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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도전기를 듣는다. 이 기획은 총선 격전의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정치인에 대한 점검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그 출발은 '4.11 첫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말]
차재원 부산진을 예비후보(무소속)
 차재원 부산진을 예비후보(무소속)
ⓒ 차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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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신문>에서 16년 기자생활을 했다. 그 중 12년은 정치부였다. 부산 민심이 최근 흔들린다곤 하나,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저력이 만만치 않단 점은 그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새누리당과 인연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당적은 없었지만 정의화 국회부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그는 4월 총선, 그의 첫 도전에서 민주통합당도 아닌 '무소속'의 깃발을 들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답은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새로운 대안의 정치를 갈구하는 목소리를 받아안을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12년간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양극단의 충돌이다. 중도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부산 민심도 새누리당에서 돌아선 상태였다. 그렇다고 대안정치세력으로 민주당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부산 진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차재원(49) 예비후보는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양극단의 정치를 극복하고 싶다"며 이 같이 무소속 출마의 변을 밝혔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 공천을 택하지 못했던 이유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계'를 짚었다.

차 예비후보는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깃발'을 들고 나설 수 있을지 고민해봤는데 자신이 안 생겼다"며 "박 비대위원장이 유신체제의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원칙의 정치는 좋으나, 박근혜식 '소통 부재의 정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공천위 구성 등을 볼 때 박 비대위원장의 전횡에 가깝다, 본인 스스로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데 과거와 단절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바람'에 들뜬 민주통합당에도 쓴 소리를 던졌다. 차 예비후보는 "문재인 이사장 등 명망가 그룹만 주목받으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민주당을 지켰던 부산의 사람들이 고사하고 있다"며 "특정지역만 부각되고 나머지 지역이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 전체가 바람을 탈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안철수'를 주목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헌신과 책임으로 신뢰의 정치가 싹 틀 수 있는 '대안 정치 세력'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예비후보는 "더 이상 거대 진영끼리 서로 부딪히며 인물과 정책·비전이 실종되는 싸움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제3의 길로 진출해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다음은 차 예비후보와 그의 부산 선거사무실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솔직히 새누리당 의원이 되더라도 '박근혜 깃발'로 대선 나갈 수 없었다"

- 왜 무소속으로 출마했나.
"내가 지향하는 가치는 중도다. 12년간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느꼈던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 극단의 충돌이다. 양쪽의 강경파끼리 충돌해 대화가 안 된다. 정치의 진폭이 너무 심해 중도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결국, 대결정치로 귀결되고 불신이 심화된다. 정치의 생산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새누리당 출신 국회부의장을 모신 만큼,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새누리당에 입당한 적은 없지만 나도 어느 정도 운명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살펴보니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등으로 부산 민심이 새누리당에서 돌아선 상태였다. 그렇다고 대안정치세력으로 민주당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5년 전 노무현 정권이 끝날 때 스스로 폐족을 자처할 만큼 국민들의 평가를 받지 않았나. 부산 민심은 아직 민주당에 냉담하다. 오히려 기성의 정치, 반대를 위한 정치가 아닌 새로운 대안의 정치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또 하나는 솔직히 말해 내 양심의 문제였다. 만약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다면 12월 대선에서 내가 '박근혜 깃발'을 들고 나설 수 있는지 고민해봤다. 자신이 안 생겼다. 유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구국봉사단 명예총재를 맡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박 비대위원장이 유신체제의 부조리한 모습,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박근혜식 '원칙의 정치'는 좋으나, 박근혜식 '소통 부재의 정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무소속이 '대안의 정치'가 될 수 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대안의 정치를 한 단어로 얘기하자면 '안철수'다. 개인 '안철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회에 대한 헌신과 책임, 그에 바탕을 둔 사회적 신뢰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처럼 공직자가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 또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신뢰의 정치가 싹틀 것이다. 당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런 가치를 갖고 싸워보겠다. 거대 진영끼리 서로 부딪히면서 인물과 정책·비전이 실종되는 싸움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제3의 길로 진출해 제3의 대안정치세력을 만들어 양극단의 정치세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새누리당-민주통합당 양 극단의 정치세력 완충 역할하겠다"

- 부산 지역에만 무소속 후보가 11명이다. 무소속 연대를 만들 수도 있나.
"부정적으로 본다. 지금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후보들 상당수가 공천에서 불리하니 무소속 깃발을 든 것이다. 절대 다수가 새누리당 계열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그 쪽으로 딸려갈 수밖에 없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과 다르다. 사실 외롭다. 하지만 부산에서만 선거가 치러지는 건 아니다. 전국적으로 중도적 가치를 갖고 나서는 후보들, '안철수'로 대변되는 중도적 가치를 들고 있는 분들을 모아볼 생각이다."

