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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지법 판사와 직원 30여명은 21일 오전 법원 62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11부(김연하 부장판사)의 재판을 지켜봤다. 법정 공개방청은 구술심리와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판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취지에서 청주지법 연구회인 '법정커뮤니케이션'이 검찰과 피고인 측의 양해를 얻어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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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무죄."

1심에 이어, 2심 법정에서도 같았다. 19일 재판장은 판결문을 계속 읽어내려갔지만 그의 귀엔 '무죄'라는 말 밖에 들리지 않았다.

P(39)씨에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재판이 시작된 작년 10월부터 '대통령 살인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왔다. 게다가 반 년 넘게 교도소에 갇혀 있어야 했다. 

어쩌다 그는 왜 대통령 살인범(정확하게는 살인예비죄)으로 몰렸을까. 또 왜 무죄로 풀려났을까. '대통령 살인예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 10여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그의 2003년 이전 행적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P씨와 관련된 2010년도 언론보도에서 공통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

승승장구하던 청년사업가가 살인범으로 몰린 사연

P씨는 육군 장교 출신으로, 전역 후인 2000년대 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투자종목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제법 큰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청년 사업가로서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잘 나가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찾아온 건 카지노 때문이었다.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그는 우연히 강원랜드를 찾게 됐고, 서서히 도박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도박을 자제하기 위해 강원랜드에 스스로 출입제한요청을 걸어놓기도 했지만 곧 해제를 신청하고 다시 드나들었다. 그는 출입제한과 해제를 반복하면서 재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2003년 3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약 6년 반 동안 그가 카지노에서 잃은 돈은 무려 18억 원이나 됐다.  

그는 내국인에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현행 제도가 사회의 걸림돌이라고 보았다.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든다고 여겼다. 그때부터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당시 P씨의 국회 자해 소식을 보도한 YTN
 당시 P씨의 국회 자해 소식을 보도한 YTN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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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갈수록 수위가 높은 방법을 사용했다. 단적인 예로 작년 1월에는 강원랜드에 ▲ 내국인 카지노 영업중단 ▲ 도박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 적절한 조치가 없을 시 폭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이 편지 사건으로 P씨는 협박죄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 보름 뒤에는 국회 앞에서 강원랜드 외국인전용 전환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던 도중, 손도끼로 자신의 손목을 내리치는 등 자해를 시도했다. 당시 한 방송사의 인터뷰에서 자해한 까닭을 묻자 그는 "저를 끝으로 더 이상 국민들이 이러한 도박장에 출입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 카지노 전환'은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 대통령실에 자신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발송했다. 여기서 '대형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자 작년 9월 12일 자신의 트위터, 미투데이 등에 "이명박 암살 원하는 분 추천요~100개 돌파하면 암살실행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게 된다.

검찰, 인터넷에 올린 글 보고 "살인예비죄" 구속

살인예비죄의 증거물? 검찰이 살인예비죄의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던 P씨의 '미투데이' 갈무리 화면. 문제가 된 대통령 암살과 관련된 게시물은 현재 미투데이운영자가 비공개처리한 상태다. 게시물 중 특정 회사와 인명이 노출된 부분은 기자가 지웠다.
▲ 살인예비죄의 증거물? 검찰이 살인예비죄의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던 P씨의 '미투데이' 갈무리 화면. 문제가 된 대통령 암살과 관련된 게시물은 현재 미투데이운영자가 비공개처리한 상태다. 게시물 중 특정 회사와 인명이 노출된 부분은 기자가 지웠다.

그로부터 얼마 뒤 검찰은 그를 구속한다. 죄목은 살인예비죄. 검찰은 P씨가 대통령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살인을 준비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검사의 기소내용(공소사실)을 한 문장으로 요약, 정리하자면 이렇다.

P씨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 민원 회신을 받지 못하자 대통령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 미투데이에 대통령 살해의사를 표명하고 ▲ 경복궁과 청와대 주변 등을 탐색하였으며 ▲ 인터넷 검색창에서 '이명박 암살','이명박 9월스케줄', '총포' 등의 단어를 검색하여 살인을 예비하였다.

