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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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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혁신학교 북서울중학교의 수요일 풍경

수요일마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오후에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 교사들은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공개수업이 열리는 교실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든다. 보통 1, 2, 3학년 별로 세 개의 공개수업이 열리고, 교사들은 자기가 들어가는 학년 수업 교실을 찾는다.

교사들은 아이들 모둠 가까이에서 아이들이 교사의 수업지도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고 대답하며 토론하는지, 옆의 친구와의 소통을 어떻게 이루어 나가는지 관찰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을 깨달아 나갈 수 있는 수업지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수업을 준비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되어 친구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배움을 얻어나갈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수업이 끝나면 참관했던 교사와 수업을 했던 교사가 한자리에 모여 그날 수업에서 각자 배운 점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관찰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수업에 참여했는지, 모둠 안에서 아이들 서로가 어떤 도움을 주고받았는지, 배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학생은 누구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수업연구회를 통해 교사는 다른 교사, 다른 교과의 수업을 볼 수 있게 되고, 그 수업에서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수요일 오후 교사들끼리 서로 배우는 이 새로운 학교는 회가 거듭될수록 교사들의 수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자기 수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또 다른 면도 발견하게 된다. 이제 교사들은 아이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지난 1년 혁신학교인 북서울중학교의 수요일 풍경이었다.

이전 공개수업은 수업의 새로운 기술 소개하는 자리

이전에 일반 학교에서 했던 연구수업이나 공개수업은 그저 수업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을 보고 개선점을 찾기보다는 한 번의 형식적인 수업기술 전시회를 하는 일회성 행사에 다름없었다. 게다가 주로 공개수업에서 관찰은 교사의 수업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학습 목표는 제대로 썼는지, 판서의 양은 적절했는지, 전시학습 확인은 이루어졌는지 등등. 판에 박은 수업의 도식을 전제로 교사의 단점을 주로 지적했던 기존의 수업공개는 따라서 감동도 없고 이후 수업 발전을 위해 피드백되는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교사들은 공개수업이 부담만 되고 실질적인 수업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수업의 목적이 아이들이 제대로 된 배움을 얻는 것에 있음에도 아이들을 관찰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수도 없었던 것이 기존의 수업공개였다.

우리 학교에서 지난 1년간 실시했던 수업연구회는 보여주기식 수업공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실질적인 자기 연수의 과정이다. 우리의 수업연구회는 교사들끼리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며 수업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었다. 또한 그것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수업에 대해 사고하는 관점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아이들을 기본적으로 수업의 주체로 인식하고 아이들 스스로 배움의 과정을 어떻게 조직하고 이끌어 낼 것인가가 우리 교사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또한,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과정은 교사들 자신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고민과 연구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연구하는 교사들의 노력 덕에 아이들은 모둠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고 서로의 배움에 도움을 주는 일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 학교 아이들은 그저 한 시간 내내 떠드는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만 앉아 있는 수업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함께 상의하고 토론하면서 배우는 일이 일상의 수업 활동이 되고 있다. 더이상 교실 뒤편에 앉아 자리만 채우고 있는 아이들, 교사가 판서하고 있는 동안 누워서 자거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아이들은 이제 우리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누구든 모둠의 일원이 되어 교사가 제시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수업에서 얻어야 할 것들을 스스로 찾아 나간다. 모든 교사는 매시간 아이들이 배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활동지를 만들어 수업하고 있다. 아이들이 활동하는 동안 교사는 아이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자극과 격려가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업에서의 발전은 다른 일들과 달리 더디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지난 1년간의 수업연구회를 통한 교사들의 노력에도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멀다. 지난 1년의 시간은 때로는 우리 교사들이 머릿속에 그렸던 수업이 전개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진지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며 기뻐했던 시간이기도 하였다.

