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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하는 '농·축산업 선진화 전략 탐방 교육'이 진행됐다. 전국 지방 신문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수는 국내 농·축산업의 장래가 어둡다는 문제의식에서 준비한 연수였다. 언론진흥재단 인적역량강화팀 박형철 과장은 "국내의 농·축산 현실을 이해하고 지역의 농·축산업 선진화, 활성화를 위한 보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농·축산업 장래 어둡다

 

지난달 30일, 첫 시간 강의에서 박상호 농림수산식품부 과장은 '농업현황과 선진화 전략'이란 강의를 통해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이 될 수는 있어도 농업 발전 없이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 노벨 경제학자 쿠즈네츠의 말을 인용하며 농업·농촌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과장은 선진국 중에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인 일본을 예로 들며 최근 일본에서도 농업 관광이 향후 일본 경제를 이끌고 갈 핵심산업으로 정의한 이후 농업이 일본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선진국의 농업에 대한 시각으로 "농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기회 앞에서 서 있다"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농업은 나노공학, 우주산업처럼 미래를 여는 열쇠다"라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설을 소개하며 농업이 단순히 오래된 산업이 아니라 시대를 이끌어 갈 영역인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는 '국제화 시대의 한국농업'이란 두 번째 시간 강의에서 왜 한국 농민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농업 이외에 다른 생업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김 교수는 △농업과 타부문간 이동이 제한된 노령농민이 농업이외 다른 선택이 없고 △노령농민은 농지 유동성을 저하시키며 △경직된 농지 유동성은 높은 농지가격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되고 있으며 결국 △경직된 농지 유동성은 소농구조 개선을 어렵게 하고 경쟁력 향상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한국농업의 향후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촉매인 '신뢰재(信賴材)'로서의 농업 전환과 80%의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인 '롱테일' 농업경영전략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최상호 농촌진흥청 강소농 기획팀장은 '농업 활성화 전략과 강소농 육성 정책'이란 제목의 강의를 통해 △농·어촌 인구가 전체 인구의 17.9%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고 △농가소득이 도시소득의 66% 수준으로 소득격차가 나며 △2005년 35조원에서 2009년 41조원으로 농업생산액이 정체되어 있고 △호당 경지면적이 1.45ha(1ha미만 전체농가의 65.7%)으로 규모한계가 있다며 가중되는 한국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소개했다.

 

또한 한국농업이 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시작된 시장 개방의 물결 속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최근 FTA 확대, 구제역 파동, 기상재해 증가 등으로 농업에 대한 위협요소가 증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경영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소규모 농업경영체 강소농(强小農)의 육성방안과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이유 있는 성공한 강소농들

 

이후 전국에서 모인 지방 신문사 기자들은 2박 3일간 한국농업의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고 있는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으로 성공한 농가들을 견학했다. 경쟁국에 비해 작은 영농규모를 가지고 있는 한국농업의 한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소농의 약점을 강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실천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강소농. 성공한 농가들을 견학하며 지방 기자 일행들은 강소농이 프로젝트 운동에서 실천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관찰하며 감탄했다. 이들의 성공을 보며 국내에 많은 농업경영체들이 스스로 꿈과 비전을 갖고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경영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작지만 강한 농가들이 더욱 많이 탄생되기를 바랐다.

 

▶ 여주 버섯재배 농장

 

경기도 여주 버섯농장은 고품질 버섯 생산과 체험농장 활성화로 농가소득이 증대했다. 이남주 버섯농장 대표는 혼과 열정을 담은 도전을 통해 10여 년 간의 적자경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버섯 시장을 개척했다. 이 대표는 1979년 느타리버섯 농사를 시작했으나 여러 번의 실패로 10여년 넘도록 이익을 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경험했다. 하지만 '자연산느타리'와 같은 품질의 버섯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목표의식과 끊임없는 재도전으로 결국 성공의 열매를 수확, 30년 장인정신이 만들어 낸 명품 버섯이 탄생했다.