- 청와대가 차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관심을 기울였단 얘기가 있다. 어떻게 된 건가.
"새누리당 출신 국회부의장을 모신 인사가 당선가능성이 별로 없는 길로 가는 것이 의아했던 모양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언론사 후배를 찾아가 '차재원 후보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사전에 짜서 (부산 진구을의)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무소속 출마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며 확인해달라고 했단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갖고 사실상 '사찰'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력항의했지만 인터넷 언론사 한 군데만 보도했을 뿐이고, 청와대 쪽의 답변도 없었다. 후보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당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를 2년 출입하면서 문 이사장과 잘 아는 사이이긴 하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기자 간의 관계였다. 제 양심을 걸고 말하는데 문 이사장과 만난 적 없다."

- 전·현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보좌진 등이 참여하는 '리셋  대한민국 4.0'의 주체 중 한 명이다. 공교롭게도 이수원 새누리당 예비후보와 함께 같은 지역구에서 격돌하게 됐다.
"난 대한민국 정치 전체의 리셋을 원했고, 이수원 후보는 한나라당의 리셋을 원했다. 사실 '리셋 대한민국 4.0'에는 전·현직 새누리당 보좌진이 아닌 사람도 많다. 이수원 후보가 새누리당 인사들을 주로 모았다면, 나를 필두로 모였던 사람들은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개편, 헌법개정까지 큰 틀의 리셋을 고민했다. 결과적으론 노선의 차이가 드러났다. 결국 어디에서 정치를 하던 간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잡자는 뜻을 가진 이상 만나지 않겠냐 했는데 이렇게 만나버렸다.(웃음)"

- 이수원 후보뿐만 아니라 부산 진구을은 새누리당의 이종혁 의원이나, 민주통합당의 김정길 후보가 출마하는 핵심지역이다. 무소속 후보로서 승산이 있다고 보나.
"승산을 따진다면 무소속으로 나서면 안 된다. (웃음) 그러나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부산은 20년 동안 일당 독식구조를 유지해왔다. 일당 독식구조이니깐 경쟁도 없고 견제도 없다. 균형도 없다. 이렇게 한 쪽에 편향되니깐 부산이 발전을 못한다. 지역주민들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30년 지역구인 영도구를 버리고 진구을로 온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6·2 지방선거 당시 김 전 장관이 가장 높은 득표를 한 곳이 진구을이다. 그만큼 변화의 바람이 거센 곳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민주당은 아직 부산에서 대안정치세력으로 인정 못 받고 있다. 야권표를 던진 사람이나 양당이 모두 싫어 투표를 포기했던 사람들 모두 나를 지지할 수도 있다."

"박근혜, '소통 부재의 정치' 바꾸지 않는 한 과거와 단절 못한다"

차재원 부산진을 예비후보(무소속)
 차재원 부산진을 예비후보(무소속)
ⓒ 차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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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이름까지 바꾸며 쇄신에 노력 중인데 향후 총선에서 이 같은 노력들이 반영되지 않을까. 현재의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산은 새누리당을 20년 동안 찍어줬지만 발전하지 못했다. 잊을 만 하면 부패·비리사고가 터진다. 결국 낡은 정치판의 사람이 원인이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인적쇄신을 한다고 하지만 부산의 경우만 살펴보면 거의 상당수가 정치판을 기웃거렸던 인물들이다. 기성의 정치인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공천신청자만 봐도 획기적인 사람들이 있던가. 그 사람들이 서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감동의 성공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수 있을까. 그것을 못한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무소속 출마 결심 전까지 고민해봤지만 새누리당의 쇄신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등 쇄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솔직히 믿지 않는다. 새누리당 비대위가 구성됐을 때 그 면면을 보면 이 분들이 쇄신을 할 수 있는지 신뢰할 수 없더라. 그 뒤에 공천위 구성 등을 봤을 때도 박 비대위원장은 소통의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 박 비대위원장의 전횡이다. 이런 부분을 볼 때,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몇 사람 인물을 바꾼다고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통치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있다."

