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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가 한창인가 보다. 대표적인 두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네거티브', '신경전' 등의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선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그 근본 원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가 핵심적으로 논쟁되지 않는다면 누가 서울시장이 되어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교육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동시에 '교육의 의무'로 만든 국가의 책임에 대한 기본철학이 다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상급식을 좌절시키려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편향적 복지철학'이 서울시민들의 '보편적 복지철학'에 무릎을 꿇으면서 시작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야권대통합 후보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시장이 속했던 한나라당 후보도 이제는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에는 동의하는 듯하다.

'쪽팔림'을 몰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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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는 정치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우리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흔히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대다수의 구민들에게는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부자동네 강남 3구'의 몰표를 받아서 시장이 되었다고 해서 서울시장이 아닌 '강남시장'이라고 부른다.

그가 속한 한나라당은 전 정부의 '서민 중심의 조세 정책'을 뒤엎고 비즈니스-프렌들리(기업 친화적) 조세 정책으로 '부자 감세' 정당이라는 오명(또는 광명(光名), 그러나 누명은 아닌 게 확실한 듯)을 뒤집어 쓰고 있다. 그런 그가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지원해야 한다는 정책에 분명히 반대하며 "부자 학생들은 제 돈을 내고 먹고 (정확히 말하면 부자 부모의 돈을 내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먼저 무상급식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속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았지만 그가 아직 미성년인 초중등 학생들의 순진무구한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서민층 학생들에 대한 급식 지원이 없던 건 아니다. 그 전에도 생활보호대상자 가정 학생들이나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는 급식비를 지원했고, 심지어 방학 때에도 급식 카드 등을 주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네 짜장면 집에서 점심을 먹도록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그런 '공짜밥'을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들 말로 '쪽팔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꽤 머리를 써서 누가 급식 지원을 받는지 모르도록 여러 학생들을 교무실로 불러서 그 중 해당 학생에게만 급식 지원 서류가 통과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그에게만 몰래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은밀히 써보지만 아이들은 누가 '공짜밥'을 먹는 녀석인지 귀신같이 알았고, 그 소문은 금세 퍼졌다.

아무리 좋아하는 짜장면이라도 방학 때 따로 가서 "내가 공짜밥 먹는 사람이다"라고 증명이라도 하듯이 중국집에서 급식 카드를 내미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우유 배식을 할 때도 무상으로 지원 받는 아이들은 일부러 먹지 않아서 교무실에는 아까운 우유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이 "쪽팔리다"는 이유로 경제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의 고충을 '외면'하는 것을 철없는 초등학생들의 어리석음으로 치부한다면 그건 완전 오산이다. 선생님보다도 덩치가 더 크고 세상을 알만큼 아는 것 같은 고등학생들도 몇십만 원 하는 수학여행비 지원에서도 이리저리 뺀다. 담임 선생님이 부모님과 통화해 보면 부모님은 "미안하긴 한데 조금이라도 지원해 주시면 고맙지요"라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 그러나 학생들은 차라리 이런저런 핑계로 수학여행에 빠질 망정 선뜻 지원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역시 "쪽팔리기" 때문이란다. 한자어로 표현하자면 "염치가 있는 녀석들"이라 "염치없는 짓"을 못하는 것이다.    

쪽팔림을 알아야 할 건 누구?

정치인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말 이런 '쪽팔림'을 몰랐고, 모르는 듯하다. 우리같은 일반 서민들이라면, 무상급식을 막으려다가 주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해 서울시장이 사퇴한 마당에 다시 그가 속한 정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쪽팔려서'라도 이번 보궐 선거는 후보를 내지 않고 자중하다가 다음 번 정식 선거에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시장이 정치를 잘 못할 경우 그때 후보를 낼 것 같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우리같은 서민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들은 쪽팔린다는 게 무언지 모르고 서민들은 정치란 게 무엇인지 잘 몰랐던 듯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교육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듯하다. 앞에서 잠깐 스쳐지나갔듯이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모 연구소장님이 자주 이야기하시는 국방의 의무를 예로 들어보자. 대한민국 20세 이상 성인 남자라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한단다.

