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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에 추가로 생기는 소득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공돈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는 '노동소득' 심적 계좌 꼬리표를 붙여야 한다.
 연말·연초에 추가로 생기는 소득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공돈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는 '노동소득' 심적 계좌 꼬리표를 붙여야 한다.
ⓒ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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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온다. 대부분의 회사가 연봉제라 매월 똑같은 금액의 월급을 받지만, 예외가 있다면 연말 보너스다. 여기에 소득공제를 통해 환급받는 돈도 있고, 퇴직금을 매년 정산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퇴직금을 연말에 받기도 하니 급여생활자의 지갑이 가장 두둑해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해마다 이 시기만 되면 연말 보너스를 얼마나 받느냐 하는 것이 직장인들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얼마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한꺼번에 목돈이 생긴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함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연봉 내 친구가 더 많이 저축하는 이유

'심적 회계' 또는 '심리적 계좌'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돈을 뭉뚱그려 생각하지 않고 어디서 나왔는지 하는 출처나 어떻게 쓸 것인지 그 용도에 따라 각각 다른 계좌에 넣어놓고 쓴다는 의미다.

횡재로 생긴 공돈, 노동의 대가로 번 소득, 저축한 돈을 예로 들어보자. 모두 같은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쓸 때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공돈은 주저하지 않고 가장 쉽게 지출한다. 반면 일해서 번 돈은 함부로 쓰기를 꺼린다. 가장 쓰기 어려운 돈은 저축한 돈이다. 적금이나 예금에 넣어둔 돈은 꺼내 쓰는 것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아 가능하면 손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월급을 받는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의 회사는 연말보너스를 한꺼번에 주지 않고 다음 해 연봉에 포함해 이 금액을 12로 나눠 매달 같은 액수의 급여를 준다. B의 회사는 매달 같은 급여를 주고 추가로 연말에 보너스를 준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돈을 받는 A와 B의 돈 쓰임새에 차이가 있을까 없을까?

심적 회계의 관점에서 보면, A와 B의 돈 쓰임새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A의 경우 받은 모든 돈이 노동의 대가로 번 급여이다. A는 이것을 노동소득이라는 심적 계좌에 집어넣는다. 이 계좌는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기에 A도 소비를 위해 이 계좌를 쉽게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B도 매달 급여는 노동소득이라는 심적 계좌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연말 보너스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너스도 실제로는 노동소득이지만 연말에 급여 이외에 추가로 생기는 소득이라는 점 때문에 공돈이라는 심적 계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공돈이라는 심적 계좌에 들어간 이상 소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너스만을 기다리며 평상시에 참았던 소비 욕망이 연말 분위기를 틈타 꿈틀대기 시작한다. 보너스도 탔는데 뭐 이 정도 쯤이야, 지갑 여는 것이 과감해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급여를 받지만, 모든 급여가 노동소득이라는 심적 계좌에 들어간 A가 보너스를 공돈으로 생각한 B보다 씀씀이가 작을 것이고 저축도 많으리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듯 같은 돈을 벌어도 이 돈에 어떤 꼬리표를 붙이고 어떤 계좌에 넣느냐에 따라서 그 쓰임새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적금을 내는 비합리성

저축한 돈을 쓰기 싫어하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가 저축과 빚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다. 재무상담을 하다 보면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서 적금도 하는 경우를 흔하게 발견한다. 적금을 통해 받는 이자보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서 은행에 내는 이자가 더 크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저축을 중단하고 빚을 갚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적금이나 예금 등 저축한 돈과 마이너스 통장에 있는 빚을 별도의 심적 계좌에 넣어둔다. 그러다 보니 저축은 꺼내 쓰기를 꺼려지고 지출이 필요하면 차라리 빚을 내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심적 계좌의 특성을 이해하면 연말·연초 급여 이외에 추가로 생기는 소득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이러한 추가 소득에 대해 공돈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라는 노동소득 심적 계좌 꼬리표를 붙인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가장 쓰기 어려운 저축계좌로 옮겨야 한다. 추가 소득이 생기자마자 정기예금에 집어넣는 것은 단순하지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 한가지 전제가 있으니 앞에서 이야기한 부채계좌 청산이 저축보다 우선순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혹시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거나, 보험약관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이 있다면 저축하고 싶은 유혹이 있어도 이것부터 갚는 것이 맞다. '까짓 거 한 달 이자가 얼마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채부터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돈 관리 순서다.

평상시 연말 보너스를 염두에 두고 지출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달 모자라는 생활비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쓰고 연말 보너스 나오면 한꺼번에 갚는 식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경기침체 시기에 매우 위험하다. 연말 보너스가 안 나오거나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상시 지출을 연말 보너스가 없다는 전제하에 하고 보너스가 나오는 경우 이것을 저축계좌로 돌리는 것이 올바른 지출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들리질 않는다. 가정경제 또한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먹구름이다. 올해 받을 보너스를 어떻게 쓸지 제대로 계획하는 것이 내년 더 어려워질 우리집 살림살이 관리의 올바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지영 기자는 현재 (사)여성의일과미래 재무상담센터에서 경제교육 강사와 재무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돈,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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