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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여러분 이발은 어디서 하나요. 얼마 전 문재인 이사장이 7000원에 머리를 깎았다는 소식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었지요.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이래저래 마음 고생인데 7000원으로 머리를 깎을 수 있다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 것입니다.

지난 해 12월 말 행정안전부가 통계청과 공동으로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30개 품목 가격 동향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충남과 전북이 남자 성인 커트 기준 1만 1100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구가 8833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전국 평균가는 1만 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깎는다고 생각하면 1만원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1년이면 12만 원이지요.

남편 머리는 아내 커트 연습 대상 

그런데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미장원과 이발소가 있느냐고 묻고 싶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로 머리를 깎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말장난 하는 것이냐고 비판하겠지만 저는 14년 동안 한 두 번만 미장원을 이용할 뿐입니다. 어디서 머리를 깎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예 집에서 깎습니다. 당연히 가위손은 아내입니다.

왼손잡이 아내. 바리깡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습니다.
 왼손잡이 아내. 바리깡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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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결혼을 하면서 아내는 제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처녀때 미용기술을 배웠는지 궁금하겠지요. 아닙니다. 아내는 제 머리를 깎으면서 연습했고, 그것이 14년이 되었습니다. 첫번째 이발 하는 날. '맹구'가 따로 없었습니다. 결국 미장원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가 손재주가 있었는지 한 두 번 제 머리카락 자르는 것으로 커트를 연습하더니 이내  커트 전문가가 되었지요. 아들 둘과 딸 아이, 어떤 때는 자신의 머리카락도 짜릅니다. 대단한 가위손입니다.

아내가 깎아주는 이발, 일석사조

집이 워낙 추워 한겨울에만 미장원에서 깎고 나머지는 집에서 아내 손길로 이발을 하는데 이래저래 좋습니다. 시간 아껴 좋고, 돈 아껴서 좋고, 이발하면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일석삼조, 일석사조가 되는 것이지요.

"오늘은 이발 좀 하면 좋겠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데 괜찮겠어요. 다음에 깎으면 안 돼요?"
"당신도 내 머리 보세요. 엉망이잖아요. 웃옷 입으면 춥지 않아요. 바람만 많이 불고, 날씨는 많이 춥지 않는데.
당신은 이제 머리깎는 선수가 다 되었어요. 미장원이나 차려볼까요."
"이런 실력으로 미장원 차리는 순간 바로 다음 달 망할 거예요."

"아니, 남성커트 전문으로 하지. 6천원 정도면 대박 날 것 같은데."
"그냥 당신하고, 인헌이, 체헌이 깎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나는 당신이 깎아주는 머리가 제일인데."


꺌끔하게 정리된 머리. 이제 남자 커트는 할 수 있습니다.
 꺌끔하게 정리된 머리. 이제 남자 커트는 할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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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커트가 '0원'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발은 끝납니다. 이미용학원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아내가 깎은 머리를 볼 때마다 대만족입니다. 당연히 돈은 '0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싼 개인 미장원입니다. 물론 우리 가족 외 다른 사람을 깎아주면서 영업은 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머리를 깎자 막둥이 역시 나섰습니다. 이 녀석은 머리카락 자르는 일을 싫어합니다. 5학년인데 자기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엄마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아내는 군인 머리를 좋아합니다. 우리 가족이 머리숱이 많아 조금만 길어도 추해보이기 때문에 3주에 한 번씩입니다.

"엄마, 오늘은 머리 깎아주세요."
"너는 깎고 싶은 마음 없잖아."

"아니예요. 오늘은 깎고 싶어요."

이발을 하기 싫어하지만 하고나면 좋아하는 막둥이.
 이발을 하기 싫어하지만 하고나면 좋아하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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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가장 잘 생긴 막둥이. 머리카락 자른 모습은 더 잘 생겼습니다. 깎기 싫어하지만 깎고나면 좋다고 합니다.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위손 엄마가 온 정성을 다해 자른 머리카락을 보니 막둥이 얼굴이 빛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발은 집에서 할 것입니다. 계산을 해보니 1년에 약 50만 원을 아낍니다. 물론 아껴 쓴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가위손 아내의 이발은 우리 가정을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작은 행사입니다.


태그:#이발, #아내, #미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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