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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은 기관차가 객차를 끄는 형태가 있고, 동력을 내장한 동차(動車)가 스스로 달리는 형태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증기기관차부터 디젤기관차까지 육중한 기관차가 여러 대의 객차를 끄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1974년 수도권전철과 서울지하철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전기동차 시대가 열렸다. 전동차(전기동차)는 동력이 열차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어 가속도가 높으며, 앞뒤에 모두 운전실에 달려 있어 종착역에서 차량을 돌릴 필요가 없어 단거리를 자주 운행해야 하는 전철에 알맞은 차량이었다.

철도차량의 두 가지 형태: 기관차 견인 방식, 동차 방식
 철도차량의 두 가지 형태: 기관차 견인 방식, 동차 방식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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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지하철에서 전동차가 큰 활약을 한데 비해, 일반철도에서는 여전히 기관차 견인 방식이 대세였다. 기존의 운영방식을 쉽게 바꾸기도 힘들었고, 수요에 따라 객차의 편성량수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기관차 견인 방식의 장점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즈음하여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전철화되자 전기동차를 운행시킬 여건이 무르익었으며, 이에 우리나라 철도운영을 맡고 있는 코레일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열차 운행을 위해 '특급형 전동차'를 차츰 도입하고 있다.

철도차량의 내장은 통근형, 근교형, 특급형으로 나눌 수 있다. 통근형이란 지하철 또는 대도시권 주변에서 단거리를 달리는 차량에 주로 사용되는 형태로서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세로로 배치된 것을 말한다. 이를 롱시트라고 한다. 문도 옆에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어서, 승객들이 자주 타고 내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통근형은 입석 승객의 극대화를 위한 형태로서 대도시권에서 대량수송을 목표로 만들어진 차량이다.

반대로 특급형은 현재의 무궁화호 객차를 생각하면 되는데, 시외버스처럼 둘씩 앉는 의자가 진행방향으로 배치된 것이다. 이를 크로스시트라고 한다. 문은 주로 앞뒤에 한 개씩만 설치되어 있어서, 의자를 더 많이 설치할 수 있게 하였다. 특급형은 승객이 먼 거리를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형태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동차는 도시철도나 광역철도에 통근형만 운행되고 있었으나, 이제는 일반열차 구간에 특급형 전동차가 도입되고 있어서, 승객들이 보다 편리한 철도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무궁화호의 특급형 내장과 전철의 통근형 내장 비교
 무궁화호의 특급형 내장과 전철의 통근형 내장 비교
ⓒ 한우진,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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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 특급형 전동차의 효시는 지난 1980년 도입된 EEC(Express Electric Car: 우등형 전기동차)이다. 대우중공업에서 제작한 이 차량은 20년 동안 중앙/태백/영동선의 산악철도에서 무궁화호 열차로 운행되면서 승객을 실어 날랐다. 당시에는 산업철도였던 이 구간이 이미 전철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급형 전동차가 운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총 20량, 단 두 편성만 운행되던 이 차량은 지난 2000년 퇴역하여 1량이 의왕시의 철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특급형 전동차의 효시인 EEC차량 (1980~2000)
 우리나라 특급형 전동차의 효시인 EEC차량 (1980~2000)
ⓒ 한우진,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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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철도에도 특급형 전동차가 차츰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는 바로 2007년 3월에 첫 개통된 인천국제공항철도이다. 공항철도에는 두 가지 열차가 운행 중인데 일반열차는 기존 지하철 전동차와 동일한 통근형이다. 그런데 공항철도의 직통열차가 특급형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공항철도 직통열차는 KTX와 동일한 좌석이 설치되어 있다. 두 명씩 진행방향을 보고 앉는 형태이며, 좌석들은 한 칸을 절반으로 나누어 서로 반대쪽을 보도록 되어 있다 KTX가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정 가운데에 만나는 부분에 테이블석이 형성되는 것과는 반대이다.

