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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2012년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 책을 들고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새 학년을 시작한다. 이 외에도 올해 초등학교에서 새롭게 시행되거나 변하는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

[변화 ①] 주5일 수업제로 평일 수업 부담 늘어나

2012년 초등학교 교육과정 변화내용입니다.
 2012년 초등학교 교육과정 변화내용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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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큰 변화는 주5일 수업제 시행이다. 교육과정 개편없이 학교 자율로 시행되어 토요일 4시간이 그대로 평일 수업으로 전가되었다. 이 때문에 올해 1, 2학년과 5, 6학년의 수업부담이 가장 크다. 1학년의 경우도 전에는 3주 정도 입학적응기라 3교시 수업부터 순차적으로 늘렸는데, 올해는 대부분 처음부터 4~5교시 수업을 해야 한다.

주5일제 수업은 학교중심 교육을 학생 삶의 터전인 지역과 가정의 역할분담으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인데, 교과부는 이에 대한 대책은 없이 토요일 프로그램 마련과 평일수업시간 지키기만 고수하였다. 그래서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주5일 수업을 얼마나 내실있게 준비하고 질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늘어난 수업부담에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앞으로 주5일 수업이 우리 교육 발전의 새로운 기점이 될 수도 있으리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또 3, 4학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어 수업시수가 연간 34시간 줄었다. 그래서 3학년은 국어가 주당 1시간(34주 기준) 줄었고, 4학년은 창의적 체험활동(지난해까지는 재량, 특별활동)이 줄었다. 2008년에 MB정부가 영어몰입정책으로 초등 3~6학년 영어수업시간을 주당 1시간씩 늘려놓았는데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국어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줄인 것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운영하고, 수업시수를 20% 증감하는 등 운영방법에 적용되고 교과서는 거의 그대로라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 여기에 주5일제 때문에 수업시수 증감은 커녕 현재 시수로 시간표를 짜고 수업을 제대로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 커서 2009개정교육과정은 거의 사문화되고 있다. 오히려 올해 눈에 띄는 변화는 국어교과서가 바뀐 것이다.

[변화 ②] 국어교과서, 수는 줄었지만 내용은 그대로?

올해 1~3학년 국어 교과서. 표지는 같지만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1, 2학년은 듣기·말하기·쓰기가 합쳐져 교과서가 1개 줄고, 3학년은 내용 편집까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1~3학년 국어 교과서. 표지는 같지만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1, 2학년은 듣기·말하기·쓰기가 합쳐져 교과서가 1개 줄고, 3학년은 내용 편집까지 많이 달라졌습니다.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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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과서는 먼저 3학년 듣기·말하기·쓰기의 구성이 달라졌다. 지난 2010년, 교과서 수를 줄인다며 무리하게 듣기·말하기와 쓰기 2권을 1권으로 합쳐놓아 책만 두껍고 사용하기 불편해 졸속개편이란 비판을 들었다.(관련기사: 무겁고 어려운 새 교과서, 초등 3학년 불쌍해라) 이번에 나온 교과서는 국어시간 감축(238→204시간)에 맞춰 통합하여 단원별로 내용을 합치거나 순서를 바꿔 양을 줄였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런 내용을 현장에 안내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국어 시간을 전처럼 238시간으로 계산해 시간운영계획을 짜는 현상도 나타났다. 교육청에서 나온 편성운영자료에서도 특별한 안내가 없거나 시수감축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경북에서 근무하는 노미경 교사는 이를 보고 경북교육청에 3학년 국어시간 감축과 교과서 개편현황을 현장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교육청 담당자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교과부에 확인해도 잘 모른다고 하였다. 직접 교과부에 전화하니 정말 그 담당자도 잘 모른다고 하더니 국어교과서팀에 확인하고서도 이번에는 시간은 안 줄었다는 등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더 웃긴 일은, 교과부 담당자가 노 교사에게 이 사실을 다른 부서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노 교사는 교과부가 책을 바꿔놓고도 모르고 있는 것도 황당한데다 현장 교사에게 다른 부서에 알려달라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분개했다. 

