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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뉴욕 리버티 플라자공원에서 시작돼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라고 이야기하는 월스트리트로 이어진 시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15일, 국제 공동행동 차원에서 한 차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듯, 현재의 세계경제위기는 1%에서도 다시 1%에 해당하는 은행, 금융자본가들이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그 책임은 정작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99%의 서민들이 짊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금융을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쪽에 은행들의 무분별한 탐욕에 의해 피해를 받는 민중이 있다면 또 한쪽에는 최소한의 금융시스템에도 안정적으로 접근하지 못해서 고통 받는 서민들이 있다. 1%의 탐욕을 위한 은행이 아니라 99%의 생활을 위한 은행은 없을까?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탐욕과 이윤만을 위한 기구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서로 돕고 연대하면서 그 안에서 소액의 대출과 저축, 그리고 다양한 교육과 상담까지 해온 기구들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이미 지역, 또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협동조합은 의미있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유기농 농산물이나 제품들을 사고파는 생활협동조합들도 있고 노숙인이나 지역의 서민들을 위해 소액의 자금들을 모아서 서로 대출하고 사용하는 협동조합들도 있다. 사실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서민들을 위한 금융시스템일 수도 있다.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활과 협동, 연대를 위한 기구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정책이나 제도만이 아니다

청년유니온과 함께일하는재단에서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일본 반빈곤상호부조네트워크의 가와조에상
▲ 함께일하는재단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가와조에상 청년유니온과 함께일하는재단에서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일본 반빈곤상호부조네트워크의 가와조에상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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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은 지난해 3월 창립한 후 청년노동자들의 다양한 노동권 보호, 청년실업 해결, 그리고 청년들의 연대와 단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그런데 청년유니온이 직접 활동하면서 만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같은 거시적인 정책이나 제도만이 아니었다.

실제 노동을 하며,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청년들에겐 일자리의 확대, 노동권의 보호도 필요하지만 당장 최소한의 생활비, 그리고 취업상태라 하더라도 저임금 노동의 과정에서 급격히 빈곤상황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소액의 자금이 필요했다.

실제 청년유니온이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진행한 청년층의 생활과 금융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불안정노동 청년층의 경제 상태와 사회안전망 욕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것은 명확히 드러난다.

청년유니온과 '함께일하는재단', 그리고 '희망청'이 함께 지난 6월~8월, 15세~34세 비정규직 청년들 313명을 조사한 결과, 청년층이 받고 있는 월 평균임금액은 121만8천 원이었다. 이중에서 6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비율도 23.7%나 되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자금이 은행들이 요구하는 수백, 수천만 원의 액수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일을 하다가 다음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에 겪는 실업기간은 6개월 미만이 68.8%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37.5%에 불과(실업급여는 고용보험을 가입한 사람 중 계약기간이 끝났거나,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퇴사를 했을 경우만 지급)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길면 6개월이란 기간 동안 일부 청년들의 수중엔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는 셈이 된다.

청년들 대출금액, 100만 원 이하가 가장 많아

(단위: 명, %)
주) '매우 필요'와 '필요함' 응답을 합한 백분율임.
▲ 대안적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의 필요성 인식 (단위: 명, %) 주) '매우 필요'와 '필요함' 응답을 합한 백분율임.
ⓒ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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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응답자 중 현재 부채가 있는 사람이 48.5%였고 이들의 평균 부채액은 약 1018만 원이었다. 더 큰 문제는 부채를 안고 있는 불안정 노동 청년 가운데 절반 이상(56.0%)이 계획대로 부채를 상환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44%는 급전으로 상환하고 있거나(32.0%) 아예 상환계획 없이 속수무책인 상태(12.0%)에 놓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30.9%가 긴급자금 대출 경험이 있었다. 긴급자금 대출의 주된 사유는 생활비 51.0%, 학자금 21.0%, 주거관련비 12.0%였으며 긴급자금 대출처로는 은행(27.6%), 현금서비스(25.5%), 지인(23.5%)의 비율이 높았다. 청년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100만 원 이하가 43.6%로 가장 높았다.

1%를 위한 은행들은 오로지 이들 청년들에게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을 사실상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들을 빈곤의 함정에 빠져들도록 방치했다. 그러고는 본인들의 상황이 위험할 때마다 우리의 세금을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가져가 회생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을 위한 그리고 청년들에 의한 새로운 은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일본에서는 일본수도권청년유니온과 각종 청년단체들이 모여서 '반빈곤상호부조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3넌째 청년들에게 소액대출 및 금융지원,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은행이라기보다는 협동조합에 가깝고 어떤 면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칭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 협동조합이자 청년들을 위한 은행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99%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실험, 관심이 필요하다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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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이 '청년연대은행'은 빈곤위험에 빠진 청년들에게 상호부조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청년실업자 등이 될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청년연대은행은 청년들에게 다양한 자금을 대출 또는 저축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서 생활과 경제상황 개선을 위한 다양한 상담도 받을 예정이다. 예를 들면 10만 원에서 50만 원 수준의 소액을 긴급한 경제상황에 있는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희망플러스 통장처럼 소액저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투기를 위한 재테크가 아니라 생활개선과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재무상담 역시 이 청년연대은행이 해야 할 일이라 할 수 있다.

청년연대은행 운영자금은 청년들이 매달 5000원에서 1만 원의 돈을 협동조합 기금을 내는 것으로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은 청년들이 서로 돕고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 한편 큰 규모의 노동조합이나 사회적책임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기금을 모금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빈곤과 고용에 대한 책임은 청년들만 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가 함께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청년유니온은 '함께일하는재단'과 청년층을 위한 대안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실제 청년유니온이 발간한 책 <레알청춘>(삶이보이는창/청년유니온 지음)의 수익금, 후원의 밤 수익금 등을 통해 청년연대은행 설립의 기반이 되는 '청년호혜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1%의 탐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99%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실험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조성주 기자는 국내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년유니온, #청년연대은행, #청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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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에서 성찰적 진보가 함께 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정당.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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