공항철도의 특급형 전동차인 직통열차 모습
 공항철도의 특급형 전동차인 직통열차 모습
ⓒ (주)코레일공항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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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직통열차의 중요한 점은 차량의 규격이 일반열차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한쪽에 문 4개가 달린 일반열차와 달리, 직통열차는 한쪽에 문이 2개 밖에 없지만, 문의 위치는 동일하다. 따라서 일반열차와 직통열차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동일한 플랫폼을 공용할 수 있다. 이는 매우 혁신적인 일이다. 지금까지의 전철의 전동차와 일반철도의 무궁화호 같은 차량은 길이나 문 위치가 맞지 않아서 같은 노선에서 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광역전철들은 운행거리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비해서 차량은 기존과 동일한 입석형 차량은 통근형만 쓰고 있어서 오랜 시간을 서서가야 하는 승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공항철도 직통열차는 이러한 구간에서 좌석형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이후 두 번째로 도입된 특급형 전동차는 바로 서울과 신창(순천향대) 구간을 왕복하는 누리로 열차이다. 차량명칭은 TEC로서 간선형 전기동차(Trunkline Electric Car)라고 불린다. 2009년 6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누리로 열차는 무궁화호와 동급으로 운행되고 있다. 기존의 무궁화호는 기관차가 객차를 끄는 방식인데 비해, 누리로는 전기동차 형태이다. 전기동차는 가감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차역이 많은 구간에서 유리하다. 즉 서울~온양온천, 신창 구간처럼 입석형 통근형 열차를 타기에는 조금 멀고, 중간 중간 정차역이 많은 곳에 최적화된 차량인 것이다.

아울러 누리로의 특별한 장점이라면 일반열차용 저상(低床) 플랫폼과 전동차용 고상(高床) 플랫폼에 모두 정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 부분에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스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때문에 누리로는 서울역과 신창역에서는 전동차용 고상홈에 정차하고, 나머지 역에는 일반열차용 저상홈에 정차하는 등 유연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승객이 있는 곳을 향해 열차가 변신하며 따라간다는 고객서비스 개선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특급형 전동차 '누리로'의 모습. 한류관광열차와 순천향대 열차 강의실로도 활용된다
 특급형 전동차 '누리로'의 모습. 한류관광열차와 순천향대 열차 강의실로도 활용된다
ⓒ 코레일, 한우진, 순천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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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누리로는 이 같은 유연한 운행가능성이 인정을 받아, 한류관광열차도 도색하여 외국인 관광객을 춘천으로 실어 나르고도 있으며, 차내의 특급형 내장을 활용하여 순천향대의 열차 강의실로도 활용되고 있다. 입석형 내장을 갖춘 통근형 전동차라면 이러한 활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누리로는 현재 서울 주변에서 주로 단거리를 운행하고 있지만, 향후 무궁화호 객차가 내구연한 도래로 폐차됨에 따라 계속 도입되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무궁화호를 대체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새로 도입된 특급형 전동차는 경춘선에서 달릴 열차인 'ITX-청춘'이다. 이 차량은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는데, 첫 번째는 공항철도 직통열차와 마찬가지로 기존 통근형 전동차와 규격이 동일하여 함께 달릴 수가 있다는 점이다. 문의 갯수가 2개이지만, 위치가 동일하다. 그래서 경춘선의 기존 통근형 완행열차는 춘천에서 상봉까지만 운행되지만, 특급형인 ITX청춘은 서울 안쪽으로 더 들어와 청량리, 왕십리, 용산까지도 운행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속도가 크게 높아져서 시속 180km까지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공항철도 직통열차나 누리로는 기존 열차와 속도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ITX청춘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경춘선의 선로가 직선 형태로 개량되었고, 선로전환기나 전기설비 들도 강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차량 자체의 속도도 빨라졌다. 고속철도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 철도보다 속도가 높아진 '고속화철도'는 경춘선이 최초이며, ITX-청춘의 빠른 속도는 고속도로와의 경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춘선의 특급형 전동차 ITX-청춘의 특징은 2층 열차 객차가 있다는 점이다. 전체 8량중 가운데 2량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층에서 보면 더 좋은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북한강을 따라 달리며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경춘선에 꼭 필요한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경춘선에서 달릴 특급형 전동차인 ITX-청춘의 여러 모습들
 경춘선에서 달릴 특급형 전동차인 ITX-청춘의 여러 모습들
ⓒ 한우진,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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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첫 개통 이후 112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철도는 토목, 건축, 궤도, 차량, 운영 시스템 등 다방면에서 발전을 해왔다. 이중에서 승객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차량 내부인 만큼 차량 분야의 발전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철도의 전동차는 입석형인 통근형밖에 없었고, 특급형은 객차를 기관차가 견인하는 방식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국의 간선철도가 전철화되고 효율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급형 전동차들도 차츰 도입되고 있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차량은 누리로처럼 고상홈과 저상홈에서 동시에 달릴 수 있다거나 ITX-청춘처럼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 철도 서비스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철도는 KTX 경쟁체제 도입 건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코레일은 승객의 편의를 개선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차량 도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철도당국은 코레일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frdb.wo.to)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코레일, #특급형전동차, #철도차량, #전동차, #고객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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