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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지연못가 눈 조각. 눈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황지연못가 눈 조각. 눈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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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눈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백시, 눈축제 기간인 것을 알 리 없는데 때맞춰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신통한 일이다. 처음에는 오는 듯 마는 듯 성긴 눈발을 보여주더니, 30여 분이 지나지 않아서 이게 바로 태백산 눈발이라는 듯 펑펑 쏟아 붓기 시작한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데 정말이지 눈축제답게 내린다. 하늘이 돕는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축제는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지 겨우 30분이 지나지 않아서 시작됐다. 축제에 잔뜩 기대를 걸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환영 행사가 또 있을까 싶다. 하늘 가득히 쏟아지는 눈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그 하늘 어디에선가 환호성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태백시 오투리조트 상징탑 주변 눈조각. 가운데 상징탑은 2010년 최대 인원(5000명이 넘는)이 참가한 눈싸움대회로 기네스북에 오른 것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태백시 오투리조트 상징탑 주변 눈조각. 가운데 상징탑은 2010년 최대 인원(5000명이 넘는)이 참가한 눈싸움대회로 기네스북에 오른 것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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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는 물론이고, 도시를 둘러싼 산들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모두 하얀색뿐이다.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차들이 아니었다면, 도로마저 하얀색으로 뒤덮여 인도와 전혀 구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맘때 태백시는 눈의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축제를 여는데, 그 형식과 내용이야 어찌 됐건 눈을 주제로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태백시 오투리조트 스키 활강장 밤 풍경.
 태백시 오투리조트 스키 활강장 밤 풍경.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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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린 눈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있는 까닭인지 눈 밑으로 매끈한 얼음이 밟힌다. 조심스럽게 발을 딛지 않으면 낙상을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수시로 밟고 지나간 탓에 얼음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눈 위에, 또다시 솜털같이 가벼운 눈이 하얗게 덮여 쌓이고 있다. 이런 눈이 얼마나 더 오래,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이 내릴지 알 수 없다.

태백시는 해발 700여 미터 높이에 자리를 잡은 도시다. 서울과 같은 도시와는 상당히 다른 기후 조건을 가졌다. 녹을 새도 없이 다시 내리는 눈. 아마도 이 눈이 다 녹아 없어지려면, 이 겨울을 온전히 다 보내고 난 뒤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덕분에 축제는, 비록 공식적인 축제 기간은 이번 주말로 끝이 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을 벗어나 바로 눈앞에 보이는 태백역을 향해 걷는다. 태백역 앞에서 처음으로 태백산눈축제를 상징하는 몇 점의 눈조각 작품을 발견한다. 눈축제 기간 동안 시내 곳곳에서 눈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눈꽃열차를 타보는 건 어떨까 해서, 시간을 알아보러 잠깐 들른 태백역 앞에서까지 눈조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태백역 광장의 용틀임하는 용 조각. 이곳에도 어김없이 용이 나타난다.
 태백역 광장의 용틀임하는 용 조각. 이곳에도 어김없이 용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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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역 광장뿐만이 아니다. 태백역에서 나와 황지연못을 찾아가는 길가, 도로변에도 길게 눈조각 작품들이 늘어서 있다. 이 길가의 눈조각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모델로 했다. 아이들이 보면 꽤 좋아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차 한 대가 다가와서는 그대로 멈춰 선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 차에서 한 아이가 뛰어내리더니 쪼르르 눈조각 앞으로 달려간다. 아이는 자기가 맘에 들어 하는 주인공 앞으로 가서 자세를 잡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런 아이를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아이가 있어 가장 행복할 때가 바로 이런 때다.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때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쉽다.

 황지연못.
 황지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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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못은 이때가 가장 아름답다. 하얀 눈이 주변을 감싼 검은 연못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하다. 순수 그 자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처럼 얕고 작은 옹색한 연못이 그처럼 거대한 강, 낙동강의 발원지였다는 사실에 실망할 법도 한데, 이날 황지연못을 다녀간 사람들 입에서는 전혀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황지연못 입구.
 황지연못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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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중요하다. 만약에 낙동강의 시원인 황지연못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찾아가볼 일이다. 그때가 되면, 맑고 깨끗한 기운을 넘어서 무언가 신비한 느낌에 젖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연못가를 높이 에워싼 우중중한 시멘트 건물들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때는 낮에 보는 황지연못과 밤에 보는 황지연못에도 큰 차이가 있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고 나서 불 밝힌 연못은 한낮에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한낮에 황지연못을 다녀갔다면, 해가 진 뒤에 다시 한 번 더 찾아가 보는 게 좋다.

황지연못은 연못 남쪽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수굴'이 있어 하루 약 5천 톤의 물이 솟아올라 온다고 한다. 가뭄이나 장마에도 변함없이 그 수량을 유지한다고 한다. 과연 낙동강의 시원이 될만하다. 크기만 보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황지연못 도롯가에도 눈조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태백시는 올해 축제를 위해 모두 64점의 눈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그 작품들은 태백역 광장과 황지연못을 비롯해 노동부 뒤 공영주차장, 태백관광안내소 옆 공영주차장, 오투리조트 상징탑 주변 등 도시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황지연못 밤 풍경.
 황지연못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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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골광장 '십이지신상' 눈조각.
 당골광장 '십이지신상' 눈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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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밤은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에서 더 우아한 빛을 발한다. 태백산눈축제를 장식하는 중요한 눈조각 작품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다. 눈조각의 진수를 보려면 이곳에 가야 한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조명을 받은 눈조각들이 마치 살아서 몸을 꿈틀대기라도 할 것처럼 생기를 띠고 있다. 백곰 가족은 방금 빙산을 타고 떠내려온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당골광장 백곰 가족.
 당골광장 백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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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추운데 몸 녹일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당골광장 주변 숙박업소들이 보유한 방은 일찌감치 동났다. 당골광장은 태백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여러 갈래도 갈라지는 곳이다. 눈조각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 못지않게 등산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묵은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산에 오른다.

등산객들이 당골광장을 기점으로 태백산을 오르는 이유는, 태백산 정상에서 바로 태백산눈축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눈꽃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눈으로 덮인 하얀 산,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게 눈꽃을 매달고 서 있는 주목을 바라보는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한겨울에 새하얀 눈을 덮어쓴 주목처럼 장엄한 느낌을 주는 나무는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태백산눈축제, 눈꽃축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눈 덮인 도시, 눈 덮인 산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태백산눈축제는 이달 5일(일)까지다. 하지만 그 후로도 눈은 계속 내린다. 축제는 그 눈이 모두 다 그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막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태백산 정상의 눈꽃은 2월, 한 달이 절정이다. 이달 내내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축제는 계속된다.

 태백산 문수봉 올라가는 길가의 주목, 그리고 나무들(2011년 1월).
 태백산 문수봉 올라가는 길가의 주목, 그리고 나무들(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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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19회째를 맞는 태백산눈축제는 눈조각 외에도 눈과 얼음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놀이와 시설을 즐길 수 있다. 태백산민박촌 맞은 편 소나무 숲속에서는 개가 끄는 썰매를 타볼 수 있고, 당골광장에 있는 대형 이글루 카페에서는 얼음 의자에 앉아 따뜻한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뒤라서 그런지 올해 강원도에서 열리는 겨울축제는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 도시, 태백시에서 열리는 태백산눈축제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당골광장에서 눈조각으로 부활한 스티브 잡스.
 당골광장에서 눈조각으로 부활한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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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골광장 눈조각 전시장 전경
 당골광장 눈조각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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