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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새누리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
 2월 28일 새누리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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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이 30여 일 남았다. 여야에서는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전국 여기저기에서 공천 공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야 후보 공천이 일찌감치 확정된 곳이 있다. 강원 홍천·횡성 선거구가 그곳이다.

이곳에서 새누리당의 황영철 현 의원과 민주통합당의 조일현 전 의원은 예선전 없이 바로 본선 경쟁에 들어갔다. 현재 별다른 출마자가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양자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른바 '홍천 읍내의 아들'과 '홍천 산골의 아들' 맞수 대결이다.

읍내 출신 엘리트와 산골마을 농부 아들의 대결

두 후보의 맞수 대결은 이번이 네 번째다. 금배지는 조일현 후보가 먼저 달았다. 그는 14대 총선에서 국민당 후보로 나서 당선했다. 하지만 당시 '맞수' 황영철 후보와 대결한 건 아니다.

두 후보는 16대 총선에서 처음 맞붙었다. 황영철 한나라당 후보는 1만8898표, 조일현 자민련 후보는 1만8812표를 얻었다. 하지만 승리는 횡성 출신의 새천년민주당 유재규 후보(2만1131표)에게 돌아갔다. 유 후보는 횡성에서 몰표를 받아, 홍천의 '두 맞수'를 제쳤다. 첫 번째 대결은 무승부인 셈이다.

두 번째 대결은 17대 총선에서 벌어졌다. 총 5명 후보가 나섰고, 두 후보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황영철 한나라당 후보는 2만3532표를, 조일현 열린우리당 후보는 2만4194표를 얻었다. 조 후보가 500여 표 차이로 승리했다. 황영철 후보에게는 무척 안타까운 결과였고, 중앙정치 도전에서 두 번째로 낙선의 쓴맛을 본 셈이다.

여기까지 '홍천의 맞수' 두 후보의 스코어는 1승1무로 조일현 후보가 앞섰다. 그럼 여기서 잠시 둘의 이력을 살펴보자.

홍천 읍내 출신의 황영철 후보는 홍천초등학교와 홍천중학교, 그리고 홍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를 나왔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25세 나이로 군의원에 당선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30대에는 강원도의원으로 활동했다. 말 그대로, 홍천에서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직업 정치인이다.

홍천군 장애인 행사에 찾아가 얼굴 알리기에 나선 조일현 민주통합당 후보.
 홍천군 장애인 행사에 찾아가 얼굴 알리기에 나선 조일현 민주통합당 후보.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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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일현 후보는 홍천 읍내에서 50리나 떨어진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산골마을 학교를 다닌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다. 공작산 자락의 노천초등학교를 졸업하였고, 동면에 있는 동화중학교를 많은 나이에 다녔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 역시 제때에 하지 못했다. 군대 갈 나이가 되어서야 고교에 입학했다. 그것도 홍천이 아닌 춘천제일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군대를 먼저 다녀와야 했다.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상지대에 진학했다. 조 후보는 대학 졸업 뒤 바로 정치의 길로 들어섰고, 14대 총선에서 전국 최연소 당선자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정치인 조일현의 앞길은 홍천의 산골마을 길처럼 구불구불 험난했다. 15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절치부심한 후 다시 도전한 16대 총선에서도 떨어졌다. 17대 총선에서는 500여 표 차로 간신히 황영철 후보를 제쳤다. 

현재 스코어는 1승1무1패... 네 번째 대결의 승자는?

18대 총선에서 두 후보는 다시 한 번 진검승부를 벌였다. 현역의원이었던 조일현 후보는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승한 뒤 치러진 총선이었다. 한우 농가가 많은 횡성에서 많은 표를 얻은 황영철 후보(49.2%)가 조일현 후보(41.4%)를 압도했다. 황 후보가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결국 세 번 대결의 결과는 1승1무1패다. 네 번째 대결을 앞두고 '홍천의 두 아들'은 벌써부터 난타전을 펼치고 있다. 

2월 27일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조일현 후보.
 2월 27일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조일현 후보.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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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기자회견을 했다. 조일현 민주통합당 후보가 2월 27일 포문을 열었다.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에서였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비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황영철 후보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할 때 여권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것은 '꼼수'였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국회 속기록을 근거로 "한미FTA 비준동의안 비공개회의를 대표발의한 장본인이 황영철 후보인데, 소신껏 반대할 사람이 왜 날치기 통과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 비공개회의를 대표 발의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반대표를 행사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황 후보는 한미FTA 관련 14개 부수법안 처리에서 한 건만 기권을 하고, 모두 찬성했다"며 "한미FTA 반대한 사람이 왜 부수법안은 찬성했는지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일현 후보는 "한미FTA를 반대했으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지, 표를 의식해 반대표만 던져 넣고 '나는 반대했으니까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지켰다'고 말하는 황영철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며 "반대를 했으면 삭발이라도 하고 새누리당 안에서 끝까지 투쟁해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폐기처분이 될 때까지 싸워야 '소신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 반대는 꼼수" Vs "군민과 약속 지킨 소신이다"

한미FTA 관련 자료를 설명하는 황영철 후보.
 한미FTA 관련 자료를 설명하는 황영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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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2월 28일에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황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조일현 후보의 주장에 대해 "한미FTA 반대표는 소신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미 통과된 법안이니 새로운 집을 짓는데 잘 지을 수 있도록 참여하는 마음으로 찬성표를 행사했다"고 부수법안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황 후보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회의를 비공개발의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소신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원내부대표로 있는 자신의 도장을 당에서 일방적으로 사용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황 후보는 "4년 전 유권자들에게 한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약속을 꼭 지키기 위해서 반대표를 눌렀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야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반대표가 의미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힘없는 초선의원으로서 (한미FTA를) 막을 능력이 안 되었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두 후보는 2012년 새해 벽두부터 기선 제압을 위한 기 싸움을 펼쳤다. 17대 의원이었던 조일현 후보는 용문-홍천 간 철도 유치 사업은 자신이 추진했고, 2007년 기본계획설계비 예산으로 10억 원을 책정 받았기에 충분히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8대 현역 의원인 황 후보는 용문-홍천 간 철도 사업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사업이었다며, 10억 원의 사업비를 받아낸 것은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낭비'였다고 반박했다.

현재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는 19대 국회의원이 되면 수서-춘천 간 고속철도가 홍천을 경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반면 조일현 민주통합당 후보는 기차를 구경하지 못하는 홍천군민에게 용문- 춘천 간 철도를 다시 유치하여 수도권과 일일 생활권에 진입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밀고 있다. '철도' 정책을 사이에 두고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네 번째 대결을 앞둔, '홍천의 두 아들'. 승리의 무게 추는 어느 쪽으로 기울지, 홍천·횡성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종득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황영철후보, #조일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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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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