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요즘판결 25번째 이야기다.
① 아동 성추행 혐의 수영강사 무죄, 이유는? (대구지법 10. 19.)
② '대머리'라 놀리면 명예훼손은 아니지만…(대법원 10. 27.)
③ 성형수술 부작용 인터넷에 올린 결과는 (서울중앙지법 10. 25.)

[사례 1] 수영강사인 A(20대 남성)씨는 성폭력처벌법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영을 배우던 B(7)양이 "수영장에서 선생님이 몸을 만졌다"고 부모에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B양의 부모는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수영 강습도중 "가만히 있어라,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혼난다"면서 B양의 몸을 만지는 등 석달간 20여 차례 추행하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아동 성추행 혐의 수영 강사, '무죄 선고'된 까닭

아동 성폭행 사건의 상당수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아동의 진술이 절대적인 증거가 된다. 성폭행 사고 당시 만 3~4세에 불과한 여자 아이의 증언능력을 법원이 인정하고 유죄의 증거로 삼은 사례도 적지 않다. 관건은 진술의 신빙성, 다시 말해 말이 얼마나 믿을 만한가에 달렸다.

이 사건에서도 유력한 증거는 B양의 진술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진술 내용 중 일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B양은 "수영선생님이 3번 바뀌었고 2, 3번째 선생님이 몸을 만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추행한 사람이 한 명인지 여러명인지 또 A씨가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B양은 "몸을 만진 선생님은 흉터와 문신이 있었고 수영복에 괴물 그림이 있었다"고 말했으나 A씨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동료강사의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게다가 "수영장에 갈 때마다 4번씩 2분간 몸을 만졌다"거나 "양손으로 2명을 동시에 만졌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법원은 "강습생이나 수강생 부모들이 지켜보는 데서 석달간 들키지 않고 추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B양이 제3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기억 회상을 극대화하여 진술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B양의 어머니가 조사과정에 개입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실 아동성범죄에선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법원으로서도 판단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대법원 판례는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으로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예단을 가지고 본의 아니게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 올 여지는 없었는지 ▲ 질문자에 의하여 오도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이 반복된 것은 아닌지 ▲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진 것인지 ▲ 진술내용에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10월 19일 "B양의 진술만으로는 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사가 항소함으로써 대구고법에서 또다시 법정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에서도 결론 안난 '대머리 명예훼손 사건'

인터넷 상에서 모르는 사람을 향해 '대머리' '뻐꺼'라고 놀린 건 죄가 될까, 안 될까. 어찌보면 사소한 언쟁 정도로 넘어갈 법한 이 사건은 1년 반 넘게 유죄와 무죄를 넘나들고 있다.

[사례 2] 게임사이트에서 벌어진 말다툼이 사건의 발단이다. 지난해 6월 온라인 게임을 하던 C씨와 D씨는 서로 감정이 상한 나머지 언쟁을 벌였다. 급기야 C씨가 D씨를 향해 남들도 볼 수 있는 채팅창에서 '뻐꺼, 대머리'라는 말을 날렸다. 두 사람은 한번도 직접 만난 사실이 없었고, D씨는 대머리도 아니었다. 화가 난 D씨는 C씨를 신고했다.

그해 8월 검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으로 약식기소했다. C씨는 약식명령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는데 법원의 판단은 심급마다 엇갈렸다.

먼저 1심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대머리는 표준말로 단어 자체에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적 특징은 개인 취향과 유행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이 정도의 사건을 유죄로 하면 처벌이 무분별하게 확장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2심은 유죄로 보았다. 항소심은 "대머리는 외모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인 동시에 가치평가적인 요소도 담고 있다"고 보았다. 대머리가 방송이나 문학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거나 당사자가 콤플렉스를 느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머리는 사회가치를 떨어뜨리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항소심은 벌금 30만 원 형을 선고했다.

 영화 <이끼>에 출연한 배우 김상호. '대머리'라고 하는 것은 명예훼손일까 아닐까?
 영화 <이끼>에 출연한 배우 김상호. '대머리'라고 하는 것은 명예훼손일까 아닐까?
ⓒ CJ엔터테인먼트

관련사진보기

최종심인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사건을 맡은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우선 "사이버 공간의 대화나 표현도 타인의 권익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침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절제와 규범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사이버) 공간의 게시글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며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의사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허위사실에 따른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짓의 사실'은 주관적 감정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그 표현을 하게 된 상황과 전후 맥락에 비추어 그 표현 자체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뻐꺼'나 '대머리'라는 단어에 대해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모욕을 주기 위하여 사용한 것일 수는 있을지언정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거나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7일 이 사건을 2심인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안면도 없는 사람끼리 인터넷상에서 '대머리' '뻐꺼'라고 놀린 행위는 경멸적 표현(모욕)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

약식명령(벌금형)-1심(무죄)-2심(유죄)-3심(파기환송)을 거쳐 다시 2심 재판이 열리게 된다. 결론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사이버 명예훼손죄, 비방할 목적 있어야 성립"

[사례 3] E씨(30대 여성)는 서울 강남의 F성형외과에서 허벅지 지방흡입술과 가슴확대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1년 후 가슴에는 여러 개 멍울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는 F성형외과의 홈페이지 수술후기 게시판에 "다리가 1자가 아닌 C자가 되어 수영장도 다니지 못한다" "병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들었는데" 등이 포함된 글을 올렸다.

E씨도 [사례 2]의 C씨처럼 허위사실에 의한 사이버명예훼손으로 법정에 섰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이버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한다. E씨에게 그런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 게시물의 주된 내용이 원장의 연락을 부탁한다는 것이고 ▲ 너무 바빠 연락을 못받는다는 원장의 변명에 대한 항의로 보이는 점 ▲ 다리가 C자가 되었다는 것도 자신의 신체상태를 말하여 손해배상 내지 연락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 점 등을 주목했다.

따라서 "E씨가 게시물을 등록한 주된 목적은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한 성의있는 답변 및 자신에 대한 연락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E씨는 성형외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법원은 게시물이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보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인터넷 게시물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곧바로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고, 전후 사정에 비추어 정당한 목적이 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허용될 수도 있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책인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펴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