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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만 되면 얼굴에 함박웃음입니다. 일주일만에 엄마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요일 점심 먹기 시작하면 얼굴은 이내 먹구름이 끼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엄마 얼굴을 또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하룻밤을 더 잡니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버스 기사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입니다.

"왜 일요일에 안가고, 월요일에 가느냐. 너희들 때문에 손님을 더 태울 수 없다. 다음 주에는 반드시 일요일에 가라."
"아니, 엄마와 아빠하고 하룻밤 더 자는 것이 그렇게 잘못이예요?"
"그래도 이 녀석들이…. 잔말 말고, 다음 주는 반드시 일요일에 가야 한다. 알겠어?"


엄마 품에 하룻밤 더 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다음 주는 눈물을 머금고 일요일에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저는 1979년 중학교 입학부터 1985년 고등학교 졸업까지 6년을 이렇게 살았습니다. 집에서 중학교까지 워낙 멀어 학교 밑에서 자취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울면'을 먹고 태어난 우리 집 예쁜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를 자취를 시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도저히 떼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요즘 중학교 1학년 딸을 자취시키면 '정신나간 부모'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했습니다.

중3년.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자취방으로 가고 싶었지만 버스기사는 어림없다고 했었다.
 중3년.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자취방으로 가고 싶었지만 버스기사는 어림없다고 했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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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토요일을 기다린 이유입니다. 그리고 저는 '토요일도 학교가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동무들끼리 나누기도 했습니다. 엄마 얼굴을 하루라도 더 보기를 그토록 바랐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토요일에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놀토였는데 이제는 토요일마다 놀토입니다. 그런데 놀토가 '공토'가 되고 있습니다.

놀토가 왜 공토인가요?

"아빠, 왜 토요일에 공부를 해요?"
"토요일에 공부를 해? 올해부터 놀토아니니?"
"아니예요. 공부한다고 했어요."
"토요일에 모든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아이들 하는 건데 뭘."
"그래도 놀토는 놀토가 되어야지 왜 공토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올해부터는 토요일에 학교가지 않는다고 제일 좋아했던 우리집 막둥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학교가지 않는 날인 막둥이. 그런데 학교에서 토요일 공부프로그램을 받고서는 놀토가 공토가 되었다고 불만입니다.

토요일 공부프로그램이 예체능이 많지만 아이들에게 역시 부담입니다.
 토요일 공부프로그램이 예체능이 많지만 아이들에게 역시 부담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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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교육프로그램을 보니 막둥이가 말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국·영·수같은 학과 공부보다는 축구, 배구, 컴퓨터, 수영, 미술 따위였습니다.

"김막둥이. 토요일 공부하는 날 아닌데. 배구, 축구, 컴퓨터, 수영, 미술이잖아."
"아빠는 이것이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나는 공부하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학교에 가잖아요. 놀토인데 왜 학교를 가야해요?"
"아빠와 엄마처럼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친구 부모님들 중에는 토요일에 일하는 분들이 많아. 그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없으니까. 학교에서 축구같은 것을 가르치면 좋잖아."


막둥이가 학교를 얼마나 가기 싫은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방과 후 학습으로 축구를 시켜달라고 조릅니다. 그런데 토요일 축구교실은 싫다고 합니다. 말로는 이들 과목들이 공부가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학교가는 것 자체가 공부하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토요 프로그램 과연 잘 정착될까?

토요일 직장 생활을 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놀토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보고 가르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놀토 프로그램이 얼마나 정착될지 의문입니다.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마다 놀토를 시작했을 때도 토요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결국 유야무야 되었습니다. 잘 정착되어 학생-학부모-학교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33년 전 그 때 엄마 품이 그리워 하룻밤 더 자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 꿈이 이제 실현되었습니다. 막둥이 말처럼 놀토가 공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태그:#놀토, #공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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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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