 안에라도 사갈 사람이 있을 때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데 누가 봐도 희박한 상황이야. 나갈 사람은 나가는 거지. 원래 2월 말부터 망했던 거래. 회장은 어떻게든 아는 사람 통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인수 해보려고 하는데…….그래서 나는 이제 나오려고 해."

"휴... 결국 망했네.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 원래 예상했었잖아요. 그만 두고 나와서 마음 편히 딴 곳 알아봐요. 대신 퇴직금 받아낼 수 있는지 인터넷으로 좀 알아보고! 받을 건 다 받아야지!"

"응…….근데 자기한테 너무 미안해.하고 싶은 공부도 해야 하는데 자꾸 시간 늦추게 해서."

"에이그~ 됐고!! 이제 결정 난 거니깐 다시 열심히 해 봅시다! 그 핑계로 술 자꾸 마시려고 하지 말고잉~!! 공부 조금 더 늦게 하면 어때^^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사실 나는 작년부터 웃음치료사와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었다. 공부하리라 결심하기가 무섭게 남편의 회사는 그렇게 됐던 거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올해부터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여서라도 공부하려 했지만 다시 또 돈이 우선이 됐다. 남편은 취직하고 자리 잡을 때 까지만 더 기다려달라고 한다. 난 흔쾌히 기다릴 수 있다.

오늘도 남편은 여기 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연락이 잘 오지 않는다. 마침 친한 친구가 자기 회사도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 혹시나 남편이 자존심을 상해 할까봐 면접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하다 "내 친구네 사람 구한대요"하고 던져 버렸다. 예상외로 적극적으로 회사에 대해 묻더니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면접 날짜를 잡았다. 면접에 통과 하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다. 친구 말로는 99% 합격이란다.

나는 벌써 마음이 들떴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머지않아 반 년 만에 당당하게 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볼 생각을 하니 신이난다. 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출근할 남편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다시 파이팅 할 때다. 그 전 회사는 그만 잊고 다시 만족하며 열심히 다녔으면 좋겠다.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태그:#남편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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