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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원 6기소집 총선이 작년 12월 4일에 끝났지만 아직도 러시아 전역은 부정선거 규탄시위로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비제도권 정치세력으로 민주주의 성향의 이익집단인  '저항자들'은 정부 여당과 대통령에게 부정선거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엄중한 법적 처리, 새로 구성된 하원 해산과 더불어 공정한 선거를 담보한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제도권의 야당들도 시위대에 한 목소리로 힘을 보태주고 있어 메드베데프 정부와 푸틴 총리를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러시아는 3월 4일에 6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를 통치할 제6대 대통령을 뽑는다. 총선 후 저항자들이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외쳤던 요구 사항들이 고스란히 대통령 선거전에서 핵심 이슈가 돼 버렸다. 

당선이 유력한 여당 통합러시아당 푸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당과 이념적 노선을 떠나 한 목소리로 정부는 공정하고 정직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무소속 미하일 프로하로프를 제외한 3명의 후보들은 반푸틴 전선을 형성해 선거 다음날인 5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약해 놓고 있다.

또 저항자들은 깨끗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유권자 연맹(LEAGUE OF VOTERS)'이라는 투표감시단을 발족시켰다. 연맹은 야권 후보자들의 선거캠프와 연대하여 투개표 진행과정 및 현황 등을 철저히 감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출발은 변함없는 우정으로 멋지게

통합러시아당은 지난해 9월 24일 전당대회를 열어 제6대 러시아 대통령 후보로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수천 명의 당원 앞에 상기된 표정으로 푸틴을 대통령 후보로 제청했고, 이어 연단에 오른 푸틴은 후보 수락을 하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12월 4일 하원 총선에 통합러시아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것과 만일 3월 4일 대선에 승리하면 총리직을 맡아 줄 것을 제안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마치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하는 대회처럼 한 폭의 멋진 '정치 쇼'를 연상케 할 정도로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투톱이 제청과 수락이 반복되는 동안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당원들은 두 사람의 인간미, 우정 및 선후배 간 존경과 신뢰에 수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두 남자의 선후배 간 우정은 '임무 교대'를 끝으로 막을 내릴 것인가? 이제 전문가들은 푸틴이 대통령직에 세 번 오를 목적으로 총리로 자리를 옮겼던 것과 달리 재선에 목적이 없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하에서 총리직을 끝까지 수행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대선은 '푸틴 vs 반푸틴' 대결 구도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푸틴 대 반푸틴 구도가 형성되었다.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 푸틴에 대한 피로감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푸틴과 메드베데프 투톱 간 임무 교대가 신사적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푸틴의 장기집권 가능성이 더욱 높아 진 것도 국민들이 그에게 피로감을 빨리 느끼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실제적으로 푸틴은 대통령 8년, 총리 4년으로 최고 권력에 12년간 머물렀다. 헌법 개정에 따라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나면서 장기집권이 확실시 되고 있다. 만일 그가 제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향후 있을 7대 대통령 선거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심리적 가설도 푸틴에 대한 피로감을 증폭시키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의 장기집권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그를 가리켜 '현대판 서기장'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가설이 기정사실이 될 경우 푸틴은 권좌에 24년을 머물게 된다. 이것은 장기집권으로 소련에서 '식물 서기장'으로 불렸던 브레즈네프(1962~1982년)보다 6년이 많은 기간이다.

푸틴이 아니라면...그럼 누구?

푸틴은 12년 동안 권좌에 있으면서 중앙집권화수단으로 권위주의 정권을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경제적으로도 연 7~8%의 성장을 이루면서 만성적인 정치적 불안도 해결했다. 그가 대내외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국민들의 인내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푸틴은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지자체장을 선택할 권리와 개인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 등을 박탈하거나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국민들은 지난 12월 4일 6기소집 하원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기대 이하의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를 목격하면서 푸틴의 권위주의 정권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선거과정에서도 정부 여당이 행정력을 동원한 선거법 위반 사례 등이 밝혀지면서 메드베데프 정권의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저항자들은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규탄시위를 모스크바와 러시아 전역에서 벌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그간 푸틴을 지지했던 중도우파세력 결집에 큰 타격을 주었다. 전문가들도 푸틴의 대선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다는 전망과 분석들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때 푸틴에 대한 지지도가 40%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나 저항자들은 푸틴에 대항할 만한 후보를 찾는데 실패하면서 저항자들의 열기도 식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푸틴 선거캠프의 세몰이 집회는 저항자들의 결집을 무마시키기에 충분했다. 

푸틴 1차 투표에서 확승 높아

국내외 전문가들은 푸틴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2차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 대선은 1차 투표에서 참가 유권자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후보가 승리를 하게 된다.

이번 제6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가운데 최대 수혜자는 러시아의 억만장자 미하일 프로하로프(약 18조 원)일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 비즈니스맨의 정계진출 불가라는 관례를 깨고 자천 후보로 출마해 기대 이상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하로프는 초반에 푸틴이 절대적 압승을 앞세워 치르나마나한 대선으로 전락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뻔 했던 선거 분위기를 살린 구원타자이다. 그는 키가 204cm로 표트르대제를 연상케 한다.

푸틴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하든, 아니면 2차 투표에서 승리를 하든 승리 자체에 큰 의미는 없다. 다시 말해서 푸틴은 1차든, 2차든 투표에서 60% 이상으로 확실한 득표를 못한다면 러시아는 '잃어버린 6년'이란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태그:#러시아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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