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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 캠프>에서 소개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어릴 적 비키니 입은 사진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특전사 시절 사진.
 SBS <힐링 캠프>에서 소개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어릴 적 비키니 입은 사진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특전사 시절 사진.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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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뽑히는 대중 정치인에게는 인지도가 중요하다. 특히 현역 정치인들과의 경선을 앞둔 정치 신인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강구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본인 부음 기사만 아니면 뭐가 되었든 이름 석 자가 알려지는 게 좋다는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물론 거기에 대중의 호감도를 더해 인지 호감도가 높으면 금상첨화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텔레비전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 호감도가 수직상승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이후 인지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요즘은 SBS <힐링 캠프>에 출연하려는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지난 1월 힐링 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비키니 박'으로 화제에 올랐다. MC 한혜진이 박 위원장의 어릴 적 사진을 공개하다가 "충격적인 사진이 더 있다"며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자 박 위원장은 일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 사진은 2003년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과 박근혜 위원장의 미니홈피에도 실려 있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역시 <힐링 캠프>에 출연해 특전사 출신임을 밝히고 기왓장을 깨뜨리는 격파 시범으로 '격파 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박'이 났다. 그러나 베레모를 쓴 전투복 차림으로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는 특전사 시절 사진은 지난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역시 문 고문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도 삽입돼 있다.

그러나 웬걸? 인지 호감도를 높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정치인들은 명성(famous)과 악명(notorious)을 별로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예인들처럼 정치인들 또한 '노이즈 마케팅'에 몰두하는 배경이다.

정치 노이즈 마케팅에서 통용되는 속설은 조직폭력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한 놈만 패라, 센 놈하고 붙어라, 악명도 명성이다 등이 대표적 속설이다. 요즘 그 속설을 십분 실천하다가 부메랑을 맞은 대표적 정치인이 '고소의 달인' 강용석 의원(서울 마포을, 무소속)이다.

무리한 고소·고발 남용이 '자승자박'

22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22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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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22일 의원직을 사퇴했다(그러나 사퇴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법적으로 여전히 의원 신분이다).

강 의원은 그간 "공개 신검에서 (박 시장 아들이) 4급이 나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또 그 전날에도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를 서울중앙지검에 병역법 위반혐의로 형사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변호사인 그가 직접 고소고발한 건만도 10건이 넘는다고 한다. 결국, 무리한 고소·고발 남용이 '자승자박'이 된 것이다.

강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청년위원장 시절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뭐든지 다 줘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아나운서협회로부터 집단모욕죄로 고소당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출당되었다. 이후 무소속이 된 그는 고소·고발이라는 노이즈 마케팅을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특히 강 의원은 '한 놈만 패라', 또는 '센 놈하고 붙어라'는 정치 노이즈 마케팅의 속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실천했다. 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공직선거법상 '허위학력 기재'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했고, 병역법 위반 혐의로 박 시장의 아들을 고발했다. 또 안 원장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을 취했다거나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이를테면 안 원장이 2000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7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198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장모 명의의 이촌동 아파트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지난 연말에도 트위터에 "2주택으로 확인되면 양도세 축소신고로 처벌돼야. 안철수 부부는 차명재산 밝히고 서울대 교수직 사퇴해야"라고 썼다.

고소·고발 집착남, 미친 인지도, 병역비리 스토커 등

강용석 의원 블로그에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 아래 '보수의 아이콘,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고 쓰여있어 눈길을 끈다.
 강용석 의원 블로그에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 아래 '보수의 아이콘,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고 쓰여있어 눈길을 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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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씨를 집단모욕죄로 고소했다가 '고소의 달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또 그의 이런 행동을 응원하는 '강용석 팬카페'까지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나운서 집단모욕죄 혐의가 유죄로 판결 난 것에 항변하는 뜻에서 무리하게 고소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최효종, 나한테 생큐해야 할 것이다"라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강용석 의원은 블로그에 자신을 "포기를 모르는 남자, 불꽃남자, 고소고발 집착남, 화성인, 박원순-안철수 저격수, 찌질이, 특권 종결남, 병역비리 스토커, 개천표 용, 보수의 아이콘, 예능늦둥이, 아들바보, 모두까기인형, 미친 인지도, 발로텔리, 쿨가이, 취중진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도 '화성인' '찌질이' '특권 종결남' '보수의 아이콘' '미친 인지도' 등의 별명을 넣어 사용한다.

'강용석 팬카페'의 대문에는 '보수의 아이콘, 포기를 모르는 남자, 특권 종결남'이라는 별명과 함께 박원순 집중탐구, 안철수 집중탐구, 저격자료실(DB) 등이 마련돼 있다. 이들은 박원순·안철수를 공격하기 위해 어버이연합과의 연합 시위를 기획하기도 했다. 전형적으로 '센 놈과 붙어서 한 놈만 패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는 감당하기에 너무 센 놈과 붙거나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서울시 대변인을 통해 "(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 완전히 허구이며 무책임한 정치 공세임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정계를 영원히 은퇴하라"라고 밝혔다. 또 강 의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강 의원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답게 4월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그는 사퇴를 발표한 날에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말씀드리지 않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두 달짜리 국회의원은 미련없이 버리면서도, 재선의 끈은 놓지 않은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그의 머릿속은 김문수·이재오·홍준표 등 저격수 선배들이 못해도 3선을 했다는 자신감, 박원순·안철수 같은 센 놈과 붙어서 얻은 '보수의 아이콘'과 '미친 인지도'에 취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그의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래서 정치인에게는 악명도 명성인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태그:#강용석, #노이즈 마케팅, #박원순, #안철수, #고소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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