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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지난 4월에 부활된 '신병훈련소 면회제도'가 오늘(3일)부터는 영내면회에서 영외면회로 확대된다. 국방부는 지난 달 31일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강원 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의 이 같은 제안을 정리한 종합보고서를 통해 "신병훈련 수료시 영내면회의 중간평가 결과를 토대로 11월부터 12월까지 약 2개월간 영외면회를 시험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 모습
▲ ▲(사진1)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 모습
ⓒ 이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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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대는 신병 훈련을 실시 중인 35개 부대 중 육군훈련소, 해병대 교육훈련단 등 총 12개 부대이며, 접경지역 군부대는 군단별(5군단, 3군단, 2군단) 1개 사단을 선정해 적용한다고 한다. 영외면회 대상은 가족에 한해 적용되며, 시간은 수료식 행사 후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이러한 계획을 제안한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13년 만에 부활한 신병면회 제도는 영내에서만 이뤄져 접경지역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신병 영외면회 확대는 침체된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훈련병들에게 영외면회를 허용하는 것이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훈련병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얄팍한 상술로 비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훈련소 수료후 면회와 관련하여 그 문제점을 이 지면을 통해 지적한 바가 있다(면회객 없는 병사들...눈시울이 글썽). 그 글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13년 전에 훈련소의 면회를 금지시키고 대신 100일 휴가를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러다가 13년 만에 다시 면회를 부활한 것은 어떤 근거였을까. 분명 군이나 관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 논리 혹은 군 정책 논리를 나는 잘 모른다. 다만 훈련소 수료일의 면회는 분명 훈련병은 물론 가족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된다는 것은 안다. 문제는 가정 형편에 의해 면회를 오지 못하는 병사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이다. 그 위화감은 13년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아들 하나인 가정이고 그렇기에 가족의 애정, 나아가 면회에 대한 기대와 준비하는 먹거리와 물품 등이 13년 전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면회 가족이 없는 훈련병이 느낄 위화감은 더 클 것이다.

따라서 그 병사들의 마음을 어떻게 만져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은 군에서 따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아들을 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배려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우리의 아들들이기 때문이다.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 후 영내 면회의 모습 - 연병장 주변(1)
▲ ▲(사진 2)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 후 영내 면회의 모습 - 연병장 주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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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화감은 영외면회를 실시하는 오늘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와 직결되는 것이 5주 훈련 후 다섯 시간 남짓의 영외면회를 하고 곧바로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제2신교대로 향해야 하는 훈련병들의 심리상태이다. 혹여 군기가 흐트러져 다음 훈련을 받는 데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수료식 후 가족과의 영외면회를 통해 훈련병들의 사기를 북돋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도 할 것이니 민(지역상인)과 군(훈련병)의 상생전략이라 선전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기호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사단 신병교육대를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제시한다.

첫째, 교통혼잡의 문제이다. 영외면회 허용구역은 신병훈련 부대 장성급 지휘관이 판단해 시행한다는데, ○사단 신병교육대의 경우 신교대 주변의 ◇◇리, □□리 정도가 될 것이다. ○사단 신교대의 수료생은 250명 정도이며 면회객은 병사 1명당 평균 5명 정도이니 모두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면회객이 타고오는 승용차만 200대가 넘는다.

200대가 넘는 차량과 1000명이 넘는 면회객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경우 왕복 2차선 지방도로는 순식간에 마비가 된다. 군에서 동원된 헌병대와 지역에서 지원한 경찰에 의해 통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일시에 빠져 나가고 귀대시각에 맞춰 들어올 차량과 면회객들로 도로는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둘째, 위 첫 번째와 관련된 것으로 ◇◇리, □□리 두 마을을 합쳐봐야 인구 6000 명 남짓한 소읍에 1000명의 면회객이 일시에 닥칠 경우 그들을 수용할 만한 주차장과 상가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면회객이 찾을 각종 음식점과 훈련병이 즐겨찾을 PC방은 만원사례로 대환영일 것이지만, 면회객의 입장에서는 기다리다가 시간 다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사단 신교대는 면회객을 위해 200대 이상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리와 □□리로 쏟아져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 ▲(사진 3) ○사단 신교대는 면회객을 위해 200대 이상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리와 □□리로 쏟아져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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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촉박한 면회시간이다. 위 두 가지 문제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영내면회에 비해 두 시간이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교통혼잡을 뚫고 면회장소로 이동하고 다시 귀대할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보통 수료식은 10시 30분에 시작된다. 그렇기에 오전 8시경부터 오기 시작한 면회객은 수료식이 시작된 이후에도 속속 도착한다. 통상 면회객들이 도착하여 주차하는 시간이 3시간 정도이다. 그러나 영외면회를 할 경우 수료식이 끝나자마자 일시에 200대의 차량이 빠져나갈 것이고, 5시 귀대 시각에 맞춰 다시 한 번 일시에 정문과 후문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 두 차례의 혼잡으로 차 안에서 시간을 다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때로는 귀대시간에 늦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영외면회, 5시간 남짓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넷째, 위와 같은 문제점을 미리 알고 민박이나 펜션을 빌려 오붓하게 영외면회를 즐기기 위해 부모들은 또다른 경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것이 그 지역 상인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에는 훈련병 부모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영내면회일 경우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가외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 후 영내 면회의 모습 - 우천시 강당(1)
▲ ▲(사진 3)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 후 영내 면회의 모습 - 우천시 강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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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는 영외면회를 신청하지 않은 병사들을 위해 영내 식당, 체육관, 강당 등의 시설을 이용해 영내면회를 지원키로 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다른 병사가 영외로 나갈 때에 당연히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것은 훈련병의 마음이고, 데리고 나가고픈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왜 면회를 부활했을까. 그리고 왜 영내면회를 영외면회로 확대했을까. 면회가 영내에서만 이루어지면 그 지역의 경제활성화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가용 시대, 가족 모두가 먹거리를 싸들고 와 영내에서 먹고 즐기고는 곧바로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먼 거리의 가족들은 군에서 제공한 면회버스를 이용해 신교대에서 내리고 신교대에서 곧바로 다시 타고 집으로 향했다. 면회만 실시되면 면회객들이 무엇인가 그 지역의 물건을 팔아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렇기에 짜낸 묘책이 바로 영외면회가 아닐까.

국방부는 내달 중 오늘부터 시행하는 영외면회 시험적용 결과를 분석해 영외면회 확대 및 현행 영내면회 여부를 최종판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영외면회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영내 면회라 하더라도 가정 사정 때문에 가족이 면회를 오지 못하는 병사들이 느낄 위화감을 해결하려는 노력, 그리고 진정 훈련병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책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 게재되었습니다.(http://lby56.blog.me/150123141332)



태그:#훈련병면회, #신병교육대, #영내면회, #영외면회, #수료식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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