-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당에 대한 부산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하던데.
"자기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과 <부산일보>가 세게 붙었다. 서 의원이 정수장학회가 박 비대위원장과 관계없다며 박 비대위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산시민들은 <부산일보>를 지지하고 있다. 사실상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정수장학회와 박 비대위원장이 관계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바보인가."

-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곧 부산을 방문할 계획이다. 박 비대위원장 방문 이후 민심의 풍향이 좀 변하지 않을까.
"물론 박 비대위원장을 좋아하는 계층이 부산에도 있다. 그러나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 30~40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 비대위원장이 지난 4년 동안 한 것이 무엇이냐'는 반응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원칙은 보여줬지만 비전을 보여주진 못했다. 현재 당 쇄신 등 여러 가지 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 역시 일종의 뒷북치기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4년 동안 침묵하지 않고 나름대로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 박 비대위원장이 한 번 와서 휙 지역을 쓸고 간다고 등 돌린 민심은 변하지 않는다.

2004년 탄핵 역풍 때 새누리당이 부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개인기' 덕분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의석 2/3를 차지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오는 등 위기감이 고조됐다. 덕분에 부산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결집했고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방심했다. 당시 출구조사에선 이겼는데 개표 결과 2~3% 차로 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막판 결집을 못한 탓이다. 2004년 총선 당시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이번엔 비(非)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방심하진 않을 것이다."

- 최근 논란이 된 신공항 건설 문제나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부산시민들은 '남부권 신공항'을 표를 위해 호남과 서부경남까지 묶으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그동안 신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PK(부산·경남) 지역과 TK(대구·경북) 지역이 갈등을 겪었는데 남부권 신공항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서부경남은 물론 전남지역까지 지역갈등에 휩싸일 것이다. 저축은행 특별법 논란은 새누리당이 그동안 책무를 방기한 탓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지 1년 다 되가고 있는데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총선 국면에서야 '앗 뜨거라'하고 하나. '포퓰리즘 입법' 공방이 벌어진 까닭도 이 때문이다.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방치하고 있다가 국민 전체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임도만 높아졌다."

"문재인 등 명망가 그룹만 주목받아... 부산 민주당 바람 회의적"

- '문재인-문성근-김정길' 트리오가 등장한 서부산의 민심과 동부산의 민심은 다르단 얘기가 있던데 어떤가?
"민주당도 현재 불편한 진실에 직면했다고 본다. 문재인 이사장 등 명망가 그룹만 주목받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민주당을 지켰던 사람들은 고사하고 있다. 경선도 못하고 물러나게 될 땐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몇몇 후보들은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어려운 시기에 명망가들도 다 나왔어야 했는데 시류가 바뀌니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이 역시 '배신의 정치'이고 구태 정치다. 결국 '문재인 바람'을 일으킨 건 좋은데 골이 너무 깊은 것이다. 특정지역만 부각되고 나머지 지역은 다 죽어가고 있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가 양분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 전체가 바람을 탈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 총선 국면에서 자신이 양당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단 생각은 해봤나. 그런 상황이 돼서 양쪽으로부터 단일화 협상을 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캐스팅보트로 자리잡는다면 종주하면 된다. 그까지 갔다면 동력을 조금만 더 받으면 무조건 승리한다. 또 만약 단일화 제안이 오더라도 제 가치를 갖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롭고 힘들 길을 자처했다. 주위에서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새누리당은 안 찍겠다'면서 '너는 부산에 출마할 거니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하라'고 했다. 새누리당에 대해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지역구도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을 권유하는 이 '불편한 진실', 이것을 바로 잡아보고 싶다. 새누리당이 아니더라도 부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열어보고 싶다."


태그:#4.11 총선, #부산, #차재원, #박근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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