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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떠난 서울 '영등포갑', 누가 새 일꾼으로 선택받을까? 현역 전여옥 의원은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그 뒤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국민생각으로 옮겨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다.

현재 영등포갑 분위기는, 야권연대 후보로 나선 민주통합당 김영주(58) 후보가 앞서 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선규(52) 후보가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기호 6번 정통민주당 여세현(46) 후보도 출마했지만 두 후보에게 많이 뒤처져있다.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에는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문래역 사거리에 내걸린 후보 현수막.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에는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문래역 사거리에 내걸린 후보 현수막.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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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입' 박선규 vs 17대 국회의원 김영주

KBS 기자와 앵커를 거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낸 박선규 후보 측은 "김영주 후보는 언론사의 (영등포갑 출마) 후보자 비교 취재를 전략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17대 비례대표를 지낸 뒤 18대 총선 때 전여옥 의원에게 패했던 김영주 후보 측은 "3월 7일에야 영등포에 들어온 박선규 후보는 (김영주 후보와) 비교할 '깜냥'이 안 된다"고 전했다.

햇살은 따스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던 지난 4일, 영등포갑 지역을 찾았다. 오후 4시 무렵, 지하철 2호선 문래역 밖으로 나오자 하굣길에 나선 남녀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줄을 잇고 있었다. 

"총선이요? 아, 국회의원 뽑는 거. 별로 관심 없어요. 에이, 투표 못 하는 거 알면서…. 근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 뒷조사를 왜 해요? 학교에서도 난리예요. 친구 몰래 샘(선생님)한테 고자질한다고. '누가 너 지켜보고 있다'고 하면 진짜 짜증 나요."

'총선에 대해 아느냐'고 말을 건네자 친구와 수다를 떨던 한 여학생(중3)의 입에서 최근 불거진 현 정부의 뒷조사(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질문이 돌아왔다. 첫 인터뷰 대상자, 그것도 중학생에게서 '민간인 불법사찰' 이야기를 들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총선과 관련해 부모의 생각을 들어보려 했는데, 여학생의 '기습'에 그만 허를 찔린 셈이다. 웃으며 "집에 가서 부모님께 여쭤보라"며 비켜섰다.

"영등포(갑)은 국회의원이 계속 바뀌어서 낙후된 것 같다"

박선규 새누리당 후보가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과 활짝 웃고 있다.
 박선규 새누리당 후보가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과 활짝 웃고 있다.
ⓒ 박선규 후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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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민주당 후보가 박지원 의원과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김영주 민주당 후보가 박지원 의원과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 김영주 후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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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역 사거리, 남부교육지원청 맞은편에 자리한 홈플러스 앞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김영주 후보는 아는데, 다른 후보는 아직 잘.... 누굴 찍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며 "누가 되든 전여옥 의원처럼 '나 몰라'하고 (지역을 떠나 다른 당으로)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래역에서 약 200여 미터 떨어진 박선규 후보 사무실 앞. 김성열(53)씨는 외벽에 걸린 현수막을 쳐다본 뒤 "차관도 하고 기자도 오래 했고, 박선규 후보가 일 잘 할 것 같다"며 "전여옥 의원이 출마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새누리당 후보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영등포구청역 앞, 구청에서 일을 보고 나온 박승정(43)씨는 "주변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해 불만이 많다"며 "민간인 불법사찰 건도 그렇고, 이번에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김영주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구청에 일을 보러왔다는 김동일(63)씨는 "영등포(갑)는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이 계속 바뀌어서 그런지, 서울 다른 곳에 비해 갈수록 낙후되는 것 같다"며 "이번에는 일 잘 하는 사람을 밀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후보 사무실이 있는 영등포청과물시장 부근. 10년 동안 분식점을 하고 있다는 한 50대 여성은 "참말로 먹고 살기 힘들다"며 "국회의원들은 부자들 세금만 깎아줄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서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김영주가 여기에서 일 많이 한 것은 잘 알고 있다"며 김영주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영등포청과물시장에서 바라본 모습.
 영등포청과물시장에서 바라본 모습.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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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준공업 지역 해결' vs 박선규 '5대 희망 공약'

영등포갑 선거구는 영등포본동과 영등포동, 신길3동, 도림동, 문래동, 당산동, 양평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거 형태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낙후된 주택으로 구분된다. 투표 성향을 보면, 당산동과 양평동 등 아파트단지가 줄지어 선 곳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하다. 반면 영등포 쪽방촌을 비롯해 낙후된 주택이 밀집한 영등포와 도림동 등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우세하다.

김영주 후보는 '실천하는 영등포 일꾼'을 내걸었다. 17대 비례대표로 4년, 18대에 낙선한 뒤에도 4년 등 8년간 꾸준히 지역을 위해 일해 왔음을 강조한 것이다.

김영주 후보는 '준공업 지역 해결'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영등포갑 지역의 80.38%에 달하는 준공업 지역의 규제를 완화해서 주거 또는 상업용지로 전환해 '경제 문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 외 공약으로 ▲뉴타운·재개발·재건축사업의 주민의견 반영 ▲공원 녹지와 한강~안양천 연결 숲길 조성 ▲영등포역 KTX 정차 확대 등 대중교통 확충 ▲혁신학교 유치와 학교 '안심존' 입법화 ▲전통시장 활성화 ▲미취학 아동 표준 보육비 지원 등을 내세웠다. 

박선규 후보는 '영등포 희망 특파원'을 자임했다. 종군 기자 경험을 비롯해 뉴스 앵커와 청와대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언론 업무를 계속 맡아왔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박선규 후보는 '5대 희망공약'을 내세웠다. 대표 공약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많이 선발해 해외연수와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내걸었다.

그 외 공약에는 ▲명문고 육성 위한 학력신장 선도학교 지정 ▲전문인 육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 설치 ▲24시간 공공보육시설 확충 ▲제2구민체육센터의 조속한 완공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이용 편의성 증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합리적 추진 등이 있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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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여론조사, 김영주 후보가 박선규 후보 9.8%p 앞서

영등포갑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후보가 43.75% 지지를 얻어 42.52%에 머문 민주당 김영주 후보를 가까스로 이겼다. 불과 1.23%p, 998표 차이로 당락이 나뉘었다. 당시 영등포갑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와 친박연대 후보 등 모두 5명이 출마해 경합을 벌였다.

지난 총선의 박빙 대결 탓인지, 이날 만나본 유권자들은 대체로 김영주 후보를 알고 있었다. 반면 박선규 후보의 지역 내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여세현 후보의 이름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뒤 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영주 후보가 42.6%로 32.8%에 그친 박선규 후보를 9.8%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성별과 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른 할당추출법으로 4월 1일 집 전화 임의번호 걸기와 휴대전화 패널을 결합한 600명 여론조사 결과.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4.0%).

김영주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KBS 기자 출신의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에게 패했다. 박선규 새누리당 후보 역시 KBS 기자 출신이다. 김영주 후보가 설욕할까? 아니면 또다시 '전 KBS 기자' 박선규 후보가 승리할까?

조금씩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 사무실의 현수막.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 사무실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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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 사무실의 현수막.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 사무실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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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육상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영등포갑, #박선규, #김영주, #여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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