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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 입구에 세워진 현판
 '산당' 입구에 세워진 현판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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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자연음식점 '산당'을 찾았다. 산당(山堂). '산에 집짓고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뜻이다. 그곳 지기인 산당 임지호(56) 선생. 숲에서 풀뿌리를 뜯어 즉석에서 음식을 만드는 그는 방랑 식객이다.

또한 그는 'UN 한국음식축제 참가'(2003) '캘리포니아 사찰 음식 퍼포먼스'(2004) '베네수엘라 한국 음식전'(2005) '독일 슈트트가르트 음식 시연회'(2005) '스페인 국왕초청 한국자연음식 시연'(2012) 등의 행사에 참가해 한국 자연음식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려왔다.

양평읍 변두리 도로가에 세워진 '산당'임을 알리는 간판
 양평읍 변두리 도로가에 세워진 '산당'임을 알리는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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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운심리 도로 옆에 세워진 산당 간판,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것이 식당을 알리는 간판인지 알 수 없다.

그림이 영혼의 쉼터라면 음식은 생명의 쉼터입니다
 그림이 영혼의 쉼터라면 음식은 생명의 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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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마자 그는 화실로 안내했다. 국내 최고의 자연음식 전문가인 줄로 알았는데 화가까지 겸업(?)하는지는 몰랐다.

"음식에 수십 년간 미쳐서 지금의 이 경지까지 올랐는데, 그림도 이렇게 미치다 보면 어느 경지까지 오르지 않겠는가."

화실에는 5천여 점의 크고 작은 그의 작품이 보관돼 있다.

산당 자연음식점
 산당 자연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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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같기도 하고, 농촌의 흔한 농가 같이 보이기도 한 이 집이 그 유명한 산당 음식점. 내부시설은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한두 가지 음식만 조리하는 종업원들

산당 자연음식점 내부시설
 산당 자연음식점 내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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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정돈된 60평 규모의 식당 내부. 한 번에 80여 명을 모실 수 있단다. 늦은 점심시간, 이곳을 찾은 미식가들은 자연 음식의 맛에 매료됐기 때문인지 절간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산당 음식점 주방 내부
 산당 음식점 주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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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인줄 알면서 "주방 좀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주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총 15명의 주방 종업원들은 개별적으로 하나 또는 두 가지의 음식만 전담한다. 이것이 음식마다 고유의 맛을 내는 비결 중 하나라고.

주방안 냉장시설
 주방안 냉장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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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주방에 있는 냉동시설도 보여 달라고 했다. 된장이 쌓인 방, 김치가 보관된 방, 각종 주류가 보관된 냉장시설. 묻지도 않았는데 "술은 이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된장은 이 보다 온도가 낮으면 맛이 변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 밤구이 산당 특별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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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요리의 한 종류
 코스 요리의 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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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게' 음식 이름을 내 멋대로 지었다. 먹으라고 나온 건지 감상하라고 나온 건지 선뜻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스페인 왕도 놀란 한국음식... 왜?

코스요리 마지막 음식
 코스요리 마지막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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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가지의 코스 요리에 이어 나온 된장찌개. "이 배추김치는 사과즙으로 향을 냈고, 흰 김치는 오렌지로 숙성한 김치"란다. 2월 초 스페인 국왕초청 요리경연에서 스페인 왕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멸망해도 한국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단다. 아마도 한국음식 대부분이 숙성시킨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선생은 전한다.

휴계실
 휴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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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마련된 휴게실, 아침 일찍 온 고객이 저녁 늦게까지 묵어도 좋은 공간이다. 피아노, 북, 징, 괭가리 등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음악도 즐기고, 독서도 할 수 있다.

장독대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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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휴게실에서 내려다 본 장독대. 10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담근 된장, 고추장, 막장 항아리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장맛을 돋우기 위해 소금을 국내에서 제일 좋은 죽염을 썼는데, 맛이 나지 않더란다. 장을 담글 때 쓰는 소금은 독성을 빼지 않은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소금과 메주가 중화작용으로 장 고유의 맛을 낸다는 것을 10년 만에 알았단다.

산당 안방
 산당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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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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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옆에 붙어 있는 안방에 들렀다. 선생 외모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된 된 방안 풍경이 의외다. 안방 한 귀퉁이에 자리한 서재. 이런 그의 연구에 의해 한국 최고의 자연음식 전문가가 탄생했다.

개인법당
 개인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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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개인 법당. "지장보살님을 모셨네요"라고 아는 척을 하자, "관세음보살님입니다" 라고 답한다. 작은 불상앞에 놓인 지장경을 보고 아는 척 했는데, 잘못 짚었다. 매일 아침에 '모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식 앞에서 행복하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작은 도량이다.

돕는다는 마음 자체를 잊는 게 진짜 보시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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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또 실례를 범했다. 불상 옆 작은 서랍을 가리키며 "이건 뭐냐?"고 묻는 말에 망설이다 열어준 서랍. 지폐가 3단계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당일 수익금이 100만 원 미만이면 3만 원씩 두곳(6만 원)으로 나누고, 100만 원 이상이면 세곳(9만 원)에 나눠 보관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돈은 불우이웃, 학비가 필요한 학생들, 수술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보내지는데, 나눔의 실천이지요."

10년을 넘게 이 일을 해오고 있다는 그는 "내가 누구를 도왔다는 마음 자체도 잊고 행하는 것이 진정한 보시"라고 한다. 선생의 깊은 뜻에 한동안 숙연해 졌다.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라는 인사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좌측 산당 선생 부인 한지원 여사, 가운데 산당 임지호 선생, 우측 화천군청 김세훈 관광정책과장).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라는 인사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좌측 산당 선생 부인 한지원 여사, 가운데 산당 임지호 선생, 우측 화천군청 김세훈 관광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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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이란 이름으로 내가 유명한 것 같지만, 사실 옆에 계신 부인께서 나보다 더 전문가 이십니다. 집 사람의 끊임없는 연구와 실천이 나를 만든 것 이지요."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선생 내외가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태그:#산당 임지호, #산당, #임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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