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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티베트로 가는 길에 마주보게 된 만년설로 덮힌 고봉. 한참 그 산을 바라보며 평온함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날씨로 인해 오래 머무를 수 없다. 자동차로 돌아와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인사로 대신한다.

서 티베트로 가는 길
 서 티베트로 가는 길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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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아파오는 머리...너무 힘들다

얼마나 높이 올라왔을까? 산 정상에서 차를 타고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다. 계속 되는 비포장길에 속이 울렁거리고 그로 인해 기분까지도 나빠진다.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티베트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산소량이 부족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다.

이런 공간에서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으니 죽을 맛이다.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힘든 이곳이지만, 머리 바로 위에서 떠다니는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티베트를 만날 수 있어 그 고통을 감수하고 이곳을 찾게 된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 거짓 없는 사람들. 건물 하나 볼 수 없는 자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티베트 이다.

고산을 달리는 4륜구동
 고산을 달리는 4륜구동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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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 아직 비포장도로이지만 제법 차량들이 이곳을 지나갔는지, 조금은 평탄한 길이 이어져 있다. 산길을 올라 갈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동도 줄어들어 안락한 기분까지 든다.

높은 고봉을 넘어 왔으니 더 이상의 고봉은 없겠지? 힘들었던 오프로드 길을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내눈 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높은 고봉이 전부이다.

우리를 가로막고 서있는 고봉
 우리를 가로막고 서있는 고봉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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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나를 웃게 만든다

더 이상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기를. 산 위로 올라가지 않기를 기원했건 만, 내가 탄 차량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다행이 바위가 많이 없어 수월하게 올라가지만 계속 되는 산길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내가 너무 편하고만 싶어서 티베트가 시련을 주는 것일까? 우정공로를 떠나 서 티베트로 출발을 하면서 다른 여행에 비해 쉽지 않은 여행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출발 첫날인 오늘부터 이렇게 힘들리라 생각도 못했다.

어디론가 빠르게 가는 구름들
 어디론가 빠르게 가는 구름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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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보이지 않던 서 티베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 멀리, 넓게 올라서 있는 수많은 고봉들. 그 사이로 길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작은 길이 서 티베트로 향해 있다.

사람은 물론 건물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 혹시 무엇이 있을까 주변을 돌아보지만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높이 올라온 고봉과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산 중간 중간 피어난 녹색풀이 전부이다.

바람에 날리는 룽타
 바람에 날리는 룽타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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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변화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창밖의 풍경에 빠져서 카메라를 찍고 있는 나의 모습에 기사님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쪽에 자동차를 세워주었다. 차에서 내려 허리를 피고, 굳어있던 몸을 풀어주고 주변 탐색을 시작한다.

혹 티베트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여행 기간 동안 늘 보던 티베트 사람들이 그립다. 한쪽에서 바람에 날리고 있는 룽타가 나의 시선을 이끈다. 순례자들이 바람을 통해 불경을 알리기 위해 걸어 놓은 룽타.

누가 언제 이곳을 지나갔는지 몰라도 순례자가 걸어놓은 룽타가 서 티베트를 바라보며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비는 티베트인들. 사람도 살지 않는 이곳을 지나 기도를 하며 라싸 또는 서 티베트 카일라스로 향했을 것이다.

아찔한 내리막길에 긴장감을 풀 수 없다
 아찔한 내리막길에 긴장감을 풀 수 없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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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사람은 물론 동물도 만날 수 가 없었다.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지만 그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다.

지프차에 올라 다시 출발. 아까와는 달리 오르막이 아닌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올라 올 때만해도 그만 올라갔으면 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오르막이 아닌 내리막길이 이어지니 살짝 겁이 난다.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면 어쩌지? 흙길인데 무너져버리면 어떻게 하지? 아찔한 내리막길에 긴장감을 풀 수 없다(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 상황이 되어도 힘든 일은 계속 되는 것이 삶인 것 같다).

눈 앞에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
 눈 앞에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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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내리막길을 내려와서도 또 다른 고봉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어 몇 번의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달려야 했다. 그 사이에서도 계속 반복되는 나의 투정.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면 어쩌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지' 상황에 따라 달리지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매일 아침 학교에 가면서 빨리 졸업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생각하고, 대학교에 가서는 빨리 공부를 해서 돈을 벌어야지 생각하고 취직을 해서는 '공부가 가장 쉬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불만으로 지금의 나에게 투정을 부리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행복한 삶을 꿈꾸는 나이지만 상황에 따라 달리지는 내 투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덜컹 거리는 차 안에서 바로보는 티베트
 덜컹 거리는 차 안에서 바로보는 티베트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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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 모습에 나 홀로 미소를 지으며, 투정을 부리기보다는 지금 상황을 즐기자 마음먹고,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행복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창문을 살짝 열어 상쾌한 티베트의 자연의 냄새를 맡고, 한 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신나는 음악으로 선곡을 하여 플레이버튼을 누른다.

투정을 부리던 그때와는 달리 오프로드도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즐거운 나.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쉽게 가지 못한다는 카일라스. 쉽지 않은 곳인만큼 이곳을 향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과 시련을 주고, 그 경험을 통해 삶의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닐까?

티베트 작은 마을에 도착하다.
 티베트 작은 마을에 도착하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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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공로가 있는 올드 팅그리를 출발한지 10시간이 다 되어서야 오늘의 목적지 티베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과 벽돌 건물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에,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에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

서 티베트 여행을 출발한 첫 날부터 쉽지 않았던 여행.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몇 번의 자동차 견인과 몇 개의 산을 넘으면서 아름다운 티베트의 자연의 모습도 만났지만 무엇보다 많은 시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목적지인 카일라스까지는 2일. 그 앞에 어떤 시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목적지인 카일라스에 도착하면 더 멋진 내가 되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티베트, #배낭돌이, #여행기, #서티벳,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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