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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이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이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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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지금으로부터 딱 3년 전 그날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슬픈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온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 사건, 사회적 슬픔이 무엇인지 처절하게 깨닫게 해주었던 그 사건, 용산참사. "아 세상이, 정권이, 경찰이 힘없는 사람들을 정말 쉽게 죽이는구나"라고 정말 무섭게 몸서리쳤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 '용산범대위'라는 연대기구가 정말 헌신적으로 일하던 그때, 저는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철거민들과 감옥에 갇힌 분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사건이 벌어진 후 추모집회 현장에서는 이렇게 적힌 피켓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살려고 올라갔다가 죽어서 내려왔다."
"다 같이 살 수 있었는데. 진압이 아니라 구조였다면."

마음속엔 "살인정권 폭력정권, 이명박 정권 물러나라"라는 마른 분노 밖에 없던 저에게, 가슴을 에이는 듯한 감성이 담긴 그 피켓들은 지금까지도 큰 울림을 줍니다.

"진압 아니라 구조였다면..." 용산참사 벌써 3주년

2012년 1월 17일 12시, 저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197일째 1인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갔습니다. 이제 광화문광장은 '1인 시위의 전당'이라 해도 좋을 만큼 여러 1인 시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봉주를 석방하라!"
"원전을 폐기하라!"
"YTN 해직 기자를 복직 시켜라!"
"<조선일보> 방우영은 연세대에 대한 사유화를 중단하라!"
등등

모두 뜻깊은 구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1인 시위는 용산 참사 유가족 분들이 직접 진행하고 있었던 "용산참사 진상규명하고, 감옥에 갇힌 철거민들을 즉각 석방하라"는 1인 시위였습니다. 저도 안면이 있는 유가족 두 분이 눈물 속에서도 꿋꿋하게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반가워 웃으면서 인사와 얘기를 나누었지만, 제 마음은 내내 그날의 참사와 유가족들의 고통이 떠올라 참으로 먹먹했습니다.

사람들이 서울시장을 잘 뽑은 걸까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용산 참사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지만, 끝까지 '나 몰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현 서울시장은 구속된 철거민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 박 시장은 막개발과 강제 퇴거에 대해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용산참사를 전후로 뉴타운·재개발 광풍을 만들고 개발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많은 이들 중,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성찰하는 이들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그리고 뉴타운·재개발 막공약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뉴타운돌이', 개발 이익에 눈이 먼 재벌 대기업들과 용역회사가 바로 그들입니다. 끝까지 후안무치한 자들로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런 잘못이나 인과 관계가 없는 이들까지도 그들의 죽음을 막지 못해 아파하고 성찰하고 있는데, 어떻게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침묵할 수 있는 것일까요. 특히, 이명박 대통령께 묻습니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막개발의 상징인 뉴타운·재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경찰의 강경진압의 최고 책임자로서 아무런 책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 대통령은 이번 설 특별사면에서 건설사들의 불법·비리에 대해서는 대규모 사면 조치로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용산참사 철거민들은 사면에서 제외됐습니다. 우리는 이 정권을 영원히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또 하나 잊어서도 용서해서도 안 될 집단이 있습니다. 극도로 위험한 상황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던' 당시 경찰 수뇌부들입니다.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09년 2월 12일 오후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뒤 '무궁화클럽' 회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09년 2월 12일 오후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뒤 '무궁화클럽' 회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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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씨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일로 경찰을 더는 할 수 없게 됐지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회생했다가 경북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시 한나라당 후보를 희망한다고 하는데요, 참으로 절망스런 소식입니다.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 전 서울청장... 경북에서 출마 준비

용산참사에 대한 강경진압을 총지휘하고 심지어 자신의 부하마저 목숨을 잃게 한 이가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대한민국 아픈 역사의 반복입니다. 가해자, 심판 받야 할 자가 큰소리 치고, 억울하고 격려 받아야 할 이들은 비참한 삶을 사는 그 역사 말입니다.

지금 끔찍한 참사의 생존자인 철거민들은 참사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4~5년의 중형 판결을 받고 벌써 네 번째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살면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일과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다시 한 번 용산참사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고, 감옥에 갇힌 이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용산참사가 발생하고 3년이나 지난 지금, 용산참사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뉴타운·재개발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진단하고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원칙적으로 평온하게 점유를 하고 있다면,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막개발로 인한 강제퇴거는 금지해야 합니다. 최소한 겨울철, 야간, 위험한 상황에서의 강제 퇴거는 철저히 금지돼야 합니다. 또 이명박·오세훈식의 막개발 광풍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용산참사, 다시는 이 땅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가혹하면서도 너무나 야만적인 사건입니다. 용산참사가 남긴 교훈은 "살려는 사람을 죽이는 막개발, 과잉진압은 이 땅에서 영구히 퇴출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 시민들이 만든 용산참사 추모 노래, 추모 뮤직비디오를 시민 여러분과 공유하면서 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 가혹하고 이기적인
ⓒ '문화예술로 알리는 시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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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고 이기적인>

작곡:박용준/ 작사:엄현우/ 편곡:박용준/ 노래:이정열

붉은 화염이 점점 밀려와 희망을 찾긴 너무 늦은 듯 해
가혹하고 이기적인 질서에 쫓겨서 망루까지 올랐어
더 이상 짓밟히긴 싫어 훗날엔 타는 영혼 없기를
우리 왔던 길 비록 어두워도 이 몸 불길을 벗삼아 가려고 해
날 부르는 인연들의 외침에 한번은 다가가고 싶었어
세상을 원망하진 않아 초라한 이 영혼이 뭐기에...
더 이상 짓밟히긴 싫어 훗날엔 타는 영혼 없기를
한번왔다 갈뿐 후회하진 않아 싸늘히 식어갈 이 영혼이 뭐기에...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태어났나

'대한민국을 노래한다' 음반의 세 번째 임무로 용산의 비극을 가수 이정열이 노래하였습니다. '문화예술로 알리는 시민의 소리'(http://cafe.daum.net/culture.people)라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그룹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 어처구니 없는 세상의 불합리성에 목소리를 내고자 노무현 대통령 헌정음반을 만들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초에 두 번째로 '대한민국을 노래한다'라는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그들은 지난해 7월에 4대강으로 대표되는 환경오염과 밀어붙이기식 개발의 아픈 현실을 노래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곡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켰습니다.(http://www.youtube.com/watch?v=XbOA_kd3G30)

그리고 반값등록금 운동과 서울시장 재보선이 한참이던 시기에 <포기할 수 없는 신념>이란 곡으로 우리와 신세대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hVdwxYR26UE)

이번에 그들이 용산참사 추모 뮤직비디오로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더 클래식의 멤버였던 박용준의 작곡과 편곡, 그리고 이 음반의 프로듀서인 엄현우의 처절한 가사에, 가수 이정열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했습니다. 고통과 절규에 찬 목소리에 녹음과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내내 엄숙했다고 합니다. 당시 참사현장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사람의 분노와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살아남은 자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경각심과 슬픔, 분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tp://www.youtube.com/watch?v=R4HizONlgjg)

덧붙이는 글 | 2009년 1월 20일 그날부터 지금까지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철거민 석방, 재발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용산 범대위) 일꾼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태그:#용산참사, #철거민사망, #뉴타운재개발, #과잉진압살인진압, #이명박폭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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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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