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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6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며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위기여서 나서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6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며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위기여서 나서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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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서울시장 보선과 관련해 한나라당 쪽의 가장 큰 '논란거리'였던 박 전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 문제가 일단 매듭을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정당에서 사실상 대한민국의 절반이라는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면, 그 당의 당원이 이를 지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데 이게 왜 '논란거리'가 되는가. 더욱이 박 전 대표는 이 당의 대표를 지냈고,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다.

현 정부 중반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다는 점에서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말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해야 뉴스가 되는 게 정상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경원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가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4일 <오마이뉴스>인터뷰)는 질문에 "언론이 그렇게 쓰는데, 박 전 대표의 대선 스케줄도 인정해야 한다"고 점잖게 말했지만, 그로서도 유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야권이 후보단일화로 시끌벅적했던 데 비해 한나라당은 별다른 기사거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언론에 이 문제를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친박(박근혜계) 쪽의 태도도 이같은 논란을 증폭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박근혜의 '조건' 제시... 한나라당, 복지정책 발표시점 등 정해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31일 "10·26 재보선 지원유세는 당의 복지당론이 정리된 이후에 가능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얘기에 앞서 당의 입장 정리나 당론을 국민이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친박 쪽은 부인했지만 자신이 지원에 나서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한나라당에 복지 당론부터 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만, 이는 선거지원 의사부터 밝힌 다음에 해야 할 말이다.

지난 9월 29일에는 <중앙일보>가 박 전 대표의 측근 말을 인용해 "박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이 즉각 "박 전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선거 지원 등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한 적이 없다"고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친박 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어떤 방식이나 수위든 10·26재보선을 지원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였다.

이번 논란은 박 전 대표의 '태도' 문제와는 별개로, 박 전 대표에 대한 한나라당의 의존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한나라당이 복지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나라당 복지TF는 6일 '한나라당 복지비전과 복지정책 방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런데 이 보고는 애초 계획됐던 보고 시점보다 앞당겨졌다. 박 전 대표의 조기 '선거지원 선언'을 끌어내기 위해 그의 '복지당론 정리' 요구에 맞춘 것이다. 친박계의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달 28일 "복지정책을 중요한 부분만이라도 앞당겨서 보고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점뿐 아니라 내용까지도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연상시키는 '평생 맞춤형 복지'가 그 핵심이었다.

'박근혜 의존'심각... 한나라당은 폭풍 피할 수 있을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및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마친 뒤 홍준표 대표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및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마친 뒤 홍준표 대표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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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는 당내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개인의 복지정책에 당이 끌려간다'고 하는데,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뿐 아니라 김문수 경기지사도 맞춤형 복지를 얘기하는 등 유사한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를 모아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라고 '달래고' 나선 것이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을 '불임정당'이라고 조롱했다. 어찌됐든 자신은 자당 후보를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정치 경험이 없는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이라는 큰 선거에서 후보등록 시점에 1위를 달리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런 상황을 "바람이 아니라 물결"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지각변동이 아니냐는 것이다.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의 9월 27일부터 30일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지지정당이 없다'는 답이 73.6%였고, 20대는 그 비율이 89.5%에 달했다.

그동안 정치에 거리를 뒀던 20, 30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정치'의 바람이 가까이 있는 민주당부터 날려 버렸지만, 다음 대상은 한나라당이 될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한 사람만을 쳐다보면서 그의 선거지원을 위해 정책과 그 발표시점을 조율하는 폐쇄적이고 허약한 구조라는 점에서, 폭풍을 맞는 시점은 민주당보다 늦더라도 그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안철수 교수가 정치무대에 올라 있던 시간은 불과 6일이었지만, 3년 반 동안 계속돼왔던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새로운 정치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도 열린 자세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선보여야 한다"(남경필 최고위원)는 등의 우려가 나오지만, 공염불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태그:#박근혜,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경원,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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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1 10.26 재보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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