 

1988년에는 느타리 봉지재배법을 개발하여 '자연에 가장 가까운 건강 버섯'을 생산하는데 성공, 이로 인해 대량 생산체계까지 구축하게 됐다. 또한 농약 없이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자연과 가깝다 하여 '태고 버섯'이라는 자체브랜드를 개발하고 고품질 소량생산 방식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해 현재 대형마트에서 일반 느타리버섯 보다 5~6배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남주 농가는 버섯 재배과정을 소개하고 직접 수확한 버섯을 직거래하는 등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하며 연간 1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남주 농가는 900m²규모로 시작해 2010년 현재 2800m²에서 연간 4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 음성 화훼농장

 

축산업을 하다가 15년 전 선인장 재배 화훼로 업종을 바꾼 충청북도 음성 선인장농장 김기홍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축산업보다 사이즈도 작고 투자에 비해 돈이 적게 나오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부모를 모시고 자녀들 가르칠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 비록 노력한 것에 비해 물질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선인장 재배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고 한다. 음성 화훼농장은 현재 비닐하우스 3000평의 재배규모에서 국산품종 (고홍, 황조, 황운 등) 접목선인장 20여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 90%, 내수 10%로 판매하며 연간 2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개발된 생력트레이를 이용하여 토양 내 직접 심지 않고 정식하여 밑퉁썩음병 방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1000평을 새로 확장하고 최신 양액재배설치를 하여 생력화 및 고품질화 생산시설을 갖췄으며 온풍온수기 등을 설치하여 냉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또 접목 작업실을 설치하고 밴드형틀이나 접목클립 등을 활용해 접목의 효율화, 대량화 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밴드형 접목기는 세계최초로 10년 전에 개발되었으며 선인장 수출이 세계1위를 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선인장을 키워 수출한다는 것에 보람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며 환히 웃었다.

 

▶ 예산 유기농 축산농장

 

충남 예산 가나안 농장은 유기농 양돈 농장으로 돼지들에게 친환경 축산시설과 사료 등을 공급 하는 그야말로 친환경 축산을 선도하는 농장이었다. 임신모돈군사관리시스템이라는 기계로 돼지들이 일정한 곳에 들어가 주기적으로 유기농 사료들을 먹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일반 사료보다 2배 이상 높음) '축산은 퇴비를 위해서 있다'고 말할 정도로 왕겨와 톱밥 등으로 사육장 퇴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에 예산군으로부터 퇴비공장 및 사육시설을 인정 받았으며 국내 강남 주요 백화점에 그 품질을 인정받아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가나안 농장은 지난해 매출액 19억 가운데 2억의 순이익을 남겼으며 올해는 매출액 30억 가운데 5억의 순이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연원 가나안농장 대표는 "우리나라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제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항산화물질을 만들 수가 없다"며 "화학비료 등으로 빨리 커진 동식물들을 먹다 보니까 암과 고혈압 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화학비료 사용을 지양하고 유기농 사료들을 사용할 때, 인간과 동물이 모두 행복 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완주 로컬푸드 운동 현장

 

 

이번 연수의 백미는 전북 완주 로컬푸드 운동 탐방이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힐링 체험마을인 구이 안덕마을에서의 토속 한증막 찜질 체험, 황토방에서의 숙박, 유기농 자연산 웰빙 뷔페 체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는 마을공동체 소양인덕두레농장 견학. 폐교한 학교를 멋지게 개조하여 주민과 행정을 연계하는 현장중심 중간지원조직인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견학. 얼굴 있는 지역 먹을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밥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건강한밥상 농산물물류센터 견학. SBS 오락프로그램 '스타킹'에까지 출연한 고산 창포마을 할머니들의 다듬이질 공연과 묵나물 건강비빔밥 체험까지 어느 하나 인상 깊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기자들이 묶고 있는 안덕마을까지 찾아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밥상을 만들 수 있는 로컬푸드와 마을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군수는 "생산자가 건강한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만들어도 판로가 없어서 고생하고 소비자는 믿을 만한 농산물이 없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로컬푸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군수는 "이런 전진 기지로 마을 기업 100개를 만들었다. 어르신들이 사장이고 사원이다. 이 일을 돕기 위해 지역경제순환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 500여개의 농민장터, 미국 지역공동체지원농업 등 글로벌푸드 폐해를 막고 자국의 농민과 소비자 밥상을 건강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에 걸쳐 로컬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는 완주군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정론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소농, #충청리뷰, #한국 농업, #로컬푸드, #버섯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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