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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에 척척 감아 먹어야 제맛이라는 '낙지'. 서민들의 소주 안주에 이만한 것은 없었다. 낙지는 뻘에 주로 산다. 그러다보니 동해안보다는 남해안, 그보다는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동해안에서도 낙지가 잡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주로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그것도 바다 날씨가 잔잔한 날 밤에만 잡히다 보니 '동해안 낙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일급 비밀(?)이었다.

포항시 이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서종길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청하면 일대 바다에서 낙지를 80마리나 잡았다"며 "10월 중순이 넘어서야 한창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서씨가 낙지잡이에 사용한 도구는 빨간 플래시와 헤드 랜턴.

'홰바리'라고도 불리는 야간 낙지잡이는 예로부터 남해와 서해의 갯벌에서 낙지를 잡는 전통적인 방법이다.밤에 횃불을 밝혀 잡는다고 해서 홰바리다. 이 홰바리가 동해에서도 구경할수 있다. 홰바리로 잡는 낙지는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 주낙으로 잡는 귀낙지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문어와 낙지의 중간쯤이나 될까? 어떤 이는 낙지라 하고 어떤 이는 돌문어라고 우긴다. 야간 낙지잡이는 주로 가로등이 설치된 방파제와 바위가 많은 연안에서 이뤄진다. 호미곶면 대보리와 청하면 이가리, 흥해읍 칠포리 등의 바닷가에서 많이 잡힌다.

호미곶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종배씨는 "10월 중순 이후 대보리 바닷가의 밤을 랜턴과 플래시 불빛으로 수놓아 진풍경이 연출된다"며 "대부분 관광객과 낚시꾼이지만 업으로 횃불 낙지잡이를 하는 분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농사나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는 낙지잡이가 잘되면 짭짤한 용돈 벌이가 되고 관광객이나 낚시꾼들에게는 즉석 술안주가 된다. 어떤 이들은 즉석에서 라면에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포항 환호동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김상배(50)씨는"10월로 접어들면서 랜턴과 건전지를 사려는 낚시꾼이 부쩍 늘었다"며 "어디에 쓰느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낙지잡이다"고 말했다. 서씨는 "간혹 횃불을 들고 낙지를 잡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은 번거로워 잘 쓰지 않는단다. 서치라이트를 이용해 낙지를 잡는 사람도 있다"며 "불빛을 따라온 낙지가 보이면 손으로 낚아챈다"고 했다. 불빛을 이용해 낙지를 유인한다는 것.

서씨는 "불빛으로 바다 속을 잘 살펴보면 불빛을 쳐다보는 낙지를 발견할 수 있다"며 "움직임과 색깔이 다양해 놓치기 쉽기 때문에 낙지와 마주치는 순간 재빨리 낚아채는 것이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적으로 낙지를 잡는 이들은 미끼와 낚시장화가 동원되기도 한다. 낙지가 좋아하는 새우나 작은 게로 낙지를 유인해 허리춤의 깊이에서 낙지를 잡는 것이다.

낙지잡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이다. 해풍이 있는 날보다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바람이 부는 날 잘된다. 해풍이 있는 날은 파도 때문에 바닷물이 뿌옇게 흐려지기 때문이다.
서씨는 "달빛이 있고 육풍이 있는 날을 '달사리'라고도 하는데 이런 날이 낙지가 제일 많다"며 "새로운 시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체험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1년 10월 5일 자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동해안, #포항시, #낙지, #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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