왼쪽은 올해 1학년 듣기·말하기·쓰기 교과서이고, 오른쪽 2개는 지난해 1학년이 배운 교과서입니다. 왼쪽 듣기·말하기·쓰기는 지난해 교과서 내용을 그냥 단원별로 합친 것입니다. 순서대로 듣기, 말하기를 배운 다음에 쓰기 내용을 배웁니다. 양으로 치면 단원별로 2~3쪽이 줄은 정도입니다.
 왼쪽은 올해 1학년 듣기·말하기·쓰기 교과서이고, 오른쪽 2개는 지난해 1학년이 배운 교과서입니다. 왼쪽 듣기·말하기·쓰기는 지난해 교과서 내용을 그냥 단원별로 합친 것입니다. 순서대로 듣기, 말하기를 배운 다음에 쓰기 내용을 배웁니다. 양으로 치면 단원별로 2~3쪽이 줄은 정도입니다.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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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학년은 국어 교과서가 듣기·말하기/읽기/쓰기 3권이었는데, 올해는 듣기·말하기·쓰기가 1권으로 합쳐져 2권으로 줄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거의 변한 것이 없이 단원별로 듣기·말하기가 먼저 나오고 다음에 쓰기가 합쳐진 형태라 책만 두꺼워졌다. 1학년들이 글도 읽기 전에 나왔던 장문의 자기 소개 글도 여전히 남아있다. 2009년에 국어교과서를 갑자기 합친다고 해서 교육계에서는 아이들이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반대했는데, 2년간 준비한 결과가 이 수준이라니 기가 막힌다.

이 교과서는 올해 1년만 쓰고 내년부터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이하 2011개정교육과정, 2011년 8월 9일 고시)으로 만든 새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2년간 준비한 게 이 정도인데 내년부터 쓸 국어교과서는 6개월 만에 만들어 3월부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현장교사들은 지금보다 더 엉터리 교과서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변화 ③] 5, 6학년 영어, 학교마다 다른 교과서로 배워

5, 6학년 영어검정교과서입니다. 3, 4학년에 비해 검정교과서 수가 많이 줄어서 현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검정교과서 숫자가 많으면 복잡할 뿐, 교육내용에서는 전보다 큰 차이가 없거나 더 안 좋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5, 6학년 영어검정교과서입니다. 3, 4학년에 비해 검정교과서 수가 많이 줄어서 현장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검정교과서 숫자가 많으면 복잡할 뿐, 교육내용에서는 전보다 큰 차이가 없거나 더 안 좋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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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학년은 올해 처음으로 영어검정교과서를 쓰는데, 지난해 3, 4학년에 이어 영어는 완전히 검정교과서 체제로 변화되었다. 영어교과서에 교과부가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학년 영어교과서는 7종이고, 6학년은 6종으로 3, 4학년 14종보다는 많이 줄었다.

검정교과서의 질은 어떨까? <교과서를 믿지 마라>(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저, 바다출판사 펴냄) 책을 보면 교사들에게 영어검정교과서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니 오히려 국정보다 못하다는 대답이 많았다. 여기에 교과서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단원 순서나 단원에 나온 영어의사소통기능이 달라 전학생들은 학습결손이 발생한다. (관련기사 : 골라먹는 재미보다 학습부담만 더 늘었네) 5학년의 경우도 4학년 때 배우던 출판사와 다른 출판사가 많고, 6학년은 처음으로 검정교과서로 배우게 되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학을 가면 학부모나 교사 모두 같은 출판사 책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학습결손이 생기지는 않는지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좋겠다.

[변화 ④] 방과후교육, 학교폭력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려

학교생활기록부도 기록 내용이 바뀐다. 지난해부터 1, 2 학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조금씩 변하더니, 올해는 방과후교육활동과 스포츠클럽, 학교폭력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현장에서는 이 때문에 걱정이 많다. 방과후교육활동은 정규교육과정이 아니라 대부분 수익자부담으로 하는 활동인데 이것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리면 결국 학부모의 경제적 차이가 생활기록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방과후교육활동 내용도 과연 그것이 생활기록부에까지 올릴 만한 내용인지, 중간에 그만 두는 학생들도 있는데 교사가 그걸 일일이 챙겨서 기록하느라 잡무만 늘리는 건 아닌지 불만이 많다. 스포츠클럽활동 등도 이런 문제가 있고, 모든 것을 점수따기 경쟁으로 몰아가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학교생활기록부 훈령 239호(2012.1.27) 주요 개정 사항
1. 교과학습발달사항 특기사항에 방과후 활동 내용을 입력한다 - 방과후학교 내실화 방안  2.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란에 스포츠클럽활동 시수와 특기사항을 입력한다. - 학교체육, 예술교육 활성화방안 
3.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적, 출결사항, 종합의견 란에 입력한다 -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가장 큰 문제는 학교폭력 관련 내용이나 가해 사실을 올리는 것이다. 그동안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내용에서도 되도록 부정적인 내용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실수할 권리가 있고 교육은 가능성을 키우는 것인데, 부정적인 의견으로 학생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학이나 구직 과정에 불이익을 겪을 수도 있고 사회적 편견도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자조차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최근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방안이 나왔다지만, 더 신중한 접근이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학교생활기록부는 진학이나 이후 학생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데, 개정 과정에서 공청회나 토론회도 제대로 없이 바뀌기 때문에 교과부가 자의적으로 고친다는 불만도 많다.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같은 기사를 보냅니다.



태그:#초등학교교육과정, #주5일수업, #국어교과서, #학교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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