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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10월, 첫 번째 지역투어 현장은 대전충남충북입니다. [편집자말]
풋고추와 새우젓 육젓이 맛있는 이유는 새우가 6월 즈음에 허물을 한 번 벗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껍질이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씹히는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 풋고추와 새우젓 육젓이 맛있는 이유는 새우가 6월 즈음에 허물을 한 번 벗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껍질이 단단하지 않고 물러서 씹히는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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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 살면서 음식에 대한 상식이 깨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새우젓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 것이다. 풋고추는 고추장에만 찍어 먹는 줄 알았는데, 새우젓에 풋고추를 얹어 먹는 맛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적당히 곰삭아 새우 살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육젓과 적당히 매운 풋고추에 어우러진 물 말은 밥 한 그릇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당기는 충청도 음식의 특징이다. 서해안 해산물과 일조량 풍부한 들에서 나는 먹거리로 차려서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음식이 충청도의 맛이다.

충청도 대표 음식을 검색해보니 호박범벅, 쇠머리 찰떡, 칼국수 등이라고 소개되었다. 칼국수는 한 끼를 가볍게 때우기 좋은 음식이다. 비 오는 날, 호박과 감자를 넣고 구수하게 끓여낸 칼국수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칼국수가 충청도에서는 해산물과 만나서 푸짐한 한 끼가 되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보령·서천·오천 등에 가면 다양한 칼국수집이 성업 중이다.

서천의 금강 하굿둑 관광지 안에는 해물 칼국수 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집집마다 넣는 해물이 다르고 육수가 달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어느 지역이든 한 가지 메뉴로 거리가 조성된 곳의 맛은 이미 검증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해안의 기름진 갯벌에서 잡아낸 바지락·생합·굴·새우가 듬뿍 든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충청도의 인심과 바다의 향기가 느껴진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군산·장항 등의 직장인들로 주차장이 북적인다.

몸은 뜨끈하고 가슴은 시원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금강 하굿둑에 서서 바다와 강을 동시에 바라보면 세상살이의 시름도 잊힌다. 이곳에서는 칼국수가 익는 동안 보리밥과 열무김치로 미리 입맛을 다실 수 있게 해준다. 보리밥 혼식을 강요하던 정권 하에서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에게는 학창 시절 보리 혼식 도시락에 대한 추억도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다.

가공하지 않아 거칠고 투박하지만 은근히 끌리는 부여의 맛

 야생의 향기가 느껴지는 자연산 버섯 찌개
 야생의 향기가 느껴지는 자연산 버섯 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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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서 보리밥과 칼국수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부여로 넘어가 보자. 부여에는 이름난 관광지와 유적지는 많지만 대표적인 먹거리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을 딱 부러지게 표현하지 않는 부여사람들이 입소문을 잘 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여군 외산면에는 무량사라는 이름난 사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이자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교수가 외산면민으로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에는 외산면 주민들과 식당들, 먹거리들, 심지어는 부여 사람들의 마늘종 뽑는 법까지 유홍준 교수의 맛깔스런 입담으로 잘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외산면에는 유 교수도 놓친 맛집이 두 곳이나 있다.

평범한 시골 마을 식당처럼 보이는 외산골에서 자연산 버섯찌개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아는 사람만 안다. 나도 그 동네에서 오래 근무했다가 퇴직한 공무원을 통해 그 집을 알았다. 정작 원주민들은 그 집에서 삼겹살이나 생선찌개를 먹지만 입소문을 듣고 온 외지인들은 자연산 버섯찌개를 주문한다.

자연산 버섯찌개에는 싸리버섯·능이버섯·밤버섯·송이버섯을 쓴다. 이 버섯들은 강원도에서 전라도까지 다니면서 1년 동안 사용할 양을 직접 수집해 저장한 것이라고 한다. 부여 지역의 특성상 자연산 버섯이 흔하지 않지만 능이버섯만큼은 부여의 아미산에서 나는 능이가 가장 맛이 좋아서 이곳을 고집한다고 한다.

자연산 송이가 귀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집은 단골이거나 말만 잘하면 자연산 송이를 한 송이 통째로 넣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취재한다고 유세 떨기가 싫어 식사를 한 후 인터뷰를 해서 송이를 통째로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싸리버섯은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두부를 같이 넣고 끓여야 해독이 된다고 한다.

쇠고기 육수에 자연산 버섯이 어우러진 알싸한 자연의 향과 쫄깃한 식감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야생의 맛이다. 가공하지 않아 거칠고 투박하지만 은근히 끌리는 맛, 잃어버린 원시의 맛이 느껴진다. 나는 이 맛이 충청도 맛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지만 은근하게 감칠맛 나고 사람 사는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 부여의 맛이다.

외할머니가 차려준 밥상 같고 친정에서 받은 밥상 같은

 올갱이 된장국은 아욱을 완전히 익히지 않고 먹어야 더 맛있다.
 올갱이 된장국은 아욱을 완전히 익히지 않고 먹어야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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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입구에는 두리두리 식당이라는 토속적이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아 주메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식당이 있다. 누군가 올갱이 된장국이 맛이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나가다 그냥 들어갈 집은 아니다.

올갱이는 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이다. 올갱이가 많이 잡히는 외산면 만수천에는 올갱이를 깨끗하게 손질해 식당에 납품하는 기술자(?)들이 있다고 한다. 두리두리 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올갱이 된장국을 주문하면 된장에 싱싱한 아욱과 껍질을 벗긴 올갱이가 듬뿍 얹어진 냄비를 직접 끓여 먹게 해준다. 특히 아욱은 푹 익힌 맛보다 약간 설익어 초록빛이 남아 있을 때 올갱이 몇 마리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 난다.

나는 솔직히 이런 토속적인 음식보다 퓨전이나 서양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집의 올갱이 된장국은 정말 맛있다. 맵싸하고 시원한 된장국물에 설익은 아욱은 포만감에서 그리움으로 안기는 맛이다. 이 집에서 밥을 먹으면 왠지 외할머니가 차려준 밥상 같기도 하고 오랜 만에 친정에서 받은 밥상 같은 느낌이 든다. 별로 차린 것은 없지만 정이 흐르고 오랜 이야기가 있는 밥상 같다.

 칠갑산 아래 장곡사 맛집의 산채 정식
 칠갑산 아래 장곡사 맛집의 산채 정식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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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서 충청도의 맛을 충분히 느껴 보았다면 청양으로 넘어가서 산채 정식을 맛보도록 한다. 청양에는 참게 장이 유명하지만 우리가 찾는 충청의 맛은 관광 안내지에 나오지 않은, 소문나지 않고 맛있는 집이다. 장곡사 아래에서 산채를 주 메뉴로 하는 그 집은 채식을 좋아하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만의 맛집을 발굴하면 질릴 때까지 이삼일에 한 번씩 그 집에 가서 같은 메뉴만 먹는 유별난 식도락가이다. 음식을 즐긴다기보다 섭렵하는 편인 그 유별난 식도락가의 들러리로 따라 다니다가 산나물과 산야초의 원초적인 맛과 향에 끌리게 되었다.

그 집에 나오는 나물과 쌈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제 철의 산과 들에서 나는 산야초들이 그 집에서는 나물이 되고 쌈이 된다. 무쇠솥에 금방 지은 밥과 구수한 숭늉, 비벼 먹을 수 있는 나물과 밑반찬, 그리고 겉절이가 특히 별미다. 항상 집에서 먹는 평범한 밥상 같지만 어머니가 모처럼 고향에 돌아 온 자식에게 차려주는 푸짐하고 손맛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면 그 집에 가면 된다.

 지역투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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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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