42명 전 교사 모여... 북서울중학교서 2012 수업연구회의 첫 수업 해

지난 22일(목) 드디어 우리 북서울중학교가 2012년도 수업연구회의 그 첫 테이프를 끊는 날이 왔다. 우리 42명의 전체 교사는 다시 서로의 수업에서 배우기 위한 자리에 모였다. 교사에게는 장기기증이나 다름없다는 수업공개가 이제 우리 학교 교사에게는 어느 정도 일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든 교사에게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

첫 번째로 수업을 연다고 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2012년 첫 수업연구회에 기꺼이 자신의 수업을 열겠다며 자청한 선생님이 계셨다. 그 덕에 올해 수업연구회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경력이 높은 선생님 중의 한 분이 수업공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들이 돌아가고 있어도, 혁신학교 수업연구회를 보고 배우러 온 인근 학교 교사들이 둘러 서 있어도 우리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사의 지도에 따라 책을 넘기고,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하면서 수업에 임한다. 작년 1년 동안의 수업연구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도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수업을 보고 배우는 문화에 익숙해졌다.

첫 수업연구회의 공개 수업은 전기에 관해 배우는 기술 수업. 아이들은 전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며 표어도 만들고 전기를 만드는 다양한 발전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 드디어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까지 생각의 폭을 넓혀 나간다. 생활 속에서 배움의 연관성을 찾게 하려는 교사의 의도가 수업의 단계 단계마다 아이들을 친절하게 이끈다. 아이들은 모둠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답을 구체화해 나간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과제에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발표한다. 교사의 잘 짜인 수업과 아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교과서에 간단하게 서술된 전기의 단원은 원자력 발전을 계속 확대해도 되는지에 대한 토론으로까지 나아간다.

지난 1년 동안 북서울중학교에서는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교사들의 인내심 있는 꾸준한 노력 덕에 아이들은 모둠 안의 친구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속에서 배우는 법을 익혀 나갔고 반면에 교사들은 함께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가슴 속에만 묻어두었던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새삼 확인하는 뿌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 북서울중학교 교사들은 그 뿌듯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다시 시작한다.

곽노현 교육감, 수업연구회의 전 과정에 참여

2012년 우리의 첫 수업연구회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었다. 곽노현 교육감이 함께 수업연구회의 전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우리 학교 일반 교사들과 다름없이 아이들 사이에 들어가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엉뚱한 답변에 함께 웃으며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던 수업연구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자로 참여하였다.

교육감이 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교사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흔한 일도 아니었다. 그간 교육감은 형식적인 인사말을 하고 가던가 아니면 잠시 뒷짐 지고 슬쩍 지나쳐 보고는 교장실에 앉아 대접을 받고 돌아가던 모습만을 보아왔었다. 그런 우리에게는 곽노현 교육감의 그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지만 반가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의 아이들과 교사들 속에 들어와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이미 3월 초 올 1년 각자가 동료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열 계획을 세웠다.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수업 전문가를 모시고 진행하는 수업컨설팅과 목요일 오후에 진행하는 자체 수업연구회로 작년보다 더 나은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학교는 아이들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교사도 서로에게서 배우는 곳이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그 어떤 연수보다도 도움이 되고 알찬 연수를 같은 동료 교사들의 수업을 보고 배우는 것 속에서 만들어 왔다.

혁신학교,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 보았다

작년은 그 첫해라 교사인 우리들도 여러 시행착오와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엊그제 퇴근 시간에 받은 한 통의 전화는 지난 1년 간 혁신학교에서 흘린 우리의 땀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인근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올해 들어온 1학년이 유난히 수업 태도가 좋아 확인해 보니, 그 아이들이 대부분 우리 북서울중학교 출신이었다는 이야기였다. 혁신학교가 정말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주었다. 그 전화를 받으며 너무나 가슴 벅차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 이런 게 교사의 행복이구나!

작년에는 수업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교사인 우리 자신의 변화에 행복했었는데, 불과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에게 배웠던 그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이렇게 인정받는 것을 보며 더 큰 행복을 느끼는 축복까지도 누리게 되었다. 이러니 나는 정말 혁신학교 교사인 것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태그:#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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