논산 훈련소의 훈련병들이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기사와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논산 훈련소의 훈련병들이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기사와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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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들은 국가에서 입영 통지서를 받고, 국가가 보내 준 교통비로 입영하고, 국가에서 지급한 군복, 무기 등으로 훈련을 받고, 역시 국가 부담 급식을 먹고 등등의 군생활을 한다. 부모님이 국회의원이라고, 강남 산다고 해서 그 신병은 자비로 M16, K2 소총 사서 입대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급식 이야기가 또 나오는데 가난한 집 자제부터 무상으로 '짬밥' 먹고, 돈 있는 집 자식들은 돈 내고 짬밥 먹던가? 이밖에 부모님이 시켜서 부대 안으로 식사 배달시켜 먹으라는 주장을 한나라당이 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차라리 재벌 집 아들, 국회의원 자녀, 강남 부유층 자제 분들이 사지 멀쩡한 데도 돈으로 군대 뺐다는 이야기가 훨씬 듣기 쉽다.

교육에 대해서는 좀 아시는지?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최소한 초중등 교육)이 대한민국에서 의무라면, 이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 줘야 할 부분이다. 급식은 물론이고 수학여행도 학교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부분이라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은 학생부담이 아니라 학교, 국가, 사회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신 대표주자 두 분이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내용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 듯한데, 그렇다면 교육에 대해서는 어떠실지. 최근 뉴스에 따르자면 부친은 사학재단의 설립자 겸 30년 동안 교장 역임 후 현재 이사장으로 재직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모친은 이 재단 산하 유치원 원장이시고 동생은 유치원 교사, 그러니까 어머님 밑에서 동생분이 근무하시고 있다. 이외에도 사촌의 남편이 행정실장, 이사장의 조카인 사촌들이 교사 또는 행정실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나 후보도 이 학교에서 11년간 이사로 근무 중이라고 한다.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유기농 딸기를 먹고 있는 합천초교 학생(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유기농 딸기를 먹고 있는 합천초교 학생(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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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다고 교육에 대해 잘 안다고 자만하지 마시길 바란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동안 사립학교에서 보여준 행태들을 보면 이런 족벌 사학에서 교육을 제대로 한 적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영화 <도가니>의 실제 학교였던 광주 인화학교도 2005년 사건 당시 이사장은 설립자(아버지), 이사장의 큰 아들은 교장, 둘째 아들은 행정실장, 처남은 학교 근로시설장, 동서는 인화원장으로 친인척이 학교 주요 직책을 독차지했고 올해는 사위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표적인 족벌 사학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어쨌든 나경원 후보의 부친이 설립한 학교도 거의 비슷하게 족벌 사학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심지어 나 후보도 거기에 11년째나 몸을 담고 있다. 사립학교법 반대가 소신이라고 하는 기사도 있어 사실 우려가 많이 되지만 어쨌든 부친의 사립학교는 절대 그렇지 않도록 신경 많이 써 주시기 바란다.

박원순 야권대통합 후보도 교육과 조금 관련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인기영화 <두사부일체>의 소재가 되었던 상문고와 상지대 사태를 계기로 2000년에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사무처장이 박원순 야권대통합 후보였다. 박 후보는 이후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공동대표를 맡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항의 방문하고 또 집회에 연사로 직접 나서서 사학비리 척결과 학교민주화를 위해 활동하였다고 알려졌다.

물론 부패사학 척결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학생들의 '쪽팔림'의 심리를 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둘은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굳이 관련을 짓자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온갖 쪽팔린 짓을 다하는 부패사학에 대해 사회의 책임 있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염치있는 행동을 하려 했다고 봐 줄 수는 있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 후보와 박 후보가 교육에 관련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마치 쪽팔림을 몰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서 염치를 알았던 학생들을 지켜주려 했던 서울시민들이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던 것처럼.

대학의 반값 등록금은 언제?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반값등록금 국민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도로 점거시위를 벌이다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반값등록금 국민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도로 점거시위를 벌이다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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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는데 두 후보가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하고 대안을 말로만 제시하지 말고 당장 지금부터 행동으로 보여주셨으면 하는 문제가 있다. 대학의 반값 등록금 문제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비슷한 교육의 문제, 교육 복지의 문제이면서도 급식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후자는 쪽팔림에 대해서 알지만 그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초중등 학생과 관련이 있는 문제라면, 전자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염치가 있으면서도 쪽팔림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학생에 관한 문제다.

흔히 등록금에 관해서는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의 대학들을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데 필자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뒤처지는 필리핀의 대학 등록금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가 국립 필리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청와대 유행어로 "필리핀에 대해서 조금 안다," 아주 조금. 글이 길어져서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②편에서는 반값 등록금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양두영 기자는 국립 필리핀 대학교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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