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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파리4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 중입니다. 유럽의 지성이 모인 이 학교에서 낯선 급우들과의 쉽지 않은 수업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유럽의 겨울을 사는 파리생활이 앞르로 제게 때로는 고통스러운 도전이기도하고 때로는 기쁨이기도 할 것입니다. 유학생으로서의 좌충우돌을 이곳에 연재할 것입니다. 유학을 염두에 둔 사람은 저의 경험을 통해 이곳의 학풍을 짐작하여 실패를 줄이는 유학을 준비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동서양 문화의 차이에 관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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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학교에서 길 잃은 학생이 5명에 4명

가을의 찬바람이 느껴지는 아침 8시, 나의 첫 수업이다. 나는 파리 소르본대학의 교환학생이다. 한 학기 동안 파리4대학에서 사회학 수업을 들을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마다 학생증을 확인하는 경비원들이 있다. 교직원이나 학생이 아니면 내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건물이 워낙 큰 데다가 건물 정중앙에 있는 도서관에 공사가 한창이어서 강의실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나가는 사람 5명한테 물어봐도 자기도 지금 길을 잃어서 찾고 있다는 사람이 4명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때인 탓에 1학년들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1학년이 아니라도 자기가 가보지 않은 강의실을 찾아가려면 길을 잃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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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공식적인 개강일은 지난주였지만 소르본에서 수강신청은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듣고 싶은 수업을 정하고, 시간표를 짠 다음에 직접 학과사무실에 가서 종이를 채워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이 일주일 뒤에 시작한다.

수업은 크게 두 가지, 즉 CM(Cours magistral, 대형강의)과  TD(Travaux diriges, 소그룹지도학습)로 나누어진다. CM은 계단식 큰 강의실에서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교수님이 강의를 하는 방식의 수업인 반면 TD는 좀 더 소수의 학생들과 함께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학생들과 교수님과 나누는 CM보다 상호적인 수업이다.

첫수업이 끝나고 옆에 앉은 친구가 건내준 쪽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건내준 쪽지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 . 첫수업이 끝나고 옆에 앉은 친구가 건내준 쪽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건내준 쪽지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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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가득한 타이핑 소리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준비했건만 강의실을 찾느라 헤매는 바람에 첫날부터 지각을 했다. 강의실에 들어가니 출석을 부르고 있다. 맨 뒤에 앉으니 거친 숨부터 쉬어진다. 교수님께서는 첫 수업인 만큼 참고서적 리스트를 뽑아서 꼼꼼히 설명해주신다.

프랑스 대학교에서 수업을 생각하면 모두가 토론하는 이런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수업을 시작하니 제일 먼저 들리는 건 타이핑 소리다. 교수님 말을 한글자도 놓치지 않고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타이핑 소리가 타타닥 들린다. 하지만 수업 중에 의문이 생길 때는 주저하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을 한다. 그 대답에 다른 학생이 코멘트를 달거나 하다보면 재미있는 토론이 오가곤 한다.

알면 아니까 발표를 안 하고 모르면 모르니까 발표를 안 하는 한국 대학의 수업과는 사뭇 다르다. 이렇게 주저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 것 혹은 모르는 것을 말하는 학생들의 태도 때문에 수업이 자연스러운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니 옆에 앉았던 프랑스 여학생이 쪽지를 하나 건네준다. 자기 이름과 함께 번호를 적은 쪽지를 주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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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에라스무스로 왔어?

점심시간이 되어서 산책도 할 겸 노트르담 성당에 가봤다. 소르본 대학을 중심으로 파리 5구와 6구의 일부를 라틴지구(quartier latin)라고 불린다. 많은 대학들이 이곳에 모여 있어 학생들이 많은 지구이기도 하다. 이곳은 중세시대 때 대학수업이 라틴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라틴지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소르본대학이 파리에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조금만 걸어도 볼거리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의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 구경을 하는 것이 노트르담 성당을 보는 것만큼 재미있다.

오후수업에서 졸지 않기 위해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다. 가장 싼 게 에스프레소라서 알지도 못하고 마셨더니 오후 수업 내내 가슴이 콩닥거려서 혼났다. 콩닥거리는 가슴에 어려운 수업내용으로 집중력이 흐려지니 간간이 들리는 건 학생들의 코 푸는 소리뿐이다.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코 푸는 것이 한국에서만큼 실례가 아니다. 오히려 코를 풀지 않고 훌쩍거리는 걸 더 불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터에 수업시간에도 휴지를 꺼내서 강의실이 떠나가도록 코를 푸는 학생들이 있다. 그 강의실에서 코 푸는 소리에 놀라는 건 나뿐인 것 같다.

이번 파리에서의 생활은 내게 만만한 겨울이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불문학대신 이곳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은 내게 또 다른 생소한 출발을 의미한다. 프랑스 학생들과 함께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동양의 교환학생인 내게 두려운 도전이다.
▲ ' 이번 파리에서의 생활은 내게 만만한 겨울이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불문학대신 이곳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은 내게 또 다른 생소한 출발을 의미한다. 프랑스 학생들과 함께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동양의 교환학생인 내게 두려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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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생에게 교환학생이라고 말하면 먼저 물어보는 말이 있다.

"에라스무스로 왔어?"

에라스무스(ERASMUS)는 '대학생 이동을 위한 유럽공동체 행동 계획(The European Community Action Scheme for the Mobility of University Students)'의 줄임말로 유럽 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말한다.

유럽연합은 경제, 군사, 정치적 결속뿐만 아니라 문화적 유대를 높이기 위해 '에라스무스플랜(Erasmus plan)을 만들었다. 1971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이 계획은 1987년부터 시행되어 유럽 내 대학 간의 교류 활성화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학점상호인정시스템(ECTS: European Credit Transfer and Accumulation System)으로 인해서 유럽 내 대학 간에 학점인정도 수월하다. 이 프로그램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학생이 많은 만큼 경쟁도 꽤나 치열하다.

▲ 파리 지하철의 여가수 파리 지하철에서는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힘들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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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음악가와 소매치기

여러 수업을 한 수업당 2시간씩 들으니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몸의 상태는 말이 아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앉아 있으니 지하철에 큰 스피커를 끌고 들어오는 여자가 눈에 띈다. 반주를 틀은 다음 노래를 하는데 얼마나 잘 부르던지 꽂고 있던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귀 기울여 들으니 나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노래가 끝나고 돈을 받는데 마음 같아선 10유로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가난한 유학생인 턱에 큰마음 먹고 주머니에 있는 1유로를 건넸다. 파리에 지하철에서는 이렇게 노래뿐만 아니라 기타, 아코디언, 바이올린 연주 등 지하철에 타서 연주를 하고 승객들에게 동전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만 봤던 나에게 이런 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어떤 아저씨가 어깨를 치면서 "아가씨, 소매치기 조심해" 하면서 지나간다. 보니까 메고 있던 가방의 작은 주머니가 열려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엠피스리 플레이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배낭을 멜 때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그렇게 많이 말을 들었건만 이렇게 등교 첫날에 당하다니.

이렇게 하루가 한 달 같았던 파리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파리, #소르본 대학, #파리4대학, #교환학생,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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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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