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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춥고 마음도 추워서 그런지 앉아 있을 힘도 없어”라며 고령의 노인들이 23일째 농성이 지쳤는지 얇은 이불 한 장에 의지한 채 차디찬 바닥에 누워 지내고 있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추워서 그런지 앉아 있을 힘도 없어”라며 고령의 노인들이 23일째 농성이 지쳤는지 얇은 이불 한 장에 의지한 채 차디찬 바닥에 누워 지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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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1년 신묘년(辛卯年) 한 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지만 지금도 4대강 공사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이 있다. 충남 공주시 옥룡동 금강빌라 주민은 12월 8일부터 30일 현재 23일째 '금강 살리기 7공구 무제 구간 제방 축조' 공사를 반대하며 무기한 농성 중이다.

금강빌라 주민은 지난 8일부터 아파트 단지 뒤쪽(금강 변)에 텐트를 치고 '제방축조 공사 때문에 조망권이 침해되고, 강우 시 침수가 우려된다'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관련기사 : <"4대강 때문에 아름다운 금강도 못 보고…">).

주민은 공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공문을 통해 아파트 마당과 같은 높이로 공사해줄 것을 수차례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공문을 접수했다는 답변만을 받았을 뿐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하자 급기야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전 반대대책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대전에 아무개병원에서 긴급하게 수술을 했지만, 30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4대강 제방축조사업 반대 농성주민, 뇌출혈로 쓰러져 중태>).

영하로 떨어진 날씨 속에 강바람에 시달리며 작은 불씨하나에 움츠리고 있던 지역주민들이 기자가 사진을 찍는다고 모두 피하고 몇 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속에 강바람에 시달리며 작은 불씨하나에 움츠리고 있던 지역주민들이 기자가 사진을 찍는다고 모두 피하고 몇 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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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에 따르면 "평소에 혈압이 조금 높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건강하시던 분인데 그놈의 4대강사업을 하면서 때문에 남의 집 마당에 흙을 쌓아 금강을 보지도 못하게 하면서 제방에 높이를 낮추게 한다고 추운 날씨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신경을 쓰더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렇게 됐을까? 그분 생각만 하면 농성을 멈출 수가 없다"고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또한, 농성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그분이 농성 전부터 주민들을 대표하여 신경을 많이 쓰고, 사고 당일 날 추위에 농성을 하고 있는 노인들을 생각하여 나무를 가지러 간다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다가 쓰러져서 지역주민들을 더욱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라고 "그분을 위해서라도 농성을 접지 못하고 끝까지 주민의견을 관철시키겠다"라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지역주민의 장기농성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공주시청에서 지역주민과 합동회의를 가졌지만, 대안도 없이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편의를 위해 제방축조 구간에 조경수와 벤치, 정자와 산책로를 만들면 좋지 않으냐?"라고 유혹을 했지만 지역주민의 원성만을 들어야만 했다.

당시 문정식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은 "옥룡지구 제방축조 사업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하천 기본계획에 잡힌 사업으로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해 하는 사업이지만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이왕이면 같이 넣어 제방축조 공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지역주민으로부터 "4대강 사업이라고 공문을 보내놓고 말장난하고 있느냐?"라고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관련기사 : <국토부, 4대강 사업 지역주민 '유혹' 실패>).

흑룡이 태양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펼친다는 임진년(壬辰年) 2012년 새해가 밝아오고 해맞이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다소 들뜬 분위기에 취할 수 있지만, 새해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대부분이 고령에 노인들이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지역주민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농성을 해야 하는지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이러다가 우리 노인들 다 죽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라며 지역주민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가운데 정부의 판단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수십 수백 명의 지역주민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걸 보면서 국토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옥룡제방축조' 공사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국토해양부에서 100년 빈도 홍수 예방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사로 시공은 SK건설이 맡았다. 강바닥에서 18.63m 높이로 금강빌라 마당보다 1m 정도를 높다. 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12년 4월 말 준공을 앞두고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태그:#농성 23일째,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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