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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목장에서 바라본 깊은 산골의 모습, 봄소식이 전해지건만 이곳은 깊은 한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양떼목장 양떼목장에서 바라본 깊은 산골의 모습, 봄소식이 전해지건만 이곳은 깊은 한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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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신 어머님은 임영(강릉)에 계시는데
이 몸 혼자 서울로 떠나는 마음
머리를 북쪽으로 돌려 때때로 바라보니
흰구름 떠가는 아래 저녁 산만 푸르구나

신사임당의 '대관령을 넘으면서'라는 시다. 친정에 다녀오는 길에 대관령에서 몇 번이고 고향땅을 바라보면서 늙으신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서울로 떠나가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한 시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아흔아홉고개 첩첩산중 대관령이 이제는 세계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한식을 며칠 앞두고 집안 사람으로부터 대관령에 와서 며칠 동안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쉬어가라고 연락이 왔다. 잘됐다 싶어 부랴부랴 등산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도시는 봄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대관령은 한겨울 속에 잠겨 있다. 눈이 많이 쌓여 여기저기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고 넘어져 있어 혹독한 겨울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파장을 앞둔 스키장의 모습, 천연눈으로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고.
▲ 스키장의 모습 파장을 앞둔 스키장의 모습, 천연눈으로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고.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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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점프대의 모습. 올림픽 촌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 점프대의 위용 2018년이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점프대의 모습. 올림픽 촌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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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스키장으로 들어섰다. 깊은 산골에 지붕이 삐죽삐죽한 건물들이 마치 이국 풍경을 연상한다. 첩첩 깊은 산중에 이런 풍경이 들어서리라고 우리 조상들은 상상이라도 했을까. 몇 십년 전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감자와 옥수수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스키장이 한가롭다. 스키장 여기저기 눈이 녹아 맨 땅이 보이는 곳도 있다. 스키를 즐기는 몇 사람의 모습만 보일 뿐 겨울 끝자락 스키장은 썰렁하게 비어 있다. 겨울 내내 사람들을 싣고 다녔을 곤도라는 빈 몸으로 습관처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토요일, 일요일 스키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금년은 천연눈으로 장사가 잘 되었다는 소식이다. 파장을 예고하는 기분 좋은 행사인 듯하다.

도시의 텁텁한 공기를 마시다가 맑은 공기를 마시니 한결 몸과 마음이 가볍다. 사람이 떠난 텅빈 산골의 밤은 적요하기까지 하다. 티브이를 본다. 카지노의 불법 도박사건이 터지고 민간인 사찰 사건이 티브이 화면을 도배질한다. 서울 사람이 평창 땅을 사들였다는 뉴스도 빠지지 않는다. 방송을 보는 동안 몸은 시골에 와 있는데 마음은 진흙탕물에 빠져 있는 기분이다.

이미 봄은 왔건만 이곳 양떼목장은 겨울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 아직도 겨울 속 이미 봄은 왔건만 이곳 양떼목장은 겨울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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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를 지키는 망루가 한가롭게 보인다.
▲ 양떼를 지키는 망루 양떼를 지키는 망루가 한가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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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약속된 2박 3일의 일정이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들러 보기로 했다.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진 6만2000평의 넓은 목장은 텅 비어 있다. 양지바른 곳에는 새풀이 돋아나고 있으나 여전히 여기저기 눈이 녹아 내리고 있어 겨울의 끝자락임을 말해 주고 있다. 대관령 선자령으로 오르려는 등산객을 태운 버스와 승용차가 휴계소는 물론 도로까지 가득 메우고 있다. 

넓은 목장을 누비고 다니던 양떼들이 우리 속에 들어앉아 있다. 갇혀 있는데도 여유로워 보인다. 사람들과 친숙한 탓일까, 관광객이 주는 먹이를 잘도 받아 먹는다. 추위 때문에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등을 맞대고 있는 폼이 한결 정답다. 이제 곧 봄이 오고 풀이 자라면 이놈들도 답답한 우리를 벗어나 시원한 풀밭을 누비리라.

서로 등을 맞대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곳에 한마리가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 따뜻한 곳에 내가 서로 등을 맞대고 추위를 피하고 있는 곳에 한마리가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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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장난치지 말고 빨리  주세요.
▲ 뜸들이지 말고 빨리 아줌마, 장난치지 말고 빨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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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풀이 자라는 오월 중순이면 방목을 한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도 추위가 빠른 이곳은 10월말이나 11월 초순이면 다시 우리로 들어오며 관광용이기 때문에 양의 숫자는 280마리에서 300마리 이상 늘리지 않는다고 한다. 3~4월이면 털을 깍아주며 털을 특별히 시용하지 않으나 관객객들이 원하면 나누어주기도 한단다.

양몰이 할 때가 좋았는데, 봄이 언제 오려나, 양몰이 개 보더콜리의 고민
▲ 양몰이 개 양몰이 할 때가 좋았는데, 봄이 언제 오려나, 양몰이 개 보더콜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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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이 전해오는데도 이곳 산골 바람은 몹시 차다. 오늘은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단다. 종잡을 수 없는 산골 날씨다. 동계올림픽 때도 금년 같이 많은 눈을 내려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목장을 돌아본 후 별미라고 알려진 북어탕집으로 향한다. 관광버스가 여러 대 보인다. 점심 시간이어서 그런지 온통 북새통이다.

얼큰한 북어찜에 먹걸리 한 잔을 하고 나니 삼천리 금수강산을 다 구경한 것 같다. 


태그:#대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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