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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도전기를 듣는다. 이 기획은 총선 격전의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정치인에 대한 점검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그 출발은 '4.11 첫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성근 최고위원은 주로 분노·복수·대결의 이미지를 표방한다. 하지만 내가 문익환 목사님께 배운 참뜻은 사랑·포용·화합·인권 등이었다. 내가 이해하는 문 목사님의 참뜻과 문 최고위원이 보여주는 현 모습은 많이 다르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출마한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장을 내민 하태경(44)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말이다.

 

젊은 시절 문 최고위원의 아버지, 고(故) 문익환 목사와 함께 통일운동을 했던 하 예비후보는 현재 <열린북한방송> 대표이자 북한인권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그를 부산 북강서을에 전략 공천해 '문 목사의 아들 Vs 문 목사 측근'이란 구도를 만들려 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는 애초 4월 총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나선 서울 관악을 출마를 공언했다. 하 예비후보는 지난 1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부패무능세력과 종북주의를 청산하고 통일한국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며 "'종북세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예비등록을 할 것이다, 그곳은 '관악을' 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 예비후보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 것을 성토했었다. 

 

"당 차원에서 내가 북강서을 출마 적합하다고 했다"

 

하 예비후보는 2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성근 최고위원을 제어하는 게 대한민국이 전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 차원에서도 부산 북강서을 출마 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고 '부산 사람'인 만큼 당 차원에서 그의 북강서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 하 예비후보는 "처음 (입당 등을) 제안한 쪽은 비상대책위 인재영입분과였고 공천은 공천후보자추천위에서 결정하는 만큼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이런 점들이 공천 심사에 어느 정도 반영되길 바란다"며 전략공천 희망을 내비쳤다.

 

또 지역구 현역 의원인 허태열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사실상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복심이라 불릴 만한 분이지만 만약 쇄신을 위해 그런 분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새누리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여부는 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 예비후보는 무엇보다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크게 기울였다. 그는 "NGO 활동가는 문제제기자는 될 수 있었지만 문제해결사가 되긴 쉽지 않았다"며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나 북한인권법 처리에 온 힘을 싣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 예비후보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 출신으로 1989년, 1991년 두 차례 투옥된 적 있다. 그는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에 대해 "중국 유학 과정에서 수백 명의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80년 광주항쟁을 들으며 느꼈던 것보다 더 참혹한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며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과거의 동지이지만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태경 예비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북한인권운동가에서 정치로 본격 입문했다.

"아무래도 NGO 활동가는 문제제기자는 될 수 있지만 해결사가 되긴 어렵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에서 북송 위험에 처한 탈북자 문제를 보자. 이 문제를 이슈화 시키는 건 NGO 활동가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다. 그를 위해선 중국 정부와 만나서 협상도 해야 할 텐데 NGO 활동가로 이건 쉽지 않다. 반면 카터나 클린턴 같은 미국 정치인들은 북한에 억류돼 있던 자국인들을 구해왔다.

 

두 번째 계기는 북한인권법이다. 그동안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NGO 차원에서 많이 노력해왔다. 하지만 국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하려는 사람이 적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미국과 일본에선 통과됐는데 한국에서만 통과가 안 된 건, 이 문제를 절박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여당이나 제1야당에 없다는 뜻이다. 국회 안에도 북한인권 문제를 읽고, 절박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왜 부산 북강서을인가. 지난 1월 총선 출마 선언 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출마하는 서울 관악을 출마를 공언했다.

"관악을 출마 선언을 하고 난 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난 당을 못 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새누리당이 쇄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이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글을 전달했다. 그를 통해 새누리당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지와 정책을 확인했고 상당부분 나의 생각에 동의해줬다. 입당한 뒤에 다시 새누리당에서 연락이 왔다. 당 차원에서 전체적인 선거구도를 볼 때 하 대표가 부산사람이고 소위 '낙동강벨트'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 지역구, 즉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하는 게 적합하단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고민과 토의 끝에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결정했다.

 

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비교할 때, 이 대표는 의미는 있으나 지지율 3~4%의 소수정당의 대표이고 문 최고위원은 지지율 40%에 육박하는, 제1당이 될지 모르는 당의 2인자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 최고위원을 제어하는 게 대한민국이 전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 새누리당은 부산 사상구와 북강서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했다. 하 대표가 북강서을의 유력한 전략공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처음 연락온 쪽은 비상대책위 인재영입분과였다. 공천은 공직후보자추천위에서 결정한다.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재영입분과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입당 등을) 수용한 부분이 있다. 이런 점들이 공천 심사에 어느 정도 반영되길 바란다."

