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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대지진이 일본을 덮쳤다. 그에 이어 쓰나미도 일본을 강타했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겹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일어났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재앙으로 인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아이들의 가슴속에도 그날의 상처는 여전히 깊이 남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 시각), 후쿠시마 현 미나미소마 시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미나미소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후, 원전에서 반경 20킬로미터까지는 출입 금지 구역이 됐다. 그 출입 금지선이 미나미소마를 관통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출입 금지 구역의 입구에 있는 검문소까지 가는 길에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한 가게와 식당들이 여럿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가 이어지면서 7만여 명이던 미나미소마 주민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미나미소마를 떠난 사람이 한때 6만 명에 이르렀지만, 그 후 조금씩 돌아와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떠나야 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절반,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 중 20퍼센트가 다시 돌아왔다.

이 중 적잖은 아이들이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방과 후 클럽'에 오는 많은 아이들이 임시 숙소나 이재민 센터에 머물고 있는 가정 출신으로,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과 후 클럽 교사인 나가카와 유카(27)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보면 (아이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다다다다' 하고 소리치며 인형을 흔들거나 쓰나미에 익사한 것처럼 행동한다. (……) 때때로 아이들은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것처럼 하면서 자기들끼리 마이크로시버트(방사성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가카와 유카는 "우리는 아이들이 그렇게 하게 둔다"고 말했다. 그것이 "아이들이 상황을 처리하려 노력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다다다다' 소리치며 인형 흔드는 아이들"

이곳 주민들 중에는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정부의 공식 자료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나가카와 유카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어서) 지난 6개월 동안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미나미소마 시영 병원의 부원장인 오이카와 도모요시(51)는 "대지진이 발생한 후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자신들이 취한 조치를 우리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이카와 도모요시는 "사람들은 정부가 방향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로드맵을 제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느 지역인지, 그렇지 않은 지역은 어디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부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불신은 일본 정부가 자초한 면이 많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늑장 대응이다. 일본 정부는 수천 제곱킬로미터에 걸친 지역에서 흙과 식물 등을 제거해, 오염된 지역의 방사선 수치를 2년여에 걸쳐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거의 반년이 걸렸다.

또한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에서 반경 30킬로미터까지를 출입 금지 구역으로 한 것과 달리, 일본 정부가 반경 20킬로미터까지만 출입 금지 구역으로 정한 것도 논란이다. 일본 정부는 나중에 반경 20~30킬로미터 지역에서 노인과 아이들은 이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떠날 준비를 갖출 것을 권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중간지대에서 여전히 수천 명이 방사성 물질 오염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지진 발생한 지 6개월째 되던 날, 70여 곳에서 반핵 시위

한편 대지진이 발생한 지 6개월째인 11일,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것을 요구하는 반핵 시위가 일본의 70여 개 지역에서 열렸다. 도쿄에서는 시위대가 원자력발전소를 관할하는 경제산업성 청사를 에워쌌다.

또한 8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을 시찰한 자리에서 "죽음의 거리 같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하치로 요시오 경제산업성 장관은 10일 사임했다. '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충분히 헤아리지 않은 발언'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태그:#일본 대지진,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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