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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파란색 한진중공업 작업복, 흰색 비니. 여균동 감독이 '스머프'로 변신했다. '삼순이 아버지' 배우 맹복학씨는 번쩍거리는 선글라스까지 썼다.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김조광수씨는 목에 두른 빨간색 '희망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김진숙과 5차 희망버스를 응원하는 영화인 276인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스머프 코스프레'를 한 영화인들은 '김진숙, 그녀와 영화를 보고싶습니다'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을 들었다. 기자회견에는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박성미 감독, 배우 권병길씨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영화제는 정치적 사안과 떨어진 영화인들만의 잔치 아냐"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여균동 감독은 "10월 8일이면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 위로 올라간 지 276일째 되는 날"이라면서 "이에 맞춰 영화인 276인 선언을 하려고 했는데 2주 만에 무려 1543인의 영화인이 선언에 동참해줬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이유로 오는 10월 8일로 예정된 5차 희망버스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 '한진사태 외부세력개입반대 부산범시민연합'은 지난 9월 30일 희망버스 저지를 위한 상경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희망버스가 부산에 올 경우, 썩은 계란·오물 등을 투척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영화인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국에서 희망을 찾아 모여드는 모든 희망시민들을 우리 영화인들은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하며, 한진 85호 크레인의 아픈 풍경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최고의 영화임을 감히 선언한다"면서 "전세계 영화인들도 살아있는 영화를 바라보게 될 것이며, 가슴 한 가득 희망의 영화를 담고 자국으로 돌아가 희망을 전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트위터 등을 통해 영화인 선언 '조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인들은 이라크 파병 반대 영화인 선언 등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사에 동참해 왔다"면서 "영화제와 희망버스가 함께 하는 것이 낯설고 이상하다며 반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영화제는 정치적 사안과 떨어진 영화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성미 감독은 "깐느영화제 기간에 프랑스에서 학생, 노동자, 예술인들이 참여한 누벨바그 운동이 일어났을 때 영화제가 취소된 적이 있다. 이는 영화인들이 영화제보다 힘없는 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다.

 

"한진중에서 영화보다 더 한 현실을 계속 보고 있다. 크레인 위에 있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만한 사람은 배우가 아니다. 그 현실을 바꾸고 싶다." 

 

영화제 현장서 '김진숙과 희망버스' 홍보 책자 배포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손상훈씨는 "부산시와 관변단체에서는 영화제가 희망버스로 인해 지장 받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매년 수천 명의 영화학도들이 부산영화제를 보러 부산에 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때 영화과 학생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서 진짜 영화 속에 담아내고자 하는 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진숙 지도위원이 트위터를 통해 영화 <도가니>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크레인 위에서 <도가니>를 볼 수 있도록 대형 프로젝터 같은 것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영화 <의뢰인>의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대표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은 "김 지도위원이 <의뢰인>도 보고 싶어 했다.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인들은 10월 8일 해운대 내에 한진중공업 해고자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응원하는 '희망터'를 설치하고 관련 영화 및 다큐를 상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균동 감독은 "희망버스가 부산에 도착하는 8일 오후 5시, 국내외 영화인들이 85호 크레인을 지지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5개 국어로 제작된 '김진숙과 희망버스' 홍보 책자를 제작해 영화제 현장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9일 오후 7시에는 부산 한진과 제주 강정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파티를 희망터에서 연다.

 

여균동 감독은 "8일 영화인들이 함께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갈 것"이라면서 "레드카펫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그:#희망버스, #김진숙, #영화인 선언, #부산국제영화제,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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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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