 

"'복수' 말하는 문성근, 문익환 목사의 참뜻과 안 맞아"

 

-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맞상대하게 될 텐데 묘한 인연이다. 하 대표는 '통일맞이'에서 문 최고위원의 부친 문익환 목사와 함께 일을 했었다. 문 최고위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개인적인 인연을 보자면, 문 최고위원이 15년 선배다. 나이 차도 많이 나고 문익환 목사와 함께 통일운동을 할 때 문 최고위원은 연예 활동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는 문 최고위원은 정치인이나 투사 이미지가 아닌 연예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문 최고위원 모습을 보면, 반독재 투쟁하는 분 같다. 1970~80년대의 정서가 나온다. 주로 표방되는 이미지가 분노·복수·대결 이런 것들이다. 80년대 당시 학생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문 목사님께 배운 참뜻은 사랑·포용·화합·인권 등이었다. 내가 이해하는 문 목사님의 참뜻과 문 최고위원이 보여주는 현 모습은 많이 다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전두환 정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 문 최고위원은 '임기가 하루 남아도 이명박 정권을 탄핵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두 되돌려주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더라. 그런 것은 과거 우리가 군사독재 정권과 싸울 때의 정서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보이고 있다."

 

- 1월 총선 출마 선언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당명 교체와 쇄신안이 마무리된 결과를 지켜본 후 입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새누리당의 쇄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쇄신은 크게 정책쇄신과 인물쇄신으로 나뉘지 않나. 정책쇄신 쪽은 한 70~80점 정도 된다고 본다. 또 젊은 층과 교감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점도 높이 사줘야 한다. 인물쇄신 쪽에서도 현재 민주통합당보다 훨씬 잘 하고 있지 않나.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여부는 날 보면 된다. 난 새누리당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친박이니 친이 같은 아무런 인간적 연대도 없다. 다만 당에서 시대적 변화를 보고 나 같은 사람을 영입한 것이다. 무엇보다 북강서을 현역 의원인 허태열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복심(腹心)이라 불릴 만한 분이다. 만약 그런 분을 새누리당의 쇄신을 위해 공천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수족을 자르는 정도의 아픔을 감수한 것이다. 그것 자체가 새누리당의 혁신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가 현재 정치권 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이 단식농성을 했는데,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나.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압박과 협상 둘 다 필요하다. 중국 정부도 탈북자를 돌려보냈을 때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실 (탈북자들에 대해) 동정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중국 정부와 신뢰 관계를 쌓고 있는 정부 관계자, 정치인들이 물밑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야 모두 실질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정치인이 없는 것 같다. 중국 정치에선 인간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최소한 중국말로 의사소통도 해야 한다. 중국말로 의사소통을 하고 중국정치인들과 신뢰관계를 틀 수 있는 사람이 현재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중국에서 박사학위도 땄고 SK텔레콤에서 대중사업을 벌이며 중국의 정·관계 인사들과 나름의 인맥도 쌓았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겠다."

 

"북한 인권 외면하는 야당, 미래 함께 할 동지 아냐"

 

- 중국 CCTV의 '환구시선'에서 지난 1일 탈북자 인권문제 이슈화는 '새누리당의 이익과 관계있다'고 평가했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싸움이 새누리당의 주도 하에 진행돼야 했다. 하지만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과 관련 NGO의 주도 하에 이 싸움이 시작됐다. 가장 주목받는 것도 박 의원이지, 새누리당 의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환구시선'은 정확한 진단을 내린 게 아니다. 거기에 차인표 등 연예인들이 이 문제에 대거 참여하면서 국민운동화됐다. 그분들은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비극적인 사실들을 알게 됐기 때문에 동참한 것이다. 나도 그 분들과 마찬가지로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이 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사실 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에 아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왜 새누리당과 함께 했냐면, 중국 유학 과정에서 수백 명의 탈북자들을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80년 광주항쟁을 들으며 느꼈던 것보다 더 참혹한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북한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동지이지만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는 아니다."

 

- 이번 총선에서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정치의 주기능은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사람을 지켜주는 이가 정치인이다. 그런 정신을 반영한다면 탈북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나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아 무상급식 도입에 적극 반대했다. 현재 새누리당도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당시와 비교할 때 기본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복지는 개개인의 자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개개인의 의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또 부자복지를 반대한다. 복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가야 한다. 100의 재원을 갖고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이 동등하게 나눠 갖는 건 불의하다고 본다.

 

주민투표 당시 때도 두 가지의 입장이 있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100% 무상급식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50%까지만 무상급식한다. 나는 부자복지를 반대하기 때문에 해당 단체의 대변인을 맡았다. 지금도 견해는 변함없다. 새누리당도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지역의 소득수준마다 다르게 적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충돌은 없다."

 

-  이번 주말 2차 공천자 발표를 앞두고 TK(대구, 경북)은 물론, PK(부산, 경남) 지역의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가 예측되고 있다. 하 대표가 보는 부산 민심은 어떤가. 

"정치는 시대의 변화요구를 누가 더 잘 반영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다. 그만큼 시대의 변화요구에 더 민감하다고 본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 과거의 흐름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새로운 흐름이 생기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도기적 국면을 합심해 지혜롭게 넘겨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총선에서 (공천이) 결정됐을 때 같은 당원으로서 승복하는, 대승적인 모습을 다 같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2월 말 부산 북구로 전입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많이 부족할 텐데 어떻게 선거운동을 펼칠 예정인가.

"무조건 이름을 알리기보다 주민들에게 인상을 깊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민생 관련 정책들을 시리즈로 계속 발표하는 것이다. 그런 쪽으로 소통하면서 한 분을 만나더라도 악수 한 번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소통하는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


태그:#4.11 총선, #하태경, #문성근, #북한인권, #강제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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