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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동국대학교의 학문구조개편안(학과구조조정)에 반발하며 총장실을 점거했던 학생들에 대한 최종 징계가 지난 2월 9일 결정됐다. 지난 1월 발표됐던 최초 징계 당시(퇴학 3명, 무기정학 2명, 유기정학 5명, 사회봉사 19명)에 비해 다소 경감된 퇴학 1명, 무기정학 2명, 유기정학 6주 2명, 유기정학 3주 3명, 견책 2명.

하지만 동국대에서 이례적으로 퇴학 조치가 내려진 점, 총학생회 핵심인물 3명에 대해 중징계(퇴학 1명, 무기정학 2명)가 내려진 점 등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몇몇 사안들에 대한 학교 측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는 학생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월 10일, 이번에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부총학생회장 조승연(윤리문화학과)씨를 만나봤다.

"학교 측이 총학생회를 죽이려 든다"

조승연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조승연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 동국대 총학생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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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심정이 어떤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특히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에 대한 퇴학 및 무기정학 처분은 학교 측의 노골적인 '총학생회 죽이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현 총장이 진행하고 있는 학문구조개편안을 막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우리에 대한 징계는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학교 측의 부당징계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소송 등을 생각 중이다. 한편, 총장실에서 (학생들이) 해산되는 과정에서, 또 천막 농성장을 침탈 당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교직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몇몇 학생들이 자살 충동, 우울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정신과의사 정혜신 선생님으로부터 4회에 걸쳐 집단 상담을 받았다."

- 퇴학처분을 받았다가 이번에 무기정학으로 징계 수위가 다소 내려갔다.
"징계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잘못을 유도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단히 굴욕적이었다. 학교 측이 노린 게 뭔지 알면서도 건성으로나마 그렇게 대답하게 됐다."

- 학교 측에선 점거 해산 과정에서 폭행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여학생의 바지가 벗겨졌다고 알려졌는데, 그것도 '조금 내려간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CCTV 자료도 공개했는데, 학생들이 모두 걸어서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하더라.
"강제해산 당시 물리적인 충돌이 없었다는 것은 학교 측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시 나도 총장실에서 자다가 남자 교직원들로부터 복도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우리 학생들이 책상으로 총장실 입구를 막고 교직원들이 못 오게 저항했지만, 여학생 20여 명이 남자 교직원 100여 명의 완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몸싸움을 자제하고 교직원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한 것이다. 내가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나, 학생들이 사지가 교직원들에 의해 들려나오거나, 여학생 바지가 벗겨진 일들은 모두 CCTV가 향하지 않은 총장실 안쪽에서 발생했다. CCTV에 잡힌 화면들은 모두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교직원들의 요구에 응하기로 한 이후의 행동으로 학교 측의 주장처럼 자발적으로 직접 걸어 나온 것은 아니다."

"폐과되면 지원 끊겨... 파행 운영은 안 봐도 비디오"

- 천막 농성 해산 과정에서도 교직원들의 폭력이 있었나.
"점거 4일째 되던 날 밤, 술에 취한 50여 명의 남자 교직원들이 다시 한번 점거 현장을 급습했다. 그날 낮, 교직원 한 분이 우리 때문에 다쳤다. 사실 우리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고 우리와 연대하러 온 타학교 학생 때문에 다친 것이다. 그런데 밤에 교정의 전등을 다 끄고는 교직원들을 동원해 우리를 집단으로 구타하고 강제로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조달해주시던 졸업생분들도 구타를 당했다. 윤리문화학과 졸업생 남경부 선배(89학번)는 안경이 깨지고 옷이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우리는 처음에 이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자꾸만 폭력진압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선배들은 따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현재 학교 측은 '현재 추진 중인 학문구조 개편 계획은 2013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며 '재학생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자면, 재학생들이 이렇게 투쟁할 이유가 없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폐과가 결정되고 나면 학교 측의 지원이 사실상 끊기기 때문에 2013년 전에도 정상적인 형태의 수업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2009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된 독어문화학과의 경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독어문화학과는 어문계열학과임에도 현지인 교수는 한 분도 없고 단 한 분의 국내교수와 외부강사들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대학에 비교해봐도 전공 교과목이 형편없이 적은 상태로 학사일정이 진행된다. 게다가 학생들이 성인이 돼 처음으로 몸담는 '제2의 가족'과도 같은 학과가 사라지는데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 앞으로의 대응 방안은.
"퇴학 처분을 받은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 김정도(불교학과)군의 징계 완화를 위해 싸울 것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소송 등을 고려하고 있고, 시민단체, 불교단체 등에 연대를 호소할 계획이다."


태그:#동국대, #학과구조조정,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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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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