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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강형도(천호진 분)는 오정희(배종옥 분)와 결혼 생활 중 변주리(변정수 분)와 바람이 난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강형도(천호진 분)는 오정희(배종옥 분)와 결혼 생활 중 변주리(변정수 분)와 바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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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지난 직후, 한 바람둥이 할아버지를 만났다. 오랫동안 언론 쪽에서 일을 하다가 퇴직하고는 지금도 비슷한 업종에서 연구 같은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이가 60이 넘었고 손녀가 둘이나 있다하니 할아버지임은 분명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보통 평범한 아저씨 같은 인상이다.

그다지 잘 생긴 얼굴도 몸짱도 아닌 그 아저씨. 대여섯 명이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김치찌개 집 방바닥에 앉자마자 60 평생 바람 피운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가 남자였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연애(?)상태가 아니었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단다. 20대 초반. 그 때도 한참 누군가와 신나게 연애 중이었는데 부모님 손에 끌려가 선을 보게 되었고 처음으로 선을 본 날, 첫 선 본 그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면서 반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그 사람.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는 달라야 해. 연애는 달콤함을 주는 여자면 다른 건 필요 없지만 결혼은 달콤함이 너무 많아도 탈, 너무 예뻐도 탈, 그저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묵묵히 옆에서 날 기다려주고 지켜줄 수 있는 여자면 되거든."

그가 결혼상대로 원했던 딱! 그런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그 후로 지금 이 순간까지 수많은 '달콤한' 여자들과 연애 중이란다. 연애기간도 길게는 10년이고 짧게는 한 달이라는데 자기가 하는 연애는 바람이 아니니 함부로 매도하지 말란다. 매 순간 한 여자를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을 다하기에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달라는 그 사람.

60 평생 바람피운 할아버지... "가슴 시커멓게 탄 부인한테 잘 하세요"

자기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그는 꽤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남자란 자고로 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할 수 있어야 진정 사나이다운 사나이'라고 말해주었던, 어렸을 적 만난 어느 선배님의 가르침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그것을 지켜가며 지금껏 살아왔다고, 농담인지 진심인지 진지하게 얘기를 한다. 언젠가 본 동물의 왕국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암컷을 더 많이 거느리는 수컷이 더 권력을 가진 거라고. 내가 물었다. 당신이 사랑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걸 부인이 아느냐고. 찌개 속 돼지고기를 열심히 뒤져 젓가락질을 해대던 그가 말을 했다.

"알 걸 아마? 내가 그러는 걸 잘 아는, 내 친구 부인이 우리 집사람에게 말을 해줬대. 같은 여자로서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서 그랬던 모양이야. 그런데 집사람 대답이 걸작이었다네. 자기가 너무 힘이 달려서 밖에 나가서 힘 좀 빼고 오라 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태연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는 거야."

찌개 국물을 퍼먹던 나는 숟가락을 식탁에 던지듯이 내려놓고 침을 튀겨가며 말을 했다.

"상처 받은 선생님의 부인 같은 많은 여자들과 상담을 해봐서 아는데, 아마도 부인 가슴 속은 시커멓게 타서 이미 숯이 되어버렸을 거예요. 달리 집을 뛰쳐나가 혼자 살 능력과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조용히 계신 거예요. 어쩌면 그럴 기회를 지금도 호시탐탐 노리고 계실지도 몰라요. 일 당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부인에게 잘 하세요."

"맞아, 집사람도 달리 방법이 없어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지도. 어쩌면 그것도 내 집사람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겠지, 뭐."

복잡한 여자관계가 '남성다움의 척도'? 씁쓸하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강형도(천호진 분)는 오정희(배종옥 분)와 결혼 생활 중 변주리(변정수 분)와 바람이 난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강형도(천호진 분)는 오정희(배종옥 분)와 결혼 생활 중 변주리(변정수 분)와 바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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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여자관계가 뭔 남성다움의 척도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떠벌리는 사람이 많은 한, 황혼이혼은 줄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전업주부도 50%의 재산 분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 '달리 살 방법'이 즐비하게 널렸으니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후식으로 먹은 식혜 때문인지 들쩍지근한 사카린 맛이 입안 전체를 감돌았다.

요즘 자주 검색순위에 오르내리는 왕년의 최고 미남 스타. '혼외 사랑을 했고, 또 그 내용을 공개적으로 책에도 언급을 했지만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다'라고 했던 그의 말이 모 여성 잡지 인터뷰 기사에 나왔더라. 왕년에 그의 부인은 잘 나가고 유명했던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 결혼한 뒤 남편을 도와 지금의 남편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 그 부인. 지금은 인터넷에서 김치도 팔고 만두도 팔며 결혼 중매회사에서 홍보도 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아침방송에 나오기만 하면 주부들을 상대로 열변을 토했던 주장이 하나 있다.

그 부인은 '남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원래 바람기가 있어서 그래요. 묵묵히 애들 잘 키우고 살림하면서 기다리면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옵니다'는 식의 얘기를 외치며 바람난 남편을 둔 주부들을 부추겨 인내심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글쎄다. 난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그렇게 묵묵히 가정을 지키며 기다려 줄 여자들이 얼마나 많을는지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인 능력 등이 아무리 뛰어났다 하더라도, 남자란 많은 여자들과 달콤한 관계를 가져봐야 비로서 남자의 삶이 더 블링블링!! 해지고 완벽한 남자의 룩!!!이 완성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아무래도 더 바쁘게 살아야 할까보다.


태그:#바람끼, #바람,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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