그가 구속되자 일부 언론들은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카지노에서 거액 탕진한 30대, 대통령 암살 기도", "도박중독자의 말로" 등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그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사용한 방식들이 도가 지나쳤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 살인예비죄로 처벌받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건 법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선 '예비'의 법적 의미부터 알아보자. 예비란 범죄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행위를 뜻한다. 형법에 따르면 예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살인, 간첩, 방화 등 중대한 범죄에서 별도로 처벌 규정이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 보면 '고의'와 범죄를 저지를 '목적'이 있어야 예비죄가 성립한다. 또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의 준비만으론 성립하지 않고 외적인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살인예비죄로 처벌받은 판례를 보자. 어김없이 사제폭탄, 총알 등을 제조했거나 회칼, 전자충격기 등을 준비했다가 적발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말이나 글 정도만으론 특정인을 살해하려는 목적이 있는지 쉽게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물적 증거가 유죄의 유력한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예비가 미수와 다른 점은 '실행의 착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쉽게 예를 들어본다. 사람을 살해하려는 뜻으로 흉기를 휘둘러 죽게 하였다면 당연히 살인죄다. 그런데 살해 의사로 공격했으나 상대방이 죽지 않았다면 살인미수로 처벌받게 된다. 만일 살해할 의사로 칼을 준비해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그 상태에서 경찰에게 적발됐다면 이때 살인예비죄가 된다.

법원 "살인저지를 목적·고의 없었다" 무죄 선고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P씨는 실제로 인터넷에 암살실행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리고, 암살과 총포구입방법 등을 검색했다. 몇 차례 청와대 근처인 경복궁, 사직동 주변을 방문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의문을 표했다. 법원은 우선 "살인예비죄는 살인의 준비에 대한 고의와 살인죄를 범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목적은 확정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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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P씨에게 살인죄의 확정적인 목적,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 P씨가 추천을 100명 이상 받지 못하여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 점 ▲ 인터넷 운영자의 게시글 삭제로 암살계획이 무산됐다는 글을 올린 점 ▲ 사건 당일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직접 살인과 연관된 검색을 하였을 뿐 그 후에는 하지 않은 점 ▲ P씨의 휴대폰에 "계획한 것은 없다. 여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음성이 저장된 점 등을 들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 4월 7일 P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반 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1심 판결 이틀 뒤인 4월 9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올린 글에서 "작년 9월 24일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대통령 살인예비혐의로 구속되어 7일 오전 7개월 만에 무죄로 석방되었습니다. 힘든 나날이었는데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사는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춘천형사부)도 19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P씨가 무죄라고 결론내렸다. 다만 P씨는 이 건과 별도로 인명 교통사고와 강원랜드 협박편지 사건으로 병합심리를 받았는데, 이 부분은 1심과 같이 유죄(징역 8월)가 인정됐다. 그는 이날 또다시 법정구속됐다.  

P씨의 행동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 극단적이며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도박의 폐해를 알리고 내국인 카지노 영업중단을 위한 의도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P씨의 행동에 대처한 수사기관의 태도도 짚어봐야 한다.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과 검색어 등을 근거로 시민을 구속하고 대통령 암살범으로 기소한 것이 적절한 공권력 행사였는지 짚어볼 대목이다.

미네르바 무죄, 정연주 무죄, 백원우 무죄, 피디수첩 무죄...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최근 몇 가지 사건이 겹쳐서 떠오른다.

인터넷에서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했다가 구속되었던 미네르바는 재판 결과 무죄로 풀려났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대통령에게 항의발언을 했다가 '장례식방해' 혐의로 피고인이 된 백원우 의원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에게 해임당하고, 회사 세금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에 응한 점 때문에 배임죄로 기소되었던 정연주 전 KBS 사장도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피디수첩> 제작진들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또,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씨는 2009년 언론사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시민단체 활동 개입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2억 원대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1심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며 국가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국가가 또다시 항소하여 사건이 진행중이다.

법원의 판례는 공적인 관심사를 놓고선 언론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국가나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신변을 지키기 위한 '충정' 때문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은 대통령이나 일반 시민이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만일 P씨가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인터넷에 엄포를 놓았더라도 수사기관이 살인예비죄로 구속했을까.

P씨가 반 년간 옥살이를 하기까지 검찰의 기소에는 무리가 없었는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적절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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