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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을 동원한 적십자 회비 모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는 각 동의 통장이나 반장이 대한적십자사 모금위원으로 각 집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적십자 회원 가입을 권장하고 회비 납부를 위한 지로용지를 배부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는 주로 통장들이 집집마다 돌며 지로용지를 우편함에 꽂고 있다. 하지만 회비 납부율이 떨어지다 보니 가정을 방문해 납부를 독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적십자회비 목표액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부평구도 2011년 5월 말까지 4억 6247만 원을 목표액으로 잡고 모금기간 동안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발적인 성금으로 모금돼야 할 회비를 사실상 통장이 직접 방문해 독려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통장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회비를 걷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적십자회비로 '회비모금 지원금' 지급... "성과금 같은 것, 정산 안 해"

이러한 가운데 적십자사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고 있는 '회비모금업무 지원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적십자사는 전체 회비 모금액의 4% 내에서 회비모금업무 지원금을 주고 있다.

정하균 국회의원이 2011년 10월 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적십자사는 2010년 회비모금업무 지원금으로 15억 5000만 원을 전국 지자체에 나눠줬다. 최근 5년간을 합하면 71억 원에 달한다.

회비모금업무 지원금은 회비 납부용지 배부 또는 회비 모금 홍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무비와 운영비 등으로 쓰도록 돼 있다. 지원금은 대부분 각 지자체 자치행정과를 거쳐 각 동 통장자율회에 지급된다. 문제는 얼마나 모금했느냐에 따라 '수당'의 형태로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는 데 있다.

부평구는 2011년 5월 말 총3억 8855만여 원을 모금해, 적십자사로부터 같은해 8월께 회비모금업무 지원금 1445만 원을 받았다. 이는 각 동의 실적에 따라 배분돼 22개 통장자율회 회장 명의의 계좌로 입금됐다. 많게는 110만 원에서 적게는 30만 원 정도가 입금됐다.

부평구 자치행정과 담당공무원은 "2010년까지는 각 동 주민자치센터나 통장자율회장 명의의 계좌로 지원금을 입금했으나, 2011년부터는 일괄적으로 통장자율회장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구가 방침을 내렸다"며 "사실상 성과금 같은 성격이라 정산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동에서는 지원금으로 인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평구 A동 통장자율회장은 지난해 8월 지원금이 입금된 것을 수 개월째 다른 통장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문제가 됐다. 해당 회장은 "2012년 적십자 회비 모금 시 실적을 올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보관만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A동 동장은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지원금이 각 동 통장자율회의 운영비로 책정돼 회식비로 사용되거나, 일부 동장이 지원금의 일부를 챙긴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때문에 2011년부터 통장자율회장 명의의 계좌로 지원금을 입금하게 됐다는 것이다.

"통장들이 모금하고 지원금 주는 것 문제" vs. "적절하게 사용"

2010년 경기도 부천시의 한 동장은 지원금의 일부를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 받았다가 검찰에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돼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의 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통장 활동을 오래했던 한 주민은 "통장들이 적십자 회비를 모금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많이 모금했다고 성과금 성격의 지원금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어려운 이웃과 재해나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구호하기 위해 써달라고 내는 회비는 그에 맞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한 통장자율회장은 "적십자 회비를 걷는 것이 쉽지 않아 통장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며 "대부분의 동에서는 통장자율회 운영비로 사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거나 어려운 곳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하균 의원은 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통·반장들도 어렵게 모인 적십자 회비의 일부를 수당으로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들려주고 있다"며 "하지만 적십자사는 지원금이 수금 수당으로 변질돼 집행됐는지 확인조차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십자사는 돈(지원금)만 나눠주고 나 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지원금이 수금 수당으로 변질돼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통·반장 동원 적십자 회비 모금 방식은 납부자와 모금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자발적 납부라는 모금의 의미도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에, 적십자사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인천지사 담당자는 "각 지자체에 지원금을 넘기고 나면 관리·감독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에, 적십자사가 이를 점검하기는 어렵다"며 "걷은 회비는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적십자사도 공공기관이기에 회비를 걷는 데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써는 회비를 걷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하균 의원은 미국이나 영국의 적십자사들은 공적인 행정체계를 이용하지 않고 모두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회비를 모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적십자 회비, #대한적십자사, #